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은혜] 신학자 폴 틸리히 설교집 ‘새로운 존재’
치유에 관하여(1)
예수께서 그의 열두 제자를 부르사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는 권능을 주시니라(마태복음 10:1)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아시는 예수님이 중풍병자에게 먼저 그의 죄의 용서를 선언하신 후에야 그의 건강이 회복되었음을 선언하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마 9:1-8). 그 사람은 자기 자신 및 자신의 죄책감과 더불어 내적인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병은 이런 갈등으로부터 나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그에게 죄의 용서를 선포하시자 그는 자신이 자신과 또 세상과 화해되었음을 느낍니다. 그는 온전하고 건강하게 됩니다. 현대의 심층 심리학에는 진리와 깊이에 있어서 이런 통찰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또한 치유를 가능하게 만드는 태도에 대해 묘사합니다. 그 이야기들은 그것을 ‘신앙’(Faith)이라고 부릅니다....(중략)...오히려 신앙은 우리가 자기보다 큰 힘, 즉 우리를 흔들고 전복시키고 변화시키고 치유하는 힘에 사로잡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힘에 순복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예수님이 치유하실 수 있었고 치유하실 수 있는 이들은 그분 안에 있는 치유하는 힘에 순복했던 그리고 순복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기를 포기합니다. 분열되고, 자신과 모순되고, 자신을 미워하고, 그로 인해 다른 모든 사람들에 대해 적대적이고, 삶을 두려워하고, 죄책감에 짓눌리고, 자기를 비난하며, 변명하고, 다른 사람들을 피해 외로움 속으로 도망치고, 자신을 피해 다른 이들에게 도망치고, 최종적으로 실존의 위협으로부터 정신적·육체적 질병이라는 고통스럽고 기만적인 안전함 속으로 도피하는 자기를 말입니다. 예수님께 치유를 얻은 이들은 그렇게 예수님께 순복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순복을 ‘신앙’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그분은, 좋은 조력자들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듯이, 그들을 자신에게 붙들어 두시지 않습니다. 그분은 그들을 그들 자신에게로 돌려보내십니다-치유되고 온전해진 새로운 피조물로서 말입니다.
-p70-71
우리가 예수님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분만이 우리에게 사유와 행동을 위한 또 다른 율법을 제공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삶에 속한 그 어떤 것도 잘라버리거나 억압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화해의 현실이십니다. 그리고 바로 그분 안에서 우리와 우리의 실존 전체가 용납되고 재결합되는 새로운 현실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중략)...
왜냐하면 그 새로운 현실은 그분의 사역이 온전하게 하는 것이고 그분의 이름이 사랑이신 분이 갖고 계신 화해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p77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
1886년 8월 20일 독일에서 출생해 베를린, 할레, 브레슬라우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11년 신학전문직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가르칠 자격을 얻었다. 제1차세계대전 기간 중 4년간 군목으로 참전하면서 ‘터전의 흔들림’으로 표현될 만한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192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정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나치는 그가 유대인 학생들을 도운 것을 문제 삼아 그의 교수직을 박탈했다. 위기에 처한 틸리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은 미국의 유니온신학교였다.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든 틸리히는 낯선 땅에서 영어를 익히면서 강의를 했다. 그의 강의에는 그에게 주어진 ‘20세기 최대의 신학자’라는 칭호에 걸맞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유니온신학교에서 퇴임한 후 그는 1955년부터 1962년까지 하버드대학의 특별교수로 초빙되어 신학부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하여 집필 활동을 했다. 1965년 10월 11일 시카고대학 신학부 주관 초청 강연 도중 심장에 고통을 느껴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10월 22일 투병 중 숨을 거뒀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조직신학’, ‘존재에의 용기’ 등 다수가 있다.
출처 : 새로운 존재(폴 틸리히 지음, 김광남 옮김, 뉴라이프 출판사)
1955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본 책은 폴 틸리히가 뉴욕 유니온신학교,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 있는 코네티컷 대학 등지에서 했던 설교 모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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