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란 모름지기 ‘훔쳐보는’ 것이다.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솔직하고 내밀한 고백이 가득한 일기는 꼭꼭 감춰두는 법이니. 그런데 이 책은 ‘대놓고 보는’ 남의 일기다. 한근영 사모(인천 담트고 길닦는 교회 조혁진 담임목사 사모)가 집필한 본 도서는 병중의 남편이 부르심에 순종하여 가정교회를 시작하던 2008년에 교회 개척일지로 QT일기를 시작한 이래 15년간 써 온 예수동행일기 중 10가지 주제와 형태를 따라 97편을 뽑아 엮은 일기 모음집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소망 없는 나 자신을 붙잡고 치덕이던 삶의 형태에서 벗어나, 아름답고 신실하신 하나님을 끈질기게 붙잡고 기도하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하루를 돌아보며 QT일기를 쓰면서부터였다. 사소해 보이는 이 일기 쓰기를 이어가면서 내 시선은 차츰 하나님께로 옮겨갔다. 누군가에게 SOS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그래. 편지 일기를 써야겠다!’ 그때부터 내 일기의 문체는 편지체가 되었다. 때로는 주님께, 때로는 우릴 위해 기도하고 있을 지체들에게 날 위해 기도해 달라고, 제발 우리를 구원해 달라고 간구하는 심정으로 나의 나날들을 기록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자주 방전되는 체력 탓에 일기 쓰기가 쉽지 않아, 하루의 많은 사건 중 일부만을 떼어 메모하듯 써 내려갔다. 문체를 평어체로 바꾸고 하루 일상의 한 조각이나마 붙들고 써 내려간 건 그 때문이었다.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글이란 영감이 주어져야 쓸 수 있지만, 때로는 글을 쓰다가 새로운 영감이 부어져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가 펼쳐진다는. 예수동행일기를 쓰면서 그 말의 뜻을 알았다. 하루를 살면서 ‘오늘은 이 일을 써야지’라고 작정했던 내용을 일기장에 옮기다 보면 불현듯 새로운 깨달음이 주어지거나 하나님의 새로운 음성을 듣게 되곤 했으니까”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말씀을 붙잡고 묵상할 뿐 아니라, 그 말씀을 적용하며 사는 날들의 기쁨을 기록하기로 했다. 회개하면서, 말씀을 묵상하고 적용하면서, 또한 일기를 기록하면서 내 안에는 비로소 그리스도의 새 생명이 자라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이 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선하신 무언가를 빚어가고 계셨다. 우리가 무엇이길래, 도대체 내가 무엇이길래... 그러고 보니 내 삶의 모든 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소중했기에 나는 모든 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하나님께선 내게 기적을 꿈꾸게 하셨다. 아니, 성도라면 기적을 꿈꾸는 게 당연하다 하셨다. 기적이 없어도 감사를 고백하던 그 시점에서, 또한 감사함으로 구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아뢰던 그때, 하나님은 내게 그분의 능하신 일들을 바라보게 하셨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계절에 들어선 뒤에도 예수동행일기 쓰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춰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더러는 지나온 계절에 대한 안도감과 감사를 안은 채, 더러는 새롭게 시작된 가을 폭풍과의 싸움을 치르며 나는 주님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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