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준비국민포럼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이 공동주최한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저지를 위한 긴급 세미나’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강승규 통일준비국민포럼 중앙회장(전 고려대 교수)은 개회사에서 “중국은 재중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보고 강제북송을 시도하려고 한다. 코로나19 봉쇄정책 해제에 따른 북·중 국경의 재개방으로 인해 중국의 대규모 강제송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최근 중국은 안면인식 CCTV를 수억대 설치하고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등 재중 탈북민들을 옥죄고 있다. 중국은 재중 탈북민에 대해 국제인권규범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해 탈북민 본인 의사에 따라 북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불참한 박선기 변호사(유엔형사법원 재판관)는 주최 측에 보낸 환영사 전문에서 “중국엔 현재 1만여 명의 재중 탈북민이 체류하고 있다. 2023년 6월 유엔 Human Rights Council의 북한인권 UN Special Rapporteur에 의하면, 천 명이 넘는 탈북민이 현재 중국에 억류 중이라고 한다”며 “대부분 인신매매, 강제 결혼 등 사실상 노예 상태로 지내면서 대한민국 등 자유 세계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 공산 독재정권에 의해 억압받는 피해자로 대한민국과 전 세계인들이 보호해야 할 국제법상 난민”이라고 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중국 내 구금된 탈북민이 2000여 명이 넘는다는 자료도 최근 발표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국경이 폐쇄된 지 3년 6개월 만에 재개방을 앞두고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앞둔 중국에 대해 외교부와 통일부는 국제적 여론으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시도를 저지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호받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지녀야 한다”며 “이러한 정신이 중국에 전달돼 재중 탈북민에 대한 강제북송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중국 정부는 유엔 및 국제사회의 요청을 수용해 재중 탈북민의 강제북송을 중단하라”고 했다.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이정훈 교수(연세대 국제대학원장)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9월 방한 당시 ‘재중 탈북민이 현재 2000여 명에 달해, 북한에 강제송환 시 가혹한 처벌과 고문, 다른 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탈북민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도와야 함’을 지적했다”며 “지난 6월 13일 미국 초당적 협력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중국 내 탈북민의 강제북송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개최한 청문회에서 특히 중국의 탈북민 강제송환을 미국 및 동맹국들이 행동으로 막아야 함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재중 탈북민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정의하는 난민이 아니라 중국에 입국한 불법체류자로 취급하고 있다. 이 협약 제1조에 따르면 난민은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그 나라에 돌아갔을 경우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반간첩법을 제정, 재중 탈북민 구출을 돕는 활동가 체포를 가속화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주요 대북정책 과제로 제시했으나 선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속히 이행해야 한다. 재단 출범이 여의치 않을 시 전미민주주의기금(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에 버금가는 별도의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 단체는 미 의회가 탈북자 단체에 활동 자금을 지원하고자 설립한 비영리 독립 단체”라며 “그러나 대한민국의 북한인권재단은 지난 2018년 예산 109억 원을 확보했으나, 현재 재단 출범을 위한 이사 추천이 민주당의 거부로 무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활성화 및 법무부 역할 확대도 시급하다. 서독은 1961년 니더작센 주(州) 잘츠기터에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했다. 이는 동독의 비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해 향후 형사소추가 가능했을 때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토록 해당 자료를 수집·보존하는 기관”이라며 “이는 실제 동독 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를 억제하는 기능도 했다. 동독 지도부의 인권침해 상황을 국제사회에 구체적으로 알려 동독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가하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북한의 인권유린 범죄에 대한 증거만 보존할 것이 아니라 법적 책임추궁을 담당할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 심리전 재개도 중요하다. 전단 살포, 라디오 방송 등 대북심리전은 북한 체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북한 사회에 외부 정부를 유입하기 위한 활동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북한 주민의 인권의식을 싹트는 변화를 가져올 가장 확실한 단초”라고 했다.
특히 “재중 탈북민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설치된 유엔난민기구에 대한 행동 촉구도 필요하다. 재중 탈북민의 대다수인 여성은 가사노동, 대리모, 매춘 등 인신매매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1951년 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 프로토콜 규정에 따르면 재중 탈북민은 보호받아야 할 합법적인 난민이 분명하다. 왜냐면 그들이 강제북송 되는 순간 북한 형법에 의해 조국을 배신한 혐의로 구금, 징역, 고문, 사형 등의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해 ‘반인도 범죄 방조 행위’로 결론을 내린 이유이기도 하다”며 “1995년 중국과 체결한 특별협정에 의하면 유엔난민기구는 탈북민의 난민 지위를 결정하고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 양자 간 분쟁 발생 시 45일 이내 구속력 있는 중재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는데도, 유엔난민기구는 중재 요청 권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난민기구는 첫째, 탈북민들이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 제3국으로 안전히 이동하도록 공식통로를 개설해야 한다. 둘째, 중국 당국을 설득해 중국에 불법체류 중인 탈북민들을 사면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셋째, 탈북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유엔난민캠프를 건립하는 것이다. 가령 탈북민 전용 임시수용시설을 몽골에 세운다면 중국 당국도 큰 골칫거리를 해소할 기회”라고 했다.
임철 변호사(서울대 공익법률센터)는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송환은 국제조약과 국제관습법에 위배되는 반인도적 행위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의 강제송환금지원칙 및 고문방지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고문방지협약 제3조엔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해선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엔 범죄인인도의 경우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제33조는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생명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선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공민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도주한 사실 자체가 북한 형법상 엄중한 범죄에 해당해 형벌을 받는다. 탈북민 강제송환의 경우 북한 형법 제260조의 ‘국경비법출입죄’에 ‘조국반역죄’(동법 제63조), ‘민족반역죄’(동법 제70조)까지 더해져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며 “강제송환 당한 탈북민은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탈북민들을 단순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은 불법체류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 난민법상 ‘현장 난민’ 이론에 따르면 난민 인정에서 중요한 점은 ‘국적국을 떠날 때의 사유’가 아닌, ‘국적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사유’에 있다”며 “이 때문에 최초 탈북 이유가 경제적 곤궁일지라도 북한으로 돌아갈 시, 형법상 ‘조국반역죄’에 의해 정치범으로 확정돼 극심한 박해가 충분히 예상되며, 이런 경우 난민 인정요건에 해당한다. 중국의 주장처럼 탈북민을 단순 경제적 이유로 인한 불법체류자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중국 헌법은 외국인의 권리와 이익 보호 및 정치적 이유로 피난을 요청한 외국인의 보호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제32조 제1항) 또한 ‘국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한다’(제33조 제2항)고 천명하고 있다”며 “중국이 비록 별도의 난민법을 제정하지 않았으나, 유엔 구성원이 된 후 난민협약과 의정서에 가입했고 베이징에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도 설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홍콩 마카오, 베트남, 아프리카 난민 등 난민보호활동에 적극적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며 “그럼에도 중국은 유달리 탈북민에 관해선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은 북한과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이러한 태도는 국제관습법으로 확립된 난민협약상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이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헌장 및 세계인권선언을 위반한 것이다. 강제송환금지원칙은 국제강행규범이므로, 중국과 북한 간 송환규정은 이에 저촉돼 효력을 지닐 수 없다”고 했다.
앞서 탈북민 증언도 있었다. 박지현 영국 거주 북한인권활동가(징검다리 공동대표)는 “강제북송 과정에서 탈북 여성은 중국에서 경험했던 성적 피해를 북한에서 강제노역과 더불어 똑같이 당한다”며 “중국에서 임신한 북한 여성의 태아는 강제 유산된다. 심지어 태어난 아이를 엄마 앞에서 학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녀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중국 등 외국에서 체류 중인 탈북민들이 원하는 국가로 이송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부디 탈북민의 강제북송을 막는 그 약속을 지켜달라”고 했다.
2차례 강제북송과 3차례 탈북을 경험한 김명희 씨(연세대 사회복지학 박사수료)는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지 않으면 북한 인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중국은 난민협약 등에 따라 재중 탈북민의 강제북송을 중단하라”고 했다.
한편, 손광주 한반도선진화연대 이사장(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세미나에는 이상용 디렉터(Daily NK), 인지연 한변 홍보위원장(워싱턴 D.C 변호사), 이영종 뉴스핌 북한전문기자,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가 참여했다. 유호열 고려대 명예교수(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가 좌장을 맡은 라운드 테이블에는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손광주 이사장, 박선기 유엔형사법원 재판관, 허광일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대표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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