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는 사도 바울이 로마에 있는 교우들에게 보낸 서신이자 이신칭의, 죄론 등을 알 수 있는 신약 성경의 주요 서중 하나이다. 류호준 교수(성서대학교 초빙교수, 저자)는 로마서를 단순히 교리와 이신칭의를 중심으로 한 ‘구원 논리’보다는, 칭의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정의 개념으로 시작해, 신구약을 넘나들면서 시종일관 로마서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이 책을 썼다.
저자는 본 도서에서 독자들에게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고 이것이 각자 삶의 관계망에서 펼쳐지는 ‘하나님 나라 논리’로 재해석하여 로마서를 새롭게 읽기 위한 묵상의 재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로마서의 논리는 ‘교리 논리’보다는 ‘역사 논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의 구원 경륜 안에서 유대인의 위치가 무엇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리고 이방인 역시 하나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에 관한 광대한 진술을 담고 있는 책이 로마서라는 것입니다. 바울의 로마서는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한 아버지와 두 아들’(일명 ‘기다리는 아버지 비유’)에 관한 이야기를 구원사적 논리로 써 내려간 장문의 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아들 유대인과 작은아들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하나님의 의’는 무엇입니까? 신약 헬라어 ‘디카이오쉬네’는 종종 ‘의’, ‘의로움’으로 번역되지만, 더 정확하게는 ‘정의’로 번역되는 구약 히브리어 ‘쩨다카’와 상응하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정의’로 번역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구원 역사에서 하나님의 정의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로마서의 핵심 주제입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어떻게 사람에게 전가되는지는 이차적 주제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의 전가(칭의)로만 로마서를 읽으려 하는 좁은 시야를 면치 못합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옛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 줄을 알면서도, 그 죽음을 스스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집행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뜻입니다. 자신이 죽어야 하는데도 죽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시 살 수 있다면 오직 그리스도와 함께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분과 함께해야만 죽음의 물속에서 산자의 땅으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크리스천의 삶을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생명이 우리 안에 흐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마치 죽음의 잔해들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조수와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깨어질 수도 있고 흐트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크리스천으로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영적으로 부스러지고 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은혜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가 기도할 줄 모르는 두 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똑바로 기도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궁핍이 얼마나 깊은지에 무지할 뿐 아니라, 자기 영혼의 깊이에 대해서도 무지합니다. 우리는 자기 마음의 깊이를 모릅니다. 오직 하나님만 그것을 아시고 찾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당신의 측량줄로 우리 마음과 영혼의 깊이를 재십니다”고 했다.
한편, 류호준 교수는 미국 칼빈신학대학원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25년을 가르쳤고(1995-2019),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한인교회와 한국 평촌 무지개교회에서 담임목사로 25년을 목회했다. 현직에서 은퇴한 후 현재는 성서대학교의 초빙교수로 틈틈이 성경 과목을 가르치며 홈페이지 <무지개 성서 교실>을 통해 목회자와 평신도들을 위한 신학과 신앙교육에 마중물이 되는 글을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 <교회에게 하고픈 말>, <인간의 죄에 고뇌하시는 하나님>, <똑바로 우아하게 걷기>, <시시한 일상이 우리를 구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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