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인선교회(대표 정두옥 회장, 이하 한미선)의 월례회가 서울 서초호민교회(담임 신석 목사)에서 13일 열렸다.
월례회의 이름은 ‘같이 움직인다’는 뜻의 ‘동동’(同動)이다. 세상 속에서 신앙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홀로 고독하게 작업해야 하는 미술가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작품을 공유하며 영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즉 기독 미술 작가들에게는 ‘단비’같은 모임이다.
교계에서 두드러지는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월례회에서 만난 한미선과 개별 작가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9월에 있을 가장 큰 행사인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과 6월 말에 진행되는 ‘몽골 국제학교’에서의 미술선교사역 등을 비롯해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
한미선의 정두옥 회장은 “우리 선교회는 단순히 ‘작품 전시’나 ‘미술 교육’을 넘어 선교의 비전을 가지고 미술을 통해 복음의 도구 되는 것을 지향한다. 이곳에는 그런 작가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작가들은 작품과 씨름하며 많은 고독을 겪게 된다. 그 밖에 작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삶의 고충들과 아픔들을 나누며 하나되는 것 같다. 때로 부족하면 금전적인 도움도 기꺼이 서로 준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마치 초대교회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9월에 열리는 가장 큰 행사인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을 준비하며 정 회장은 “작년에 30주년 행사를 하며 자신감을 좀 얻었다”며 이에 대해 “‘자만감’이라기 보다는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내가 쓸데없이 많은 걱정들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차피 하나님이 하신다)고 말했다. 그녀는 “공모전에서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그들이 만난 하나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공모전에 하나님의 은혜를 참 많이 경험한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그녀는 ‘청년 작가들에게 조언’으로 “우리도 ‘청년’이라는 시간을 겪어봤다. 순수한 열정으로 미술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성공하고 싶은 욕망도 많이 있었다”며 “요즘 젊은 문화가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짙은 것 같다. 자신의 커리어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단체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 같다”고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이어 “세상의 시선과 현실적 걱정을 이겨내고, 하나님 안에서 계속해서 연구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현대 풍조의 영향을 받은 ‘괴이한’, ‘어두운’, ‘자극적인’ 작품들이 각광을 받는다. 젊은 기독 작가들도 이런 영향을 받는데, 우리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영’을 받아 창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며칠 전 뉴스에도 한 여자가 ‘죽이고 싶어서 살인을 했다’는 뉴스가 났다. 우리의 문화가 이렇게 파괴되었고 거칠다. 기독 미술가로서 우리는 이런 악한 문화를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기독 예술가들의 문화 돌봄”을 강조했다.
월례회에서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작가들의 자신의 신앙과 작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모임에서는 2023 PED(Pastors' Equipment Developer) 컨퍼런스의 강연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조각가이자 문화사역자 장동근 목사의 삶과 작품 스토리를 나눴다.
한미선의 회원이기도 한 장 목사는 조각가이자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문화사역자이기도 하다. ‘Grace7’이라는 문화공간의 열어 다양한 지역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는가를 나눴다. 그의 간증은 “모든 아름다운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왔다”는 깨달음을 통해 시작되어 ‘창조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소통함으로 지역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문화 사역들”이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사역 이면에는 “도박 중독 아버지, 한 손이 없는 장애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던” 과거와 “힘든 가정환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일용적 노동자를 전전하며 알콜 중독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그리고 ‘밤마다 귀신이 찾아오는 신병’으로 자살충동을 느꼈던” 성장기와 대학생 시절의 고통스러운 시간들도 함께 나눴다.
한편, 한미선은 6월에 19일부터 26일까지 몽골에 있는 ‘밝은미래학교’라는 국제학교로 선교사역을 할 예정이다. 이는 미술선교사역으로 미술교육, 미술대회, 벽화사역 등을 계획했다.
한미선의 선교팀은 이달 말에 몽골의 학교가 마련한 캠프장을 벽화사역을 아름답게 꾸밀 예정이다. 또한 각 학생들이 티셔츠에 작품활동을 하고 이로 ‘패션쇼’를 열거나, 미술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고안된 창작활동으로 자유로운 낙서활동을 통해 ‘발상과 표현’을 이끌어 내는 ‘두들링’(doodling) 활동 등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들도 준비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미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컵타’(컵으로하는 난타), ‘찬양 율동’ 등도 준비해 미술활동 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시간까지 준비했다.
한미선의 몽골선교를 총괄하는 신혜정 선교부장은 “개인적으로는 2000년도부터 선교활동에 참여했다. 미술선교가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그전에는 미쳐 몰랐다. 이를 통해 선교가 무었인지 배우는 계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이 열방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배웠다”며 “미술이라는 작은 도구가 크게 쓰임받는 것 같다. 특별히 선교 과정 가운데 하나님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또 어떤일이 있을지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랑스에서 28년째 사역하고 있는 유인호 선교사 내외는 12년 만에 고국을 밟고, 한미선 동료들과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쁘아띠에’에서 ‘바나바 선교 센터’라는 사역을 섬기며 유학생과 미술가들을 오랫동안 섬겨왔다. 최근에는 ‘파리’로 사역지를 옮겼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상과 세계가 강한 프랑스의 예술가들은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도하면 잘 듣지 못한다. 그래서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계 속에서 전도하게 된다”며 “인간에 만남에는 우연이란 없다. 상황마다 환경마다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를 경험한다”고 고백한다.
유인호 선교사는 또한 작가로 대표적인 프랑스 미술전인 ‘르 살롱’ 초대작가일 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르 살롱展에 가는 이유는 작가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라고 고백한다. 더불어 한국 작가들에게 ‘르 살롱’展을 소개하고, 이들이 세속화된 유럽에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인호 선교사의 사모이자 동역자 김점희 선교사는 최근 몇 년간 구강암으로 인한 암투병과 항암치료 등 몸이 쇠약해졌다. 게다가 팬더믹 기간에 코로나를 걸리며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김 선교사는 남편의 전시로 인해 한국에서 보내는 1달 반여간의 시간 속에서 느꼈던 하나님의 섭리를 간증하며 “전시회로 인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를 축복과 위로를 넘치게 부어주셨다. 입에 마비까지와서 고생하고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문들도 열어주셨다”고 고백했다. 유 선교사도 “기도만 하고 왔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반전시켜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간증했다.
한미선의 신입회원이자 ‘전통 민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해석하는 송미리 작가는 한미선 활동에 대해 “처음 월례회에 왔을 때, 예배 가운데 눈물이 많이 났다. 민화 작가로 토속적인 주제와 소재로 많이 작업했는데 신앙인으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다 크리스천으로서 메시지가 있는 작업을 하니까 큰 은혜가 된다. 그리고 다른 크리스천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스스로 작가로서 점검도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 많은 위로도 받는다”라며 “아직 우리 선교회를 모르시는 기독 작가분들이 많다.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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