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성을 억압한다고 말들하나, 이는 전적으로 오해이다. 성경은 부부간의 성과 사랑에 대해 확실하게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는 남녀를 창조하시고 ”부모를 떠나 한 몸을 이루는 기쁨을 누리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축복의 명령을 하시었다. 그런데 과연 현대 생물과학은 그 축복이 실현되는 생물학적 메카니즘이 뇌와 전체 몸 속에 심겨져 있음을 발견하고 있다.
우리 모두 경험하였듯이 사랑에 빠지면, 몸에 변화가 일어난다.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오르고, 열이 나고, 진땀이 나고 잠이 오지 않고 입맛도 잃는다. “열병”이다. 이 사랑의 현상은 뇌의 생물학적 변화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람은 기쁨에 들뜨고, 바보 같아지고, 주위를 배회하다가 실족하기도 한다.
성적 욕망은 생식 즉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는 내재적인 원초적 본능이다. 이에 관련된 뇌의 중추는 사상하부이다. 사상하부는 생식선 자극호르몬을 분비하여 혈관을 통해 이동하여 고환과 난소를 자극하여 남자에서는 주로 남성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여자에서는 주로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을 생성하게 만든다. 이 호르몬들은 남녀 몸 모두에서 발견되며, 남녀에서 성욕(리비도)을 야기한다. 여자는 당연히 임신가능한 배란기에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는데, 이때 성욕이 가장 강해진다.
누군가에게 성적으로 끌림(attraction-매력을 느낌)을 갖게 되면, 이는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한다. 보상회로란 자극되면 “쾌락”(보상)을 느끼게 되는 구조이다. 뇌영상 실험에서 매력적인 영화배우 사진을 보게 할 때 (학교 친구 사진을 볼 때와 달리) 뇌의 보상회로의 기관들이 활성화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사람은 성적 매력을 느끼는 대상을 만나면 성적 보상의 가능성을 예기하게 된다. 이 예기에 자극받아 시상하부가 도파민을 생성한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서 보상회로에 속한 기관들-시상하부, 복측 피각, 측좌핵, 전전두엽, 편도, 해마, 섬엽 등등-을 활성화한다. 섹스 이외에도 각성제(마약), 쇼핑, 도박, 오븐에서 과자 굽는 냄새, 인터넷 게임, 등등도 도파민을 증가시킨다. 즉 도파민은 사랑에 빠지게(fall-in-love) 만든다.
끌림은 또한 뇌에서 도파민과 유사한 노어아드레날린도 분비하게 한다. 이 역시 활기. 다행감, 현기증, 등을 야기한다. (노어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에 대해 “싸우느냐 도망하느냐” 반응에 관련되는데, 그 증상은 영화 ≪아드레날린 24≫에서 보는 바와 같다) 또한 끌림은 세로토닌을 감소시키기도 하는데, 이로서 식욕과 기분에 변화가 오며, 강박증이 올 수도 있다. 소위 “상사병”은 이들 신경전달물질들에서의 변화로 인한 갈망과 흥분과 강박증이 겹친 상태라 할 수 있다.
오르가즘의 메카니즘은 아직 잘 모른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오르가즘이 보상회로의 활성화와 더불어 뇌의 다른 경계시스템의 작동은 중지되고 억압이 해방되는 현상을 동반한다는 것 정도만 알려주고 있다. 경계시스템의 작동중지는 정신의 혼미 내지 주체와 객체 사이 경계가 없어지는, 하나가 되는 현상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도파민이 폭주한다“(dopamine rush)고 말한다. 이런 몸의 변화를 뇌의 전전두엽은 “쾌락”으로 인지한다. 일단 쾌락을 느끼면 또 경험하려고 하게 만드는데, 이로써 중독현상이 발생한다. 마약 중독처럼 성적 쾌락에도 중독될 수 있다.
욕망과 끌림과 쾌락의 관계는 애착(attachment) 현상으로 어어지기 쉽다. 욕망과 끌림은 흔히 일시적이지만, 애착은 사랑의 관계를 오래 지속하게 하고 보증-확인하게 되는 장치이다. 우리 말로 “정(情)이 붙는 것”이다. 애착에서도 생물학적 메카니즘이 발견된다. 애착 때 뇌는 시상하부에서 두 가지 중요한 호르몬을 분비한다. 옥시토신과 바조프레신이다. 이들은 모두 출산시 자궁수축과 모유 분비를 일으키는 신경호르몬이다. 출산 후 어머니가 아기를 꼭 껴안거나 젖먹이는 행동을 보시라. 이때 본능적 사랑이 넘쳐난다. 엄마는 그 순간 아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마음 상태가 된다. 엄마는 아기에게 애착하고 아기도 엄마에게 애착한다. 말이 필요 없고 본능적으로 서로 공감(共感)한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배가 고파 그러는지 어디 아파 그러는지 엄마는 본능적으로 안다. 이 엄마-아기 사이의 애착-공감 현상은 아기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심리적 현상이기 이전에,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이다. 아기가 엄마에게서 떨어지면 본능적으로 그리고 필사적으로 어머니를 찾는다. 그래서 출산 직후 아기를 산모에게서 떼어 놓으면 안되는 것이다. (흑인 영가 “나는 때때로 엄마 없는 아이처럼 느낀다”를 생각해 보면, 애착이 끊어진 절망감을 이해할 수 있다)
아기는 풍부하고 만족스런 엄마와의 애착-공감 경험을 통해 장차 낯선 세상을 친밀하고 안전하게 느끼면서 살아갈 믿음을 가진다. 따라서 애착 현상은 평생 반복된다. 엄마와의 애착은 다른 친밀한 관계, 즉 아버지와의 관계, 형제자매관계, 가족애, 우정, 연애 특히 결혼 이후 일부일처제적 관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것 같다. 우리 말로는 오래 가까이 지내다 보면 “정”이 붙는(attach) 것이다. 특히 사랑에 빠질 때, 성행위 때, 또는 오르가즘 때 옥시토신이 증가한다. 그래서 옥시토신은 “껴안고 어르는 호르몬”(the cuddle hormone)이라 한다. 따라서 “사랑으로 한 몸이 된다”는 느낌은 옥시토신이 매개하는 것 아닐까 한다. 한 몸이 된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 분리 없이 완전한 교통이 이루어지는 상태이며, 완전한 공감(共感) 상태이다. 더 확대하여 옥시토신은 사람들 사이의 일반적인 우정, 신뢰. 공감, 사회적 다정함과 충성심. 민족애 기타 친밀한 관계(intimacy) 형성 등을 중개한다. 공감 능력이 큰 사람은 흔히 인정(人情)스럽다, 다정(多情)하다고 한다. 유사하게 옥시토신은 허그(안아주기), 터치, 다같이 노래부를 때, 팀활동 때 증가한다. 그리하여 인간들을 “결합시키는 호르몬”(bonding hormone)이라고 한다. 종합하면 옥시토신은 안전, 사회화, 생존, 생식에 관련된 호르몬이다. 남의 말을 안 듣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옥시토신이 부족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자폐증이 있는 사람에서 옥시토신 농도가 낮다. 그들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면 공감 능력이 증가한다.
이런 사랑과 애착과 공감 등은 사람을 기쁘게 한다. 그런에 이런 이야기는 단순하게 인간을 화학적으로 비인간화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기독교적 또는 영적인 “진실한 사랑“(true love)이 있다면 이 역시 생물학적일까? 진실한 남녀간의 사랑은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와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진실한 사랑은, 예수께서 교회를 향해 보이신 것처럼, 헌신과 희생과 고통을 요구한다. 이는 본능과 쾌락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창조섭리는 보다 더 복잡하고 더 신비할 것이다. 인간은 그 비밀을 도저히 다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학적 발견만 해도, 우리의 몸과 뇌에 심어주신 하나님의 신비한 창조의 디자인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역설적으로, 고통을 받더라도 성장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달아 기쁨을 누리는 능력-하나님께서는 이 능력을 우리에게 주시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 지고의 진실한 사랑의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라실 것이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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