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모 교수
류현모 교수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DNA의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지면 인간의 질환을 모두 정복할 수 있을 것처럼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개개인에서 발견된 염기서열의 변이가 질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여전히 해석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ENCODE(encyclopedia of DNA Element) 프로젝트가 2003년부터 시작되어 진행 중에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 DNA의 전체 30억 염기서열 중에 2% 정도만이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함유하고 있음을 밝혔다. 과거에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98%는 쓰레기(Junk) DNA라고 무시하였다. 그러나 ENCODE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정크 DNA 부분에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암호들이 존재하며, 단백질 유전정보의 발현 양, 시기, 부위를 조절하는데 나머지 98%의 대부분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진화론자들은 인간과 침팬지의 DNA 서열 중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는 2% 중에서도 일부만을 비교하여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체가 98~99% 비슷하다고 1975년부터 2005년까지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리고 이런 유사성을 인간이 침팬지에서 진화해 온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Science’지에 인간과 침팬지 DNA의 유사성에 대한 <상대적인 차이: 1%의 신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존 코헨은 이들 1% 차이를 주장한 논문들은 단백질을 암호화한 부분만 비교하여 진화론을 지지하는 자료를 제공한 신화적 이야기이며 최소한 5%의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침팬지와 사람의 유전체 차이가 1%라고 발표한 2005년 논문의 원 자료에서 그들이 비교했던 특정 부분만이 아닌 전체 유전체를 비교했을 때는 유사도가 81% 이하로 떨어졌으며, 특히 Y-염색체의 경우는 인간과 침팬지 사이에 30%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있음이 알려졌다. 즉, ENCODE 프로젝트로 밝혀진 사실을 반영할 때 침팬지와 사람 유전체의 비슷한 정도가 80% 이하라는 해석이 더 신뢰받게 되었다. 또 침팬지와 사람은 염색체 수와 염색체 상의 유전자 배열이 다르기 때문에 두 종간의 생식은 불가능하다.

ENCODE 프로젝트는 정크 DNA의 대부분이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많이 발현하느냐를 조절하는 것을 밝혔다. 신체의 구조나 생김새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의 발현 부위, 시기, 양의 변화이며 이것이 동물의 형태 즉 종 분류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이다. 진화론자들은 생물의 형태변화의 원인, 즉 진화의 증거를 단백질 암호화하는 DNA 염기서열의 유전적 변이로 설명한다. 유전정보의 염기서열이 비가역적으로 변화해서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런 변화들이 축적되어 대진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충분한 형태변화(진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진화론자들은 갈라파고스 섬의 핀치 새의 부리모양으로 핀치 새의 종을 다양하게 분류해 놓았다. 그러나 엘리뇨나 라니냐 현상 같은 해수 온도의 이상 변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의해 새의 부리 모양이 2~3년 만에 급속하게 바뀌는 것을 보고 당황하고 있다. 발생학과 분자생물학 연구의 결과는 BMP4와 Calmodulin 이라는 유전자가 어떤 시기에 어떤 부위에서 얼마나 발현하느냐에 의해 부리의 길이, 폭, 높이가 변화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형태변화의 이유는 급격한 가뭄에 의한 사막화(라니냐)나 장기적인 강우에 따른 밀림화(엘리뇨)에 의해 핀치들이 구할 수 있는 먹이의 변화가 형태를 조절하는 유전자들의 발현 부위, 시기, 양에 변화를 일으켰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유전적 변화는 DNA 염기서열의 A,G,C,T가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며, 이 변화는 후손들에게 영원히 전달된다. 반면 후성유전적 변화는 DNA 염기서열에는 변화 없이 그것을 수식하는 부분만 변하는 것으로, 그 수식과 연관되는 환경의 조건이 바뀌면 원상태 그대로 되돌아간다. 즉 유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유전되더라도 1~2세대 이내에 복귀한다.

듀크 대학의 랜디 저틀 교수는 똑 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임신한 생쥐에 엽산이 강화된 먹이와 엽산이 부족한 먹이를 각각 주는 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유전정보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엽산이 부족한 식이를 섭취한 어미의 배에서 태어난 새끼들에는 “아구티(밝은 갈색)” 유전자가 발현되어 밝은 갈색 털에 비만하고, 당뇨와 암에 쉽게 걸리는 새끼들이 태어났다. 반면 엽산이 충분한 먹이를 섭취한 어미에서 태어난 새끼는 진한 갈색 털에 날씬하고 건강한 새끼들이 태어났다. DNA 염기서열이 100% 같더라도 다른 종이라고 오해할 만큼 아주 큰 형태의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생물학은 아직까지 1750년대 린네의 방식에 따라 오직 형태만으로 생물의 종 분류를 하고 있고, 그 분류에 따른 진화를 논하고 있다. DNA 염기서열 분석기술이 발달하고 분자유전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는 전체 유전체의 염기서열 비교와 염색체 구조 비교를 통한 더 확실한 종 분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진화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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