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목사는 “21세기의 인류가 문명사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꼬박 3년이 넘도록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삶의 풍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올해에 코로나19가 계절성 풍토병으로 마무리된다는 소식이 참 반갑다”며 “챗 지피티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의 진보는 다른 차원의 세상을 예고하고 있다. 어차피 열릴 것이고 그래서 살아야 할 세상이지만 인간다움의 본질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고 했다.
이어 “푸틴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훌쩍 넘기면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참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의 파장이 유럽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인도적 인륜도덕에 터를 둔 인격적 존엄성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이 절박하다. 기후 위기는 누구나 체감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뉴스에서나 보는 혹한과 혹서, 토네이도나 지진이 우리 동네 우리 가족에게도 닥친다는 불안이 크다”고 했다.
또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과 갈등 그리고 이에 연관된 세계 각국의 진영 구축 과정이 염려스럽다. 한반도를 중심한 동아시아의 군비 증강은 조금만 들여다봐도 공포가 몰려온다”며 “핵의 위협은 우리나라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인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애써 이상한 초연함을 두르고 산다.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국내 정치와 사회를 지독하게 분열시키고 있는 이념과 계층과 세대의 싸움은 아직도 터널을 지나고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지 목사는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다시금 부활절을 맞이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려고 역사의 한가운데서 일으키신 사건”이라며 “인간 삶의 현실은 이천 년 전의 예수 시대나 오늘날 모두 제동장치가 망가진 채 고속으로 내달리고 있는 고성능 자동차와 같다. 만족을 모르는 이기적인 탐욕이 끊임없이 더 움켜쥐려는 소유욕과 결탁하면서 광란의 춤을 추고 있다. 이런 역사의 한가운데서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당하신 예수님이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의 죽음으로써 인류의 죄를 대신 해결하셨고 당신의 부활로써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르는 문을 활짝 여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으로 죄와 죽음의 악한 권세가 꺾였다”고 했다.
이어 “십자가 사건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생명의 충만함을 누리는 사람은 이제 자기 비움으로써 이웃 사랑을 감행하며 살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그 길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날의 세상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겸손해지는 자기 비움이다. 이 힘으로써 탐욕과 소유욕을 넘어설 수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지금 인류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 지구촌 이웃과의 관계에서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며 “이 힘으로라야 온갖 이기심 너머의 세상을 꿈꿀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 이 길이 있다. 십자가의 죽음에서 자기 비움이 열린다. 십자가의 부활에서 서로 사랑이 열린다”고 했다.
지 목사는 “우리가 믿는 부활 신앙은 그저 종교적인 교리가 아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인격과 일상의 변화로써 온몸으로 순명(殉命)해야 할 진리”라며 “부활의 신앙은 신앙인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와 역사 현실의 모든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힘”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아 인격과 일상의 삶에서 영생의 복을 누리고 나는다. 인간 삶과 사회 및 역사 흐름의 구체적인 영역에서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고 공공의 평화를 이루도록 헌신한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인도적 인륜도덕, 생태적 환경윤리, 법치의 민주주의, 상생의 시장경제를 세워가는 힘”이라고 했다.
지 목사는 “사회 각 분야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과 선한 양심을 가진 이웃들에게 당부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공공의 선을 위해 봉사하도록, 일본과 얽힌 여러 현안 갈등이 인권의 존엄성과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배려하고 품도록, 젊은이들과 자라는 세대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남북으로 갈린 한반도와 독하게 갈등하는 동아시아에 어떻게 해서든 평화의 길이 넓어지도록,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상황에서 인권과 평화와 정의를 세우도록, 이 모든 일에 힘을 모아 헌신하자”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