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신학대학교(총장 권용근) 모난돌 동아리(회장 강현지 학우)가 27일 저녁 ‘교회와 대중문화’라는 주제로 2023 모난돌 동아리 출범기념 온라인(ZOOM) 세미나를 열었다.
먼저, ‘한국교회의 시대별 대중문화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승호 교수(영남신대)는 “1960년대 당시 문화 일반에 대한 신학적 관심은 ‘교회성장신학’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문화신학’ 혹은 ‘문화선교’에 대한 연구로 제안되었다”며 “그런데, 최근까지 국내 신학계와 한국교회가 대중문화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국교회에 깊이 뿌리내린 성속 이원론적 사고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 문화(혹은 기독교 문화)는 거룩한(holy) 문화인 반면, 세상 문화는 세속적인(secular) 문화라는 인식”이라며 “또한, 세속 문화 중에서도 고급문화로 여겨지는 클래식 문화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통속성 혹은 저급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한국교회가 세상 문화, 특히 대중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그리스도인이 대중문화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안내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로지 교회에서 형성된 문화만을 거룩한(holy) 문화로 여기고 향유해 왔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런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류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한류는 대중문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초기의 한류가 K-드라마와 K-팝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대중문화 각 영역으로 확산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한류 현상이 곧 한국교회와 신학계가 대중문화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원인”이라며 “이제 한국교회와 신학계는 대중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 대중문화와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대중문화를 목회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성장률이 감소하는 1990~2000년대 초반인 이 시기에 한국교회는 한류의 영향으로 대중문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며 “그러나, 교회가 대중문화 변혁의 주체로 기능하는 차원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대중문화를 교세 확장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었고, 대중문화에 대한 교회의 대조적인 두 가지 인식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하나는 대중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소위 교회 문화를 확산하려는 시도만으로는 교회 성장과 기독교 문화의 확산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라며 “또 다른 하나는 교회 메시지의 설득력 약화와 영적 권위가 하락하는 세속화 현상을 경험하면서, 교회 정체성과 영적 권위를 지키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교인 수가 정체 및 감소하는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인 이 시기의 문화는 각 정권의 이데올로기 성향에 따라, 문화정책 결정자들과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교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한류의 세계화 현상으로 문화의 산업적 가치에 관한 관심이 최근으로 올수록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를 전망해 볼 때, 신학과 교회의 대중문화(전통문화, 고급문화 등)에 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이며, 한국교회의 미학적 탐구에 관한 관심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교회 내에 유입된 세속 문화에 대한 비판적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며, 대중문화에 대한 교회의 관심 증가는 목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예배당 건물 중심의 교회론에서 선교적 교회론으로의 전환)”이라고 했다.
또한 “교회문화와 대중문화의 상호변혁을 위한 노력이 활발해질 것이며, 복음 전도, 공공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서의 문화적 향유 등 다양한 목적이 공존하는 가운데, 각 지역교회의 신학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강조점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로 ‘CCM과 대중음악’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민호기 교수는 “현대교회의 문화적 이슈 중 음악만큼이나 민감하고도 논쟁적인 주제는 없는 것 같다”며 “그 중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은 단연 그 모든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고, 관심도, 애정도, 비판도, 정죄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정확한 개념화도 부족했고, 현장에서의 정당한 평가도 미진했으며, 때로는 과장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했다.
민 교수는 “CCM이라는 용어 자체의 의미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신 또한 만만치 않았고 실제로 본 고장인 미국에서조차 CCM은 그리 일반화된 용어라 보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교회가 보는 CCM, 세상이 보는 CCM, 우리 스스로가 보는 CCM 등 다양한 관점과 상이한 필요들이 존재했고, 해석이 다양한 만큼 왜곡의 위험성 또한 크다”고 했다.
이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며 워십이 주류가 되며 ‘CCM 가수’들이 하루 아침에 ‘예배인도자’로 변신했고, ‘선교단’은 ‘워십팀’이라는 좀 더 글로벌한 이름을 얻었다”며 “그리고 ‘선교단’이란 이름의 사명감으로 나가던 노방찬양, 군부대집회 등은 점차 사라지고,
‘워십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철저히 교회내수용으로 활동하게 된다. 근래 들어 이런 워십 편향성에 염증을 느낀 음악사역자들이 다시 세상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미미하나마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찬양문화가 본격적으로 교회에 유입되던 시기, CCM에 대한 교회의 인식이나 기대는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대다수의 목회자들 역시 이 새로운 찬양들을 진정한 신앙의 요소로 인식하기보다 ‘교회부흥의 도구’ 정도의 하위개념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사역자들의 부푼 꿈은 현실적 한계 앞에 신기루처럼 스러져갔다”며 “새로운 찬양예배 문화는 한국교회 안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나 오히려 음악사역 자체는 현저히 위축되었다”고 했다.
민 교수는 “현대 교회와 설교의 목표가 착한 사람들을 조금 더 착하게 하는데 있는 것 같다는 어느 신학자의 우려처럼 우리의 노래도 그 정도 어디쯤에서 그치진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며 “일반 대중음악에서 느낀 감동이나 교훈과 CCM을 통한 영적인 감동, 삶의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 앞에 늘 주춤하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의 노래 속에서 하나님께서 직접 일하시고 만지시는 영적인 영역의 일은 차지하고서라도 어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그 분의 뜻을 이루는 것인지 묻고 또 묻게 된다”며 “그러나 우리의 노래가 그들의 노래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삶과 신앙의 연장선상에서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임을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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