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성서학연구원(원장 이은우 교수)이 최근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1층 국제회의장에서 ‘회갑을 맞은 여성 신학자들을 통해 배우는 성경의 역동성과 다면성-입다와 에브라임에서 요한까지’라는 주제로 제116회 성서학연구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배희숙 교수(장신대 구약학)가 ‘입다의 서원에 대한 새 관점: Antanaclasis(삿 10~11장)’ ▲이미숙 교수(장신대 구약학)가 ‘에브라임 족보와 정착전승의 의미(대상 7:20~29)’ ▲김문경 교수(장신대 신약학)가 ‘요한일서의 구원론에 관한 소고’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입다 딸의 희생, 폭력에 저항하고 공동체의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한 자발적인 것”
먼저, 배희숙 교수는 “사사기 10~11장에 따르면 입다는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후, 전쟁 직전 야훼께 한 서원에 따라, 무남독녀를 번제로 바친다”며 “이와 관련하여 입다는 오늘날 주석에서 대체로 부정적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의 영을 받은 상태에서 한 서원은 어리석고 경솔하고 불필요하며, 야훼께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자기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망의 표현이고, 또 딸을 번제로 드린 것은 율법은 무시하면서 자신의 말에는 충실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배 교수는 “입다 이야기에 대한 해석의 대부분은 입다의 서원과 그 성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러나 적지 않은 주석가는 성서 본문이 입다의 서원과 번제에 대하여 논쟁적 어조를 띠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오히려 본문은 그의 딸이 외동딸이자 처녀라는 점(11:34b)과 입다 이야기 앞뒤에 있는 ‘소사사’ 목록(10:1~5; 12:8~15)에서 다자녀를 강조함으로써 입다의 비극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암몬 왕에게 한 담화(11:12~28)에 나타난 입다의 외교적 노력은 야훼에 대한 입다의 헌신과 신뢰를 드러낸다”며 “특히 야훼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더는 구원하지 않겠다’(10:13~14)는 결정을 번복하게 한 이유로, 또는 장로들이 입다를 ‘머리’로 지명한 것에 대한 야훼의 인정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사사기 10~11장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문학적 특징 중 하나는 밀접하게 관련된 표현들이 서사의 일관성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첫째, ‘야훼의 전쟁 개입’을 말하는 양식 ‘나탄 브야드’는 입다가 장로들에게 한 말에서 ‘머리’가 되는 것의 전제 조건이고(11:9b) 또 입다가 야훼께 한 서원에서 번제를 드리는 조건”이라고 했다.
또한 “둘째로 입다가 돕 땅으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암몬 족속과 싸우기 위함이었으며(11:9a) 이는 백성과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므로 입다가 전쟁에서 ‘무사 귀환’ 하는 것은(11:30) 백성과 맺은 합의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 “마지막 셋째로 입다가 야훼께 서원한 내용인 ‘맞이하러 나오다’는 구문(11:31)은 입다의 딸이 아버지를 맞이하러 나올 때(11:34)도 쓰임으로써 서원의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나타낸다”며 “그러나 ‘맞이하러 나오다’라는 동일한 표현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언어적 및 주제적 연결은 입다의 서원을 장로들과 백성과 맺은 언약에 비추어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배희숙 교수는 “야훼께서 전쟁에 개입하신다는 조건에 따라 입다는 한편으로는 백성에게 다른 한편으로는 야훼께 매여 있다”며 “이것은 입다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왔을 때 그를 반대하는 자들을 번제로 바치겠다는 입다의 서원을 그 자체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야훼의 임재 앞에 체결한 합의에 비추어 인식해야 함을 가리킨다”고 했다.
배 교수는 “입다의 번제 서원은 전쟁 승리를 대가로 한 것이 아니라 계약 조건을 거부하여 지은 죄를 속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입다의 딸은 아버지의 서원의 조건을 충족시키지만 그녀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녀는 먼저 소고를 들고 춤을 추며 집에서 나옴으로써 아버지의 서원에 대한 보복 성격의 인신번제를, 이스라엘을 보호하시고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게 하시며 영토를 수호하고 확장하게 하신 야훼를 찬양하는 제사로 변화시킨다”며 “이야기의 흐름에 따르면 입다의 딸은 번제 희생물이 되었다”고 했다.
아울러 “입다 딸의 희생은 가부장 사회에서 강요된 것이 아니라 폭력에 저항하고 공동체의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한 자발적인 것이었다”면서 “이스라엘의 딸들은, 드보라가 야엘을 기억한 것처럼, 입다의 딸의 희생을 기리며 기억한다”고 했다.
◇ “에브라임 족보, 과거의 역사적 전통을 변화된 사회에서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지 통찰력 줘”
이어 두 번째로 발제한 이미숙 교수는 “오경에서 에브라임은 요셉의 둘째 아들로 그의 장자권을 계승한 인물로서 야곱의 유언에서 유다 지파와 우위를 차지하거나 경쟁할 유력한 지파로 소개된다(창 48:8~20; 49:22~26)”며 “야곱은 아브라함 때부터 받은 자손과 땅에 대한 약속을 요셉에게 전하며 형제보다 세겜 성읍을 하나 더 상속해 준다(창 48:4, 22)”고 했다.
이 교수는 “요셉은 형제들과 함께 야곱의 장례식을 가나안 땅에서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유언에서 출애굽과 땅 약속을 상기시키며 상징적으로 그의 해골을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창50:1~14, 22~26)”며 “요셉 지파가 초기 이스라엘 정착 역사에서 기여한 바는 북왕국 멸
망으로 잊혀졌으나 포로귀환 후 역대기 기자에 의해 새로운 정착 전승과 해석으로 에브라임 족보 안에서 소환되었다”고 했다.
또 “가드 침탈 사건과 세에라의 건축 활동은 초기 이스라엘 정착 역사에서 보여준 에브라임 지파의 노력과 공헌을 상기시키려는 역대기 기자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숙 교수는 “두 지파의 영토 목록에 대한 분석은 그것의 출처로 알려진 여호수아서와 사사기 본문과 비교해 볼 때 에브라임 지파의 영토 범위가 더 확장되었으며 ‘아후자’와 ‘베노트’같은 용어들은 에브라임의 영토가 더 주의 깊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므낫세 영토 경계는 가나안 주민들의 미정복 성읍들을 완전하게 정복한 이후 므낫세의 북쪽 경계선으로 새롭게 해석되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족보와 지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살펴본 결과는 과거 에브라임 지파의 성공적인 정착 역사를 재구성하거나 회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포로귀환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구상에 그 목적이 있었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이어 “역대기 기자는 페르시아 시대 예후드의 영토 범위를 가능한 한 넓히고 북부 지역을 포함하는 ‘온 이스라엘 땅’을 제시하고자 했는지 모른다”면서 “역대기 기자의 이념적 차원은 땅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관심으로 이끈다. 에브라임 족보는 세에라를 통해 가부장적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문제에서부터 예루살렘 중심의 포로귀환 공동체로부터 배제된 사마리아 공동체와 포로로 끌려가지 않고 살아온 남아있는 지역 주민들까지 그들의 다양한 소리를 듣게 해준다”고 했다.
아울러 “에브라임 족보는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과거의 역사적 전통을 변화된 사회에서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지 통찰력을 주며 오경과 에스라-느헤미야서의 주된 관점으로부터 다르게 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고 했다.
◇ “구원, 구원의 상태 모두 나타낼 수 있어”
이어 마지막 세 번째로 발제한 김문경 교수는 “요한일서에 나타나는 구원 이해를 내러티브적으로 고찰했다”며 “요한일서에 나오는 구원 이해에서 특징적인 여러 개념들과 ‘예수의 죽음’ 이해에 관해 어휘-의미론적이고 전승사적인 관점을 검토했을 때, 개념으로서의 구원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구원론이라는 용어는 어두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상황으로(요한의 표면적 이원론)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할 수도 있다”며 “이는 구원을 설명하고 이해할 때 변화의 시점에 대한 개념으로 제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아울러 “구원은 변화의 시점과 그러한 변화의 지속적인 영향, 곧 구원의 상태를 모두 나타낼 수도 있다”며 “요한서신은 구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참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을 통해 죄인과 세상이 영생에 이르는 구원과 구원 상태에 관해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조망하는 다중시간적 이해를 통해 영생의 선물을 포괄적으로 설명해 준다”고 했다.
한편, 발제 이후 질의 응답 및 토의 순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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