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몇 해 전, 이사를 하면서 침대를 좋아하는 아내의 요구에 따라 침대를 사러 간 적이 있었다. 침대가 그렇게 종류가 많고 가격 차이도 천차만별인 것은 그때 처음 알았다. 침대는 우선 누웠을 때 편해야 한다. 무조건 푹신하다고만 되는 건 아니다. 너무 푹신하면 오히려 불편하다. 적당하게 푹신해야 몸을 편하게 눕히는 데 지장이 없다. 여러 가지 종류의 침대를 살펴본 후 하나를 골라서 집에 가져왔다.

비싼 침대일수록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좋은 것이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과거 TV에서 특이하게 침대 광고하는 걸 보았다. S라인의 미녀가 실루엣을 입은 채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광고였다. 그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래 자막이 하나 등장했다. 내용은 짧고 간결했다. ‘미녀는 잠꾸러기!’ 아주 인상적인 문구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도 글 쓰는 사람이고, 설교 제목이나 어떤 타이틀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제목은 ‘짧고 간결하고 인상적이고’, 그리고 ‘의미심장해야’ 한다. ‘미녀는 잠꾸러기.’ 무슨 뜻일까? ‘저렇게 아름다운 미녀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 채 계속 잠들어 있다. 왜일까? 침대가 그만큼 편안하기 때문이다.’란 뜻이다. 미녀만 편안함을 느끼는 건 아닐 터, 추녀도 침대가 편안하면 잠꾸러기가 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미녀를 등장시켜서 침대와 동일시해서 광고를 시청하는 이들에게 ‘나도 사서 써봐야지!’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무엇이며, 가격은 얼마 정도 할까? 해스텐스(Hastens)라는 침대 브랜드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격만 해도 무려 자동차 한 대 값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하나에 1억이라고 하니 정말 ‘억 소리’가 난다. 이 침대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로 불리며, 주문 후 140~160시간의 공정을 통해 제작된다고 한다. 해스텐스는 스웨덴 브랜드로 170년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제품을 제작한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하다.

파란색 체크무늬가 상징적이며, 스웨덴 왕실에도 납품이 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매트리스 브랜드로 꼽히며, 모두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주로 말꼬리털, 양모, 깃털, 솜털 등의 충전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과정은 수작업 진행된다. 블랙핑크의 ‘제니 침대’로 유명해져서 많은 국내외 부자 팬들에게 널리 소개되기 시작한 고급침대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보다 더 비싼 침대가 있다. 1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비싼 침대이다.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알려줘서 처음 알려진 침대이다. 무슨 침대일까? ‘Sick bed’라고 한다. 이게 뭘까?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말해서 유명해진 문장 그대로 소개해보자.

“What is the most expensive bed in the world? ‘Sick bed.’” ~ Steve Jobs.
(“무엇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침대일까? 그건 ‘병석’이다.”)

‘언어유희’(Word play)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정말 귀한 말이다. 애플의 CEO이자 천재로 알려진 유명인의 말이기도 하지만, 11년간 췌장암으로 고생을 많이 해본 이가 한 말이기에 더욱 신뢰를 주는 내용이다. 병이 들어 침대에 누워있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많은 깨달음과 교훈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병마에 시달려보지 않은 이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오랜 기간 아파본 경험이 있다. 그때 “왜 이리 늦게 오셨습니까? 45분 뒤에 죽습니다”라는 철없는 의사의 사형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기절해서 땅바닥에 쓰러지시고, 나는 쓰러진 어머니를 붙잡고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었던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우리 맏이 살려주시면 바치겠습니다!”라고 기도하신 아버지의 기도 덕분일까? 60이 넘은 지금도 나는 멀쩡하게 살아 있다. 사명이 있기에 아직 데려가시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철없는 시절, 매일 열이 40도가 나는 아픔 속에서 4개월간 병원과 집에서 요양을 했다. 말이 요양이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엔 아무것도 없었다. 매일 열이 40도가 난다고 생각해보라. 부모님은 물론, 교회 목사님과 성도들이 자주 찾아와서 찬송가를 불러주고 기도를 해주었지만, 너무도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살았기에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많았던 때였다.

물론 생사를 오가는 넉 달에 걸친 긴 고통 속에서도 나는 ‘하나님과 영생’에 대한 강한 욕망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아울러 만일 내가 다시 건강해서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이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많이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고통의 기나긴 터널을 지난 후 넉 달 만에 밝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학교로 다시 돌아가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살아 있음과 육신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함을 뼈저리게 절감하게 되었다.

이후로 내 인생은 180도로 달라졌다. 난생처음으로 공부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변화되었다. 무엇보다 성경을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읽는 독서맨이 될 수 있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간염으로 인해 병석에 누워있었을 때, 4년의 기간 동안 무려 4,000여 권을 읽었다고 한다. 매일 세 권 가까이 읽은 셈이다. 그 후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사업을 시작해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병석’(病席)이 가져다준 축복이다. 내 경험도 그렇고 다른 이들의 경험으로 볼 때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병석’(Sick bed)”이라고 한 스티브 잡스의 말은 정말 최고의 명언 중 하나가 틀림없다. 물론 병으로 침대에 눕기 전, 건강할 때 정신 차리고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늘 멋지게 최선을 다해 잘 살아가는 것보다 더 귀한 건 없다. 오늘도 병석에 눕기 전, 건강할 때 하나님이 주시는 시간을 잘 선용하며 사는 지혜로운 이들이 다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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