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통보제만으론 출생신고 사각지대 해결 못해
자기 드러내지 못하는 엄마들 보호해 생명 살려야
교회는 반낙태·다자녀 낳기·입양·반동성애 운동을”

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
영화 ‘드롭박스’에서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에서 한 아기를 안는 장면. ©SIAFF

아기가 태어나면 의료 기관이 그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가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시행은 1년 뒤다. 최근 미등록 영아에 대한 살해·유기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정치권이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 기관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가 2,23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이 그 1%인 23명의 신생아를 추적·조사했고, 한 산모가 2명의 아기를 출산한 뒤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한 사건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줬다. 생후 얼마 되지 않아 영양결핍으로 사망했거나, 출생 직후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사례도 확인됐다.

‘베이비박스’는 아기들이 아무런 보호 없이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모들이 아기를 맡길 수 있도록 생겨난 것이다. 서울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지난 2009년 12월 최초로 만들었다. 이 목사는 이번 미등록 영아 이슈, 그리고 국회에서 통과된 출산통보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기독일보는 4일 이 목사와 전화로 인터뷰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출생통보제가 국회를 통과했다. 어떻게 보나?

“사건이 터지니 부랴부랴 통과시켰는데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선 출생신고를 의무화 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출생신고 사각지대가 생겼다. 어떤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어 왔던 것이다. 가령 십대 미혼모의 경우 출생신고를 하면 더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된다. 아이도 키울 수 없다. 외도나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아기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엄마 없이 아빠만 있을 땐 신고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태어난 아기에 대한 보호라는 측면에서 문화적·환경적·법적·제도적·복지적으로 그 기반이 잘 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에 대한 문제를 먼저 해결했어야 한다. 만약 앞으로도 그런 보완 없이 출생통보제만 시행되면 오히려 지금보다 베이비박스에 더 많은 아이들이 맡겨질 수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아기를 낳는 엄마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불법 출산소가 생길 것인데 그렇게 되면 엄마도 아기도 위험해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보호출산제도 같이 입법돼야 한다.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이 제도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엄마들이 이 제도의 보호 아래 아기를 보다 안전하게 낳고, 또 국가에 아기를 등록할 수 있게 하자는 법이다. 그렇게 되면 태아까지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어떤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7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지지 않겠나 예상한다.”

-이번 미등록 영아 이슈와 관련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생명 존중과 사랑, 보호는 하나님의 뜻이다. 그렇기에 교회는 낙태 반대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생명이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제안되면 그 입법에 적극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다자녀 낳기 운동 뿐만 아니라 입양 운동, 동성애 반대 운동도 펼쳐야 한다. 그래서 많은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보다 더 많은 생명들에게 주님의 복음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교회는 사명감을 가지고 생명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편, 이종락 목사는 미국 최대 생명보호단체 라이브액션(LIVE ACTION)이 지난해 9월 주최한 제3회 생명상 시상식(LIVEACTION LIFE AWARDS Gala 2022)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올해의 생명상’을 받았다.

당시 라이브액션은 “20년 전, 한국에서 신생아들이 공공 장소에 버려지는 위기가 발생했다”며 “이 목사는 2009년 12월 미혼모들이 안전하게(그리고 익명으로) 아기를 맡길 수 있는 ‘베이비박스’를 설치하는 등 즉각 행동에 나섰다”고 했다.

라이브액션은 “이후 주사랑공동체로 이름 붙여진 그의 사역은 2,000명에 가까운 아기들을 구조했고, 10,000명에 가까운 미혼모들에게 육아 교육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수십 명의 장애 아동들에게 보호와 혜택을 제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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