예장합동교단의 충남노회 분쟁은 노회장과 노회 서기 선출을 둘러싼 것으로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4.6.자 충남노회 제132회 정기회 결의가 유효하다는 A,B목사 측(‘정기회’측)과 2015.6.5.자 속회 결의에 따라야 한다는 D,E 목사측(‘속회’측)으로 나뉘어 양측이 오랫동안 수많은 소송을 주고 받음으로써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다.
충남노회 분쟁을 계기로 예장합동교단은 교단총회 결정에 불복해서 가이사의 법정에 제기한 소송 결과를 존중하는 내용의 「사회소송대응시행세칙」을 제정한 바 있다. 이는 한국교회가 정교분리원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점에서 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사회소송세칙과 총회결의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느냐에 대한 해석상 혼선이 있고, 교단총회가 사회소송세칙과는 배치되는 듯한 결의를 함으로써 모처럼 마련한 사회소송세칙의 존재 이유가 흐려진 아쉬움이 있다.
·사회소송세칙, 어떤 내용인가?
「사회소송대응시행세칙」은 예장합동교단의 2020년 9월 제105회 총회결의로 확정하여 시행되는 규범이다. 이는 권징조례와 대법원판례를 고려하여 총회 상대 사회소송 대응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하며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소송’이란 법원에 제출하는 민사소송, 가처분⋅가입류신청뿐 만 아니라,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제출히는 고소⋅진정도 포함한다.
소송제기 단계에서는 대상자에게 서류접수, 각종 증명서 발급을 중지하는 행정보류가 취해지며 만일 사회소송 제기자가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 변상과 총대권 정지 및 권징절차 진행이라는 불이익이 처분이 내려진다.
반면 소송제기자가 승소할 경우에는 1. 승소판결일로부터 노회나 총회 총대권이 회복되며, 2. 그에 대한 재판국 판결과 관련 결의는 승소판결 받은 날로부터 효력이 정지되며, 3. 징계 또는 권징한 치리회는 해벌하고 그 결의를 변경해야 한다. ‘승소’한 경우란 1.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판결을 받은 경우, 2. 가처분⋅가입류신청에서 인용결정을 받은 경우, 3. 고소인의 고소로 피고소인이 유죄(벌금.집행유예실형)로 처벌된 경우를 의미한다.
·사회소송세칙,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사회소송세칙은 그 제정목적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교단총회의 위상과 대외신인도를 제고하기 위해 교단총회의 결의에 불복하여 국가사법당국에 소송제기를 하는 자에게 일정한 불이익을 주어 자제하도록 하는 동시에, 사회소송에서 이긴 경우에는 총회가 그 결과를 존중해서 이미 취한 결의나 조치를 무효로 하거나 철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장합동총회를 비롯하여 주요교단 헌법은 개혁교회의 대장전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3장에 따라 세속국가와 교회는 분리되며 서로 존중한다는 내용의 정교분리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법에서는 교회의 고유한 영역인 신조와 예배, 교회 정치와 조직 및 권징에 관한 부분만을 정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세속법에 맡기게 된다. 특히 교회 내의 분쟁은 교회법에 따라 교회재판이나 총회결의로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존중하는 것이 정교분리의 원칙의 정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단총회 결의에 절차상, 내용상 흠이 없어야 하고 누가 보아도 공의(공정)로워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많은 경우 이러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그 결의의 정당성 여부를 사회소송으로 다투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소송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내려질 경우 ‘하나님의 법이 세상 법 위에 있다’는 아전인수적 논리로 국가법원 판결마저도 무시함으로, ‘교회는 치외법권 지역인가’라는 비난을 듣는 일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사회소송세칙은 세속 법원의 결정을 교회의 결정보다 더 우위에 둔다는 선언으로서, 교회로서는 자존심이 상하지만 사회소송을 둘러싼 혼란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겠다.
·사회소송세칙과 총회결의, 어느 쪽이 우선하는가?
사회소송세칙이 시행된 이후 앞의 글에서 소개한 [판결 1]에서 원고 A,B목사는 충남노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하였고, [판결 2]에서 B목사는 교단총회재판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승소하였다. 사회소송세칙에 따르면 A,B목사는 충남노회 노회장과 서기로 지위가 회복되어야 하고, B목사에 대한 징계는 해벌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2022년의 예장합동 107회 총회에서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충남노회를 사고 노회로 규정하고 폐지하는 결의하였다. 총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이므로 총회결의가 하위규범인 시행세칙에 우선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결의가 아닌가 한다.
예장합동교단에서 일년에 한번 개되는 정기총회는 각 노회가 파송하는 총대로 구성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각종 헌의안 처리를 비롯해서 헌법개정안, 규칙과 시행세칙의 제정 및 개정의 권한이 있다. 사회소송세칙도 제105회 총회결의로 제정된 바 있다. 그렇다고 하여 총회결의로 이미 제정된 시행세칙을 무시하고 그와 다른 결의를 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총회결의로 제정된 시행세칙은 객관적인 ‘규범’이기 때문에 그 개정 절차를 거쳐 변경되거나 무효로 되지 않는한 개별적 총회 ‘결의’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례에 따르면, “사단법인의 사원들이 정관의 규범적인 의미 내용과 다른 해석을 사원총회의 결의라는 방법으로 표명하였다 하더라도 그 결의에 의한 해석은 그 사단법인의 구성원인 사원들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정당하게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사회소송시행세칙의 개정 절차 없이 그 내용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제107회 총회결의는 시행세칙의 규범적 효력을 침범하는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생각된다.
·국가법원은 정교분리원칙을 어떻게 적용하는가?
각 교단총회 헌법이 정교분리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2항도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한다. 동시에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어 교인이나 목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 억울함을 국가사법기관에 호소하면 법원은 가부간에 해결해 주어야 한다. 결국 교회 관련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은 사안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정교분리원칙과 재판받을 권리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의 문제, 즉 사법심사의 범위와 한계를 정해야 한다.
충남노회 [판결 1]과 [판결 2]에서도 보듯이 피고측인 노회와 교단총회가 첫 번째로 주장한 것은 바로 노회(속회) 결의의 효력, B목사의 징계를 확정한 총회결의는 종교적 자율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항변이다. 이를 소송법상 ‘본안전 항변’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법원이 노회(속회) 결의나 총회결의의 정당성 여부의 판단, 즉 본안에 앞서 먼저 판단해야 할 항변이라는 뜻이다.
[판결 1]에서는 “종교단체의 의사결정이 종교상의 교의 또는 신앙의 해석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면, 그 의사결정에 대한 사법적 관여는 억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15.6.5.자 속회 결의의 효력 유무를 다투는 것으로 교단총회나 충남노회의 교의 또는 신앙의 해석과는 무관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사법심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판결 2]에서는 “교회의 대표자(담임목사)는 예배 및 종교활동을 주재하는 종교상의 지위와 아울러 비법인사단의 대표자 지위를 겸유하면서 교회 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대표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교회 대표자 지위에 관한 분쟁은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에 해당하므로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교회의 고유한 사항인 교리나 예배, 권징, 신앙에 관한 사안은 국가기관인 법원이 사법심사를 할 수 없고 이러한 소송이 제기되면 소송을 기각해야 하지만, 비록 교인간의 다툼이나 교단총회를 상대로 한 소송이라도 그것이 국민으로서 가지는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라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국가법원의 사범심사 기준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목사의 자격이 문제가 된 강북제일교회 사건이다. 예장통합교단 헌법에 따르면 교단소속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총회직영 신대원을 졸업하고 2년간 전임전도사 사역을 해야하는데, 강북제일교회 담임목사인 H목사가 전임전도사 사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단총회재판국으로부터 목사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에 불복해서 강북제일교회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목사의 자격 여부는 교회의 고유한 사안으로 교회(교단) 내부에서 결정할 문제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하여 교단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런데 H목사가 잘못된 교단재판국 판결로 목사 지위를 상실했다는 소송을 개인자격으로 다시 제기하자 이번에는 ’목사라는 직업을 잃게 된 것은 국민으로서 가지는 구체적인 권리에 관한 것‘이라는 이유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보고 H목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전혀 상반된 판결을 내린 것은 법의 형식논리만을 따지는 법원의 한계라는 비판을 받을만 하지만 법원이 어떠한 기준으로 사법심사 여부를 정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예라고 하겠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가하냐’는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예수님이 하신 답변은 정교분리원칙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문제는 ‘무엇이 가이사의 것이고 무엇이 하나님의 것이냐’이다. 그 해답은 세속국가가 아니라 교회가 해야 한다. 교회가 하는 모든 결정, 결의가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낼 때 감히 세속국가는 교회의 일에 간섭하지 못할 것이다. 교회의 결정을 세속국가가 뒤집는, 그래서 하나님의 것을 가이사에게 내어주는, ‘사회소송세칙’이 무용지물이 되어서 폐지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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