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삼 교수
채영삼 교수(백석대)

<지붕 없는 교회: 야고보서의 이해>(2012년)에서 시작해서 <지키심을 입은 교회: 요한이서, 요한삼서, 유다서의 이해>(2022년)까지 완성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나, 개신교 전통에서 ‘지푸라기 서신’이라는 오명을 가진 야고보서의 복음과 가르침을 외면하면, 비가오고 폭풍이 칠 때 그것을 그대로 다 맞을 수밖에 없는 ‘지붕 없는 교회’같을 것이라는 다소 비판적 시각에서 시작했지만, 공동서신의 이해 시리즈는 그리스도의 진리와 하나님의 사랑으로 ‘지키심을 입은 교회’라는 은혜로운 주제로 마치게 되었다.

그 가운데 출간하게 된 <십자가와 선한 양심: 베드로전서의 이해>(2014년)에서는, 십자가를 붙드는 신앙은 세상 사람들에게도 있는 ‘양심이 없는 신앙일 수 없다’는 평소의 문제의식에 대한 답을 주었던 연구였다. 당시 바벨론으로 불렸던 로마에 흩어져 살아가야 했던 소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십자가는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셨던 선한 양심의 길’이었다는 것이, 베드로가 깨닫고 제시한 십자가에 대한 재해석이었다. 그것은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한 십자가’에서 그 독특함을 드러내었던 사도 바울의 해석과 함께, 십자가의 의미를 보다 균형 잡히고 온전하게 이해하려 했던 초기교회 사도들의 가르침인 것이다.

<신적 성품과 거짓가르침: 베드로후서의 이해>(2017년)에서 발견하게 된 것들 가운데 하나는, 초기교회가 ‘신적 성품에 참여하는 것’을 신학과 교회와 신앙에 있어서 최고의 목적으로 두었었다는 사실이다. 교회란 무엇인가? 성도는 모여서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초기교회 이후 유수한 교회전통은 로마서 1:17이 아니라 베드로후서 1:4를 가리킬 것이다. 교회는 이미 새 하늘과 새 땅의 실재에 참여하는 신적 성품에서 성장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거짓교사들에 대한 경고와 가르침은 오늘날 교회에게 얼마나 절실한가!

<코이노니아와 코스모스: 요한일서의 이해>(2021년)는, 공동서신의 신학과 영성의 절정이 요한일서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교부들은 삼위 하나님과의 코이노니아를 하나님 나라의 실체와 동일시했다. 그만큼 삼위 하나님과의 코이노니아는 지금의 코스모스를 집어 삼킬 만큼 위대하고 강력하고 폭넓은 실재이다. 그 안에는 영원한 생명과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성령께서 이 모든 것을 완성하실 것이다. 또한 새 언약이 어떻게 요한일서의 코이노니아 속에 녹아 있는지를 발견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이번 <공동서신의 이해 시리즈 한정판>에는 <코이노니아 성경: 공동서신>이 포함되어 있다(5월부터 출시예정). 그 동안 공동서신 각권을 해설하면서 공동서신 원문을 번역해왔는데, 이번에 다듬고 보완해서 하나의 새로운 성경 번역본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특징은, 번역 본문을 그 동안 출간했던 공동서신 각 권에 있는 소제목들을 따라 배열해서, 번역 본문만 읽어도 어떤 주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편집했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각주를 달아 해설을 넣었고, 각주를 주의 깊게 읽으면 본문의 핵심적인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존의 한글번역들과 함께 사용되어, 공동서신을 더 정확하고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

또 하나,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위한 공동서신의 복음, 교회론, 윤리적 비전>이라는 논문도 소책자로 만들어 포함시켰다. 공동서신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복음은 바울 서신에 있고, 공동서신은 실천적 서신들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공동서신은 나름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재해석하고, 그에 맞는 교회론과 그에 걸 맞는 윤리적 비전을 제시한다. 바울서신이든 공동서신이든 모두 한 나무에서 나온 다른 줄기여서 공통된 본질을 갖고 있지만, 그 방향과 역할과 효용성은 다르고 또한 달라서 유용한 것이다. 특별히, 코로나19의 고난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은 매우 의미가 깊다. 고난은 그것을 깊이 숙고하여 그 고난이 던진 문제를 극복할 때 비로소 지나가는 것이고 그렇게 의미를 갖게 된다. 코로나의 고난을 헛되게 하지 않는 ‘신학함’(doing theology)에 있어서, 공동서신은 정경적으로 재발견되어야 할 유용한 텍스트(text)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 선 교회는 복음에 대한 의미 있는 재해석, 적실한 교회론과 윤리적 비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동서신의 이해 시리즈 한정판>은 이렇게 모두 7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 10여년 간, 주의 인도를 따라가며 배우고 나누게 된, 주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주께서 교회를 위하여 필요한대로 유익하게 사용하시리라 믿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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