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2018년부터 예장통합 서울노회유지재단에 교회재산을 명의신탁한 여러 교회들이 압류되고 경매당하는 일이 발생하여 교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교회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021년 5월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주식회사 선우에 의해 강제경매로 나온 성동구 무학교회는 620억 자산가치에도 불구하고 400억에 경매가 개시됐다. 120억 규모의 서울숲교회는 80억에 경매가 진행됐다고 한다.

이중 서울숲교회와 자양교회의 경우 이단인 하나님의교회에서 낙찰을 받아 입찰보증금 23억원을 납부했지만 서울동부지방법원이 경매 낙찰 교회에 대해 ‘매각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시도는 불발됐다(기독교연합신문, 2020.5.27.자 보도). 경매가 불허된 이유는 지교회 재산이 서울노회재단(법인)의 기본재산으로 등록되어 있어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는 낙찰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기독일보, 2020.4.27).

이 사건은 서울노회유지재단에 교회토지를 명의신탁하였던 은성교회가 2013년 부도가 나면서 시작되었다. 토지사용료를 받지 못한 건설회사 선우가 서울노회유지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고 그 판결을 근거로 유지재단에 등기된 다른 교회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에 들어간 것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다른 교회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발생하였으며, 사건의 쟁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이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판결 : 예장통합 서울노회유지재단이 제기한 교회강제경매에 대한 청구이의의소를 기각한 판결(대법원 2023.4.27 선고 2019다302985 판결)

◈ 사건의 개요

가. 은성교회(예장통합 영등포노회)는 서올노회유지재단에게 교회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서올노회유지재단 명의로 교회 건축허가를 받았다. 은성교회는 우리은행으로부터 교회건물 신축자금을 대출받으면서 교회토지에 관하여 390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으나 건축도중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부도가 났고 2013년 5월 경매에서 시공사인 주식회사 선우(피고)에 넘어갔다. 당시 교회토지의 가치는 460억 정도였으나 선우는 188억에 낙찰받았다.

나. 선우가 교회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교회건물의 신축공사는 토공사와 지하·지상 전체의 철골공사, 지붕 골조공사가 완료되었고 지상 골조공사와 외벽의 벽체공사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은성교회는 공사가 중단된 2011년경부터 미완성된 교회건물에서 예배를 하는 등 이를 점유하고 있었다.

다. 선우는 2013.6.4. 창원지방법원에 사실상 공중분해된 은성교회 대신 은성교회가 명의를 신탁했던 서울노회유지재단를 상대로 토지 사용료(지료)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014년 1심에서 승소하였다(제1판결). 선우는 판결금액에 볼복하여 항소하였지만 이 소송의 피고였던 서울노회유지재단은 항소하지 않았고, 소송 도중 선우가 항소를 취하하면서 제1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선우는 위 제1판결을 근거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서울노회유지재단 소유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2018.9.4. 경매개시결정을 받고 유지재단에 소속된 10개 교회를 강제경매에 넘겼다. 은성교회 부도사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교단소속 10개 교회가 강제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서울노회유지재단(원고)은 2018년 선우(피고)를 상대로 강제경매 청구이의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하고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선우측이 청구한 강제집행 채권은 (1) 제1판결 이전에 발생한 토지사용료(지료) 33억원과 (2) 제1판결 이후 발생한 사용료(지료) 17억원, 합계 50억원이다.

◈원고(서울노회유지재단)의 주장

가. 토지와 교회건물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은성교회이고 원고는 그 소유권이전등기 및 건축허가의 명의수탁자에 불과하므로 토지의 점유자는 원고가 아니라 은성교회이다. 그런데 제1판결은 원고가 교회건물의 소유자로서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토지의 사용이익 상당의 부당이득금과 교회부지에 관한 지료의 지급을 명하였는바, 이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부당한 판결이다. 제1판결의 항소심에서 원고가 다투고자 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하여 그러한 사정을 알게 되자 항소를 취하하여 제1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게 하였다.

나. 피고는 토지를 임의경매절차를 통하여 188억 원에 매수하였는데 현재 그 시가가 460억 원 이상으로 상승하여 상당한 이익을 얻은 반면, 원고는 은성교회를 비롯한 지교회로부터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고 그 부동산의 사용․수익은 전적으로 지교회가 하고 있으며 제1판결에 기초한 피고의 강제집행으로 원고 소속 지교회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다. 제1판결은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고, 그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현저히 부당하며 원고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는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를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제1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판결의 요지

[1] 제1판결 이전 토지사용료

교회건물이 은성교회의 비용과 노력으로 건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건축허가 명의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은성교회가 교회건물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은성교회와 서울노회유지재단은 교회건물이 완성되면 재단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침으로써 교회건물도 교회토지와 마찬가지로 원고에게 명의신탁하기로 약정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원고가 제1판결 소송과정에서 이와 같은 명의신탁 관계를 밝혔다면 근저당권 설정 당시 교회부지와 교회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에 속하던 것이 아니어서 교회부지에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여지가 없고 원고가 토지를 점유하였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지료 또는 부당이득금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원고는 제1판결이 선고되기 전 명의신탁 주장을 하지 않았다.

변론주의 원칙상 공격방어방법을 제출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은 원칙적으로 그와 같은 공격방어방법을 제출하지 아니한 당사자에게 발생해야 한다. 따라서 제1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로서 그에 기초한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원고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제1판결 이후 토지사용료

제1판결은 변론종결 후에도 원고가 피고 소유의 토지를 점유하는 것이 변론종결 당시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인도할 때까지 지료 지급 또는 사용이익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명하는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제1판결의 변론종결 후 원고가 은성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토지를 점유하지 않았음이 객관적으로 판명된 이상 제1판결 변론종결 당시의 예측은 어긋나게 되었고, 이는 제1판결 확정 후에 새로운 사유가 발생하여 사정변경이 있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교회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토지를 점유하지 않는다는 사유를 주장하면서 제1판결의 변론종결 이후 금전 지급을 명한 부분의 집행배제를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원고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강제조정

대법원의 일부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선우측 청구금액 50억원 중 33억원에 대한 서울노회유지재단의 지급 채무가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부산고등법원은 2023.8.10.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통해 서울노회유지재단이 선우에게 25억원을 지급하면 선우측은 강제집행신청사건과 압류⋅추심명령신청을 모두 취하하고 집행을 해제하도록 결정하였다.

지급금이 마련되면 2018년부터 시작된 서울노회유지재단 소속 17개 교회 강제경매 사태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제 공은 서울노회유지재단측에 넘어갔다. 유지재단은 가입 27개 노회에 공문을 보내 분담금 지급을 호소하고 있지만 모금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기독교연합신문, 2023.8.27.자, 제2면). <계속>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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