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 사역중독증 많아...
베이직 교회는 아브라함의 비전같이 뭇 별처럼 흩어지는 예배드려
교회란...제도가 되기 직전까지
조정민 목사(베이직교회)가 최근 자신의 SNS에 “베이직교회가 10년을 맞으면서 저를 목회의 길로 인도해주신 故 하용조 목사님께 편지를 썼다”라며 故 하용조 목사와의 추억과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이 글은 ‘목사가 목사에게’라는 책에 조정민 목사가 지난 달 실었던 글로 그는 이 글에서 故 하용조 목사에게 감사를 전했다.
故 하용조 목사는 2011년 8월에 별세했으며, 생전에 ‘온누리교회’를 개척했고 CGNTV와 두란노서원 등의 미디어 사역을 비롯해 교계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된다.
조 목사는 인사말에서 “목사님 마지막 모습을 뵌 지 11년이 지났습니다”라며 “가장 전하고 싶었던 소식은 제가 베이직교회가 된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자신이 목회의 길로 접어든 것’에 대해 “그저 감사할 뿐이라는 고백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목사님은 제 등을 떼밀지 않으셨습니다. 신학교 가라고 직접 말씀하신 적도 없고, 목사 안수 받으라고 친히 말씀해주신 적도 없습니다. 다만 신학교 원서를 갖고 나타나자 ‘내가 조 집사 신학을 놓고 5년 기도했는데 때가 된 것 같다’고 짧게 말씀해주셨지요. 미국 신학교로 가는 편이 낫겠다고 하실 때도 학교 이름을 일러주시지 않고 신학교 투어를 해보고 결정하라고 하셨지요”라며 “늘 그러셨습니다. 목사님을 통해 음성을 듣기보다 스스로 음성을 들으라는 뜻으로 알았습니다”라고 했다.
조 목사는 “오직 한 가지만을 목사님께 배워서 목회의 기초로 삼고 있습니다. 당신 자신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것입니다. 제가 곁에서 지켜보았던 것은 그 사랑이 흘러 넘쳐서 사역이 되었지만, 후배 목사들은 사랑이 메말라서 사역이 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목사님은 주님을 내 몸보다 사랑하고 주님을 내 교회보다 더 사랑하셨기에 삶 전체가 사역이 되면 되었지 결코 사역이 먼저가 아니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의도치 않으셨을지라도 사역이 너무 많아지면서 많은 성도가 ‘사역중독증’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목사님 아시다시피 저는 직장에서 25년간 죽도록 일했습니다. 남다른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그러나 그걸 위해 희생한 것은 ‘생명’이었습니다. 제 목숨만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의 생명까지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가정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교회는 그럴 수 없지 않습니까? 교회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전부 아닙니까? 일이 없을 수 없지만 일 때문에 사랑을 버릴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했다.
또한 “물론 목사님은 사랑이 넘쳐서 사역하셨습니다. 사랑이 많아서 사역을 쉬지 않으셨습니다. 사랑 때문에 내 몸이 닳아서 없어져도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사랑과 무관하게 교회 사역 구조 속에서 몸부림치는 안타까운 교역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고 계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마 그러다가 한계에 부딪쳐 진실로 거듭나기를 바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찌 그 일이 쉽겠습니까?”라고 했다.
조 목사는 “목사님께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새 교회에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사역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모여서 성경 읽는 것이 전부였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교회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제가 사역이 없고 훈련이 없고 직분이 없다고 하면 더러 이 교회 왔다가도 발길을 돌립니다. 어떤 분은 노골적으로 질문합니다. 당신은 모든 제도가 다 갖춰진 교회에서 훈련 받고 직분 받고 도움 받아 목사가 되었으면서 어떻게 당신 섬기는 교회는 그 모든 것을 갖추지 않고 이토록 불편하고 무성의한 목회를 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별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다 갖춰진 교회로 가시는 편이 이 교회를 그런 교회로 만드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사실 제 불편이 훨씬 큽니다. 십 년이 지났지만 교회가 시작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그동안 거의 쉬지 않고 아침 예배와 주일 예배 설교만 해왔습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수요, 금요 예배도 따로 드리지 않습니다. 성경 공부도 없습니다. 각자 성경 읽도록 돕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납니다. 기도가 달라집니다. 가정이 달라집니다. 일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도들이 살아나는 것을 목격합니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아직 건물이 없습니다. 무상으로 임대 해주는 공간에서 매주 의자를 접었다 폈다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건물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건물 밖의 교회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뭇별 예배를 드렸습니다. 성도 전체가 모여서 드리는 예배는 한 달에 한번, 나머지는 흩어져서 소그룹으로 또는 공동체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뭇별처럼 흩어지자고 붙인 이름입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 손을 잡고 밤하늘의 뭇별을 보며 일러주신 말씀을 기억하고 붙인 이름입니다”고 했다.
또한 “뭇별 예배와 함께 시선 예배도 드리고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가는 예배입니다...그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서 형제자매들과 예배를 드립니다. 병원에 입원한 친구 병실에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 교회를 찾아가서, 순교지에서 함께 믿음의 선배들 족적을 되새기면서...그렇게 예배를 드립니다. 목사님께서 칠 년 되면 다 떠나라고 하셨기에 흉내라도 내보자고 시작된 걸음이지만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더러는 이단이 아닌가 해서 떠나기도 했고 더러는 예전 교회로 돌아갔고 더러는 안락하게 드릴 수 있는 예배당을 찾아갔습니다”라며 “하지만 놀라운 일이 많습니다. 그 얘기들을 여기에 어떻게 다 쏟아놓겠습니까?”라고 했다.
조 목사는 마지막으로 “편지를 이만 줄이기에 앞서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갓 문턱을 넘어온 새신자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주셨던 내용입니다. ‘목사님, 교회가 무엇입니까?’ ‘교회요... 교회는 제도가 되기 직전까지입니다.’ ‘그러면 목사는 어떤 사람입니까?’ ‘목사요... 목사는... 괴물입니다.’ 목사님께서 가르쳐주셨으니 결코 두 가지를 잊지 않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걷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베이직교회는 ‘제도’가 되지 않을 겁니다. 제도가 되기 직전에 다 흩어지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괴물’이 되지 않겠습니다. 괴물이 될 만하면 주님께서 바로 데려가실 것을 믿습니다. 목사님께는 감사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사가 있습니다. 그래도 달리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라며 “목사님, 감사합니다. 곧 뵙겠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