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 A씨의 ‘난민신청’을 받아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부장판사 송각엽)은 지난달 15일 이란인 A씨가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 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이집트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A씨는 17세 무렵 기독교인 친구를 통해 접한 성경책을 읽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은행에 취직한 A씨는 기독교인 직장상사와 성경공부를 하면서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이란 테헤란 소재 한인교회를 출석하던 그는 담임목사로부터 ‘한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1993년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교회 등지에서 예배와 전도활동을 이어가던 A씨는 2006년 기독교인 태국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한국을 떠난 A씨 부부는 이란과 태국에서 체류를 시도했지만, 외국인 배우자 여성의 이슬람 개종을 요구하는 이란법과 상당한 비용을 내야 발급받는 태국의 결혼비자 취득요건에 막혀 동반 체류는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A씨는 아내 및 자녀들과 10년 동안 떨어져 살게 됐다.
2018년 부친 사망소식을 접한 A씨는 이란에 귀국하자 개종·유산·외국인 아내와의 결혼 문제 등으로 형제·남매들과 갈등을 겪어야 했다. 특히 유산분쟁을 벌였던 형제들이 기독교 개종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면서 A씨는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결국 2019년 종교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입국한 그는 ‘난민신청’을 냈지만, 법무부에 의해 거절당했다.
법무부는 당시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낸 A씨의 난민신청에 대해 “종교적 신념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란에서 8년 동안 교회를 다닌 횟수가 4회에 불과하다’ 등 A씨 진술을 불인정 사유로 삼았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A씨)가 난민면접에서 이란에서 교회를 다니지 못했던 이유로 무슬림의 기독교 개종이 금지돼 있어, 합법적으로 교회를 다닐 수 없었고, 원고가 다니던 교회도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 문을 닫게 된 점 등을 말한 여러 정황 등을 비춰 볼 때, 원고 신앙의 진정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이 인용한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등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무슬림 시민의 개종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자국 헌법에 따라 기독교 개종자를 ‘이슬람 배교죄’로 규정, 사형 등 가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기독교로 개종한 원고가 이란으로 돌아가 이슬람교의 종교행사 또는 종교의식을 행하지 아니할 경우, 이슬람교를 배교한 사실 혹은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이 곧바로 드러날 것”이라며 “그 결과 원고가 이란 정부로부터 체포·구금·고문 내지 중대한 차별조치 등의 박해를 받을 것은 명백하다”고 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공익법무법인 어필 이종찬 변호사는 “기독교로 개종한 무슬림 난민이 본국 이란에 돌아갈 경우, 내면의 신앙심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내면의 신앙심과 다른 종교의식을 함으로써 신앙을 숨기는 사례도 ‘종교적 박해’로 인정해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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