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최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왜 이단에 끌리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지금은 비록 많은 이들이 사이비종교의 경악스러운 악행에 공분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외로움과 지적인 혼란이 깊어지는 이 시대의 흐름은 이러한 일탈적 전도의 유혹이 암약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복음적이고 건강한 회심과 신앙의 성장을 도모하여 이단 사이비의 유혹에도 견고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는 “몇 년 전에 신천지에 빠져들던 한 신실한 중년의 부부를 상담하여 거기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적이 있다”며 “그 부부는 학력에서나 사회적 경력에서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의 반열에 있었으며, 교회에서도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주변으로부터 본이 되는 신앙의 인품으로 칭찬받던 이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에 필자는 이 정도의 학력과 경력을 가진 이들도 이단의 가르침에 깊숙이 매료될 정도라면 누구도 이러한 공격과 유혹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한 이것은 단지 개인적인 소질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가 처한 상황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일탈적 전도의 원인을 성찰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첫째, 이단들은 인생과 세계에 대한 합리적 설명체계를 제공한다. 그에 비해서는 한국교회에서의 설교와 교육이 사람들에게는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며 “무지한 자가 이단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신앙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이단 혹은 유사 이단적 가르침에 매혹되기 쉽다”고 했다.
또한 “필자가 도와준 그 부부도 매일 새벽기도를 참석하며 성경을 더 배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신천지의 ‘짝 풀이’에 기반을 둔 성경 해설은 그들에게 비로소 성경 진리의 비밀로 인도하는 지름길인 것처럼 보였다”며 “그러면 우리 교회들도 이처럼 정교한 성경 해설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 대안일까? 성경의 말씀을 알기 쉽게 가르치고, 삶에 적용하는 노력은 당연히 큰 유익을 준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관”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 이단적 가르침의 매력은 철저히 주술적 세계관에 기초한다는 데 있다. 인생과 세계에 대한 신비주의적이고, 더 나아가서는 교주숭배로 이어지는 신화적 구성은 이단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포승줄이 되어 버린다”며 “그런데 이러한 주술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종교성은 정통 기독교 안에서도 적잖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 사실이며, 이것이 사람들을 허황된 이단적 교리에 솔깃하게 만드는 맹아로 기능할 수 있다. 성경 공부를 더 많이 해도 신비적이고 주술적인 세계관 안에 있는 한, 사람들은 더욱 절묘하게 꿰어 맞추는 ‘말씀풀이’에 목마를 수 있다. 이는 학력과 무관하게 많은 신자에게 퍼져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통 기독교가 제공해야 할 교리적 경쟁력은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와 일반은총을 긍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말미암은 인류 역사의 정의로운 종말론적 변혁을 소망하는 세계관”이라며 “성경적 정통 기독교는 현세를 부정하는 내세주의나, 천상계와 지상계를 구분하는 도피주의,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신비주의를 배격한다. 성경의 교육도 역사적이며 공적인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셋째, 이단은 고통에 대한 착시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그리고 오직 포교라는 목적을 위해서 잠재적 개종자들에게 다정다감한, 그러나 위장되고 병리적인 공동체를 맛보게 한다”며 “그러나 정통 기독교는 고통을 마주하고 수용하며, 인간의 고통 한복판으로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신 하나님을 믿는다”고 했다.
이어 “고통당하신 성자 하나님과의 연대는 다른 고통 받는 이들과의 연대로 이어진다. 불안과 불확실성이 만연하며, 노골적으로 욕망을 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 기독교 공동체는 단순한 삶을 즐거워하고 일상의 은총에 감사하며, 종말의 소망 가운데 서로를 위로하며 보듬는 공동체여야 한다”며 “좀 더 느리고, 좀 더 소박하고, 좀 더 진실한 실천과 관계 안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이 단단하게 빚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넷째, 이단은 착시적 보상뿐 아니라, 이단을 떠나거나 그 가르침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형벌에 대한 공포로 사람들을 맹목적 추종에 젖게 만든다”며 “여기서 위계적이고 착취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종교개혁은 ‘모든 신자의 제사장 됨’이라는 복음적 핵심을 회복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고귀한 소명을 받았고, 교회는 성령 안에서 각자의 고유한 은사를 발견하고 개발하도록 격려하고 섬기는 공동체”라고 했다.
더불어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모두 한 백성이 되어 상호적이고 수평적인 공동체로 부름받았다”며 “지금도 일부 교회들에서 나타나는 일방적이고, 위계적이며, 가부장적인 관행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됨을 가로막는 불충이며 교인들을 탈-교회나 이단의 위험에 노출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어느 베테랑 산악 구조인에 따르면, 사람들이 등산하다가 조난당하는 이유는 너무 많이 가서가 아니라 ‘충분히’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예를 들어, 산에서 길을 찾는 이들이 1,000미터를 더 간 뒤 나오는 길로 가야 하는데, 500미터, 700미터 정도만 간 뒤 나타난 길로 들어서다 결국 헤매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단 사이비의 위험에 노출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복음적 신앙을 충분히 배우지 않고 성경적 세계관에 천착함 없이, 주술적인 종교성과 신비주의적 세계관으로 뒤범벅이 된 허술한 성경교육과 세계관은 이단이라는 샛길로 사람들을 유혹할 것”이라며 “그래서 교회는 더 깊은 신앙의 깨달음을 공유하며 그리스도의 용서와 환대를 이루는 공동체로 더 충분히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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