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실천신학회

최근 벌어진 ‘묻지마’ 폭행과 살인 사건이 양극화에 따라 사회 구성원의 소외의식이 심화되면서 가진 자들에 대한 왜곡된 분노로 확장·표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교회는 지역 사회 소외계층을 돌보는 상담센터 역할로서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89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가 16일 오전 분당 한신교회(담임 윤교희 목사)에서 ‘건강한 교회 세우기-분과별 사례 교회와 신학적 분석’이라는 주제로 열린 가운데, 이날 구본경 박사(이화여대)는 ‘공공성 실천의 주체로서의 교회:교회 상담센터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구 박사는 “지난 7월 신림동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범죄로 4명의 사상자, 지난 8월 분당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으로 14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묻지마 범죄 예고 게시글이 SNS상에서 쏟아지기도 했다”며 “이에 대한 원인으로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실제 신림동 묻지 살인사건 피의자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로 “힘들어서 그랬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모든 게 예전부터 안 좋은 상황이었다” 등을 답했다”며 “사회적 양극화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구성원들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정신 건강을 악화시켜 범죄발생률 상승 등 사회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양극화는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적 분열을 야기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격차는 21배로 팬데믹 이전보다 더욱 악화됐다”며 “한 국민통합 관련 의식 조사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분열 감정의 급증률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61%로 제일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특히 “2018년 한국심리학회지 수록 논문(김영주·나진경 박사)에 따르면, 경제 소득의 양극화는 정치적 관점의 대립, 상대적 박탈감, 생활양식의 이분화 등 사회 전반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사회집단 간 갈등과 긴장을 유발하고 사회 불안의 가능성을 높여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공동체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며 “또 양극화는 살인, 절도 등 강력 범죄 발생과 연관이 있고, 자살률, 마약 및 약물 사용, 알콜 남용, 폭력의 증가와도 관련성이 있다. 조현병 발병률 증가 및 신체 건강 악화 등 여러 사회적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했다.

구 박사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회 계층에 대한 돌봄, 인간 존엄을 지켜내려는 것이 예수 가르침의 본질이라면, 지역사회에서 그물망처럼 뻗어 있어 취약 계층과 만나기 쉬운 교회는 예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가”라며 “교회를 향한 취약 계층의 도움 요청은 여러 제약 상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교회가 공공성을 실천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한다면 양극화로 치닫는 현대 사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구 박사는 “교회의 공공성 실천은 소외계층에 대한 경제적 도움을 넘어, 그들을 차별과 박탈이 없는 하나님 나라로 초대하는 것”이라며 “교회에서 함께 먹고, 마시며 소외계층이 사회구조 안에 갇혀 씌워진 틀을 벗겨주고, 자유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
맨 왼쪽에서 두번 째가 구본경 박사.©한국실천신학회

그는 “상담센터는 실제 교회들이 지역사회에서 공공성을 실천하는 좋은 예”라며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예수님의 사람들교회’와 부설 상담센터 ‘상담센터 품’을 소개했다. 구 박사에 따르면, 개척 6년째에 접어든 본 교회와 상담센터는 현재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 심리적 돌봄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 내 소외계층을 돌보는 등 공공성을 추구하고 있다. 지역 사회 소외 청소년을 상대로 자립을 돕고 독거노인을 찾아가 알콜 중독 등 재활을 돕는다.

이어 “본 교회와 센터는 지자체와 연계해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주민들을 지원하고 상담센터를 설립했다. 부모의 자녀 양육 등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실시, 취약 계층 가정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사회 내 소규모 공동체를 형성, 자녀 연령대 등에 따라 자발적 모임이 형성되면서 참석자들은 서로를 돌보는 일이 잦아졌다. 지역 사회에서 홀로 남겨진 취약 계층이 다른 구성원과 함께 만나 소통하고 공감하는 이른바 ‘살아있는 인간망’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목회심리상담가 존 패튼(John Patton)은 목회자 주도의 돌봄 형태가 아닌, 회중이 함께 돌보는 돌봄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교회 부설 상담센터는 돌봄 대상을 신자에서 지역주민으로 확장, 각종 교육 프로그램 실시를 통해 돌봄의 생태환경 구축과 살아있는 인간망 형성을 촉진하고 있다”고 했다.

구 박사는 “교회는 지역 사회 안에 촘촘한 그물망처럼 자리 잡고 있다. 지역 교회는 다른 단체와의 연대 확장도 용이해, 소외 계층 돌봄을 위한 공적 역할에 그 어떤 기관보다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며 “또 교회 내 시설을 활용, 지역 사회 내 공공성 확립을 위한 활동 협력도 용이하다”고 했다.

그는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컷(D.W.Winnicott) 주장대로 교회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소외계층에 중간세계 역할을 할 수 있다. 교회의 이러한 공공성 실천 노력은 소외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는 것”이라며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교회는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과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문진형 박사(개신대)가 ‘다음세대 신앙교육의 장으로서 가정의 성경적 역할: 출애굽기 12-13장 연구와 Grace Family Baptist Church 사례분석’, 채정명 박사(웨신대)가 ‘뉴노멀 시대에 교회가 추구해야 할 복음적 프락시스의 설교: 기독교 이야기와 비전으로서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이영미(서울신대) 박사가 ‘목민심서에 나타난 건강한 교회를 위한 리더십 고찰’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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