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수 교수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찬양과 예배학과 교수)

요한계시록은 로마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시기인 90-95년경, 요한이 지중해 에게 해의 밧모 섬에 유배되었을 때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수님을 직접 마주했던 요한은 영광과 승리의 그리스도, 그리고 모든 악을 극복한 예배자들이 승리하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상징들은 매우 복잡하기에 그동안 그리스도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왔습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일어날 사건들의 예언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계시록을 쓸 무렵인 1세기 말의 사건들을 영감 있게 쓴 것으로 보았습니다.

세베대의 아들 요한은 교육을 받지 않은 어부로서, 예수님께서 직접 택하신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요한은 3년 동안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시는 것과 능력 있는 말씀을 전하시는 것을 듣고, 잠시지만 예수님의 신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보았으며, 예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본 천국의 환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요한계시록의 핵심 주제는 예배이며, 지금 드리는 우리의 예배를 통해 천국의 예배를 미리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배학자 로버트 웨버는 우리가 드리는 최고의 예배는 요한계시록 4-5장의 천국의 예배라고 말하며, 이것이 영과 진리의 참된 예배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가 성경에서 볼 수 있는 요한의 첫인상은 충동적이고, 자신만만하고, 때때로 이기적인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과 그의 형제 야고보를 ‘천둥의 아들’이라 부르셨는데, 이들은 사마리아 마을을 심판하기 위해 하늘로부터 불을 내려달라고 예수님께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년 동안 예수님과 함께 지내면서 요한은 하나님의 백성을 돌보는 사랑과 겸손의 목자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다른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사랑의 본을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아들의 이름을 믿는 너희에게 이것을 쓰는 것은 너희로 하여금 너희에게 영생이 있음을 알게 하려 함이라”(요일 5:13) 사랑은 우리 예배 공동체가 하나님을 위해 행하는 모든 사역의 동기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요한의 계시록으로만 알고 있지만, 계시록은 이 말씀을 주신 분이 누구인지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 이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사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그 종 요한에게 보내어 알게 하신 것이라”(계 1:1) 요한계시록은 예수님의 계시에 관한 말씀입니다. 먼저 하나님이 예수님께 주셨기에 예수님께 속한 것이며, 둘째로 예수님이 요한에게 계시한 것이므로 이 계시록의 기초는 예수님입니다. 마지막으로 계시록은 예수님 자체에 대한 말씀입니다. 높이 계시고 보좌에 앉으신 예수님의 모습과 인자의 눈은 ‘불꽃 같고’(계 1:14), ‘그 얼굴은 해가 힘있게 비치는 것 같다’(계 1:16)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요한은 표현하기 힘든 진리와 천국의 실체를 상징적인 언어로 풀었으며, 하나님을 빛이요, 진리, 길, 문, 목자, 처음과 나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두 무한하신 하나님을 엿볼 수 있는 유한한 개념들입니다. 이러한 상징은 우리가 예배하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일깨우며, 오늘날까지 교회는 이러한 상징들을 풍성하게 사용해왔습니다.

요한이 영광스러운 인자의 발 앞에 엎드리자 예수님은 안심시키시며 그가 본 것을 기록하라고 말씀하십니다(계 1:18-19). 환상을 통해 여러 곳에서 천국 예배의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4장과 5장의 경이로운 하나님의 보좌와 천사들, 그리고 다른 천국 생물들이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그분의 거룩하심과 위대한 존귀하심을 선포합니다. “네 생물은 각각 여섯 날개를 가졌고 그 안과 주위에는 눈들이 가득하더라 그들이 밤낮 쉬지 않고 이르기를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여 전에도 계셨고 이제도 계시고 장차 오실 이시라 하고”(계 4:8) 또한 보좌에 앉으신 죽임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계 5:6, 12)와 예배를 받으시는 전능하신 하나님, 그리고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매우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계 5:13) 우리는 아버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께 예배 드리지만, 또한 아버지, 아들, 성령님이 하나이신 삼위일체 하나님께 예배 드립니다.
요한계시록은 한편의 장엄한 예배 축제입니다.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경의로운 예식을 통해 이 세상 심판이 펼쳐집니다. 이 예식은 하나님과 보좌에 앉으신 승리의 어린 양 그리스도께 영광과 존귀를 돌리며, 거룩하신 분의 깊은 임재를 표현합니다. 이 예배는 모든 방언과 족속에서 모인 신실한 자들의 거대한 무리와 함께하며, 예배 인도자들은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언약의 백성이 된 참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을 대표합니다. 요한계시록의 예식들은 신약 교회의 예배 의식, 특히 부활절 촛불과 예배 양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의 예배는 동방교회로부터 현대 교회의 찬송가와 성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예배의 형식과 내용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많은 기독교 교파의 예배에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정교회는 요한계시록의 말씀에 기초해 예배당과 예배 의식을 세웠습니다. 이는 기독교 공동체 예배가 주관적인 느낌이나 개인적 필요가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과 승리하신 그리스도의 위엄과 능력에 객관적 기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그것이 요한계시록에서 강조하려는 참된 성경적 예배의 본질입니다.

요한계시록은 또한 마귀에 대한 하나님의 완전한 승리를 보여줍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자로서 영원히 보좌에서 통치하시며, 영광의 날 우리는 새 하늘 새 땅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계 21:1). 하나님은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의 모든 눈물을 닦아주시며 만물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계 21:4-5). 예배 드릴 때마다 우리는 미래의 천국 찬양대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 풍파와 함께 이 땅에서 살고 있지만 이제 곧 하나님의 영광이 있는 미래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영원한 생명과 기쁨을 주신 주님을 찬양해야 합니다.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시리로다 …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여 … 할렐루야”(계 11:15, 19:16, 19:3)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이야기를 강렬하고 영광스러운 예배로 마무리합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에게 주신 약속이 마침내 완전하게 실현됩니다.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계 21:3). 주님의 임재 가운데 ‘신부’라고 불리는 예배 공동체는 반역하는 ‘바빌론’이라는 도시, 창녀로 상징되는 공동체와 대비를 이룹니다. 주님의 언약에 신실한 예배자들은 메시아를 인정하지만, 예수를 부정하는 자들은 그리스도인을 박해합니다. 신실하지 못한 도시인 예루살렘과 로마는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로마 정부와 유대교 지도자들의 손에 순교를 당한 모습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요한계시록은 잘못된 예배, 즉 궁극적인 희생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하고 영적 권세를 주장하는 세상에 바치는 제사를 향해 경고하고 있습니다(계 13:1-8). 세상의 숭배들이 모두 심판받은 후에, 주님의 임재가 참된 교회인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계 21:2)에 임하게 됩니다. 이제 성령으로 충만한 교회는 하나님을 향한 참된 예배 속으로, 생명을 갈망하는 모든 사람을 초청합니다. “성령과 신부가 말씀하시기를 오라 하시는도다 듣는 자도 오라 할 것이요 목마른 자도 올 것이요 또 원하는 자는 값없이 생명수를 받으라 하시더라”(계 22:17)

요한계시록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예배의 통찰을 배웁니다. 첫째, 하나님은 감동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음성을 들려주십니다.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 내 뒤에서 나는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을 들으니”(계 1:10)

둘째, 예배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열정적 반응이 필요합니다. “무릇 내가 사랑하는 자를 책망하여 징계하노니 그러므로 네가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계 3:19)

셋째, 예배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들이 밤낮 쉬지 않고 이르기를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여 전에도 계셨고 이제도 계시고 장차 오실 이시라 하고 9.그 생물들이 보좌에 앉으사 세세토록 살아 계시는 이에게 영광과 존귀와 감사를 돌릴 때에”(계 4:8b-9)

넷째, 모든 열방과 민족,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어린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또 들으니 하늘 위에와 땅 위에와 땅 아래와 바다 위에와 또 그 가운데 모든 피조물이 이르되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 하니 네 생물이 이르되 아멘 하고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하더라”(계 5:13-14)

다섯째, 환난에서 나온 사람들은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에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말하기를 내 주여 당신이 아시나이다 하니 그가 나에게 이르되 이는 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들인데 어린 양의 피에 그 옷을 씻어 희게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그들이 하나님의 보좌 앞에 있고 또 그의 성전에서 밤낮 하나님을 섬기매 보좌에 앉으신 이가 그들 위에 장막을 치시리니”(계 7:14-15)

여섯째, 기도는 하나님의 보좌 앞에 피우는 향로입니다.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계 8:4)

일곱째, 예배는 어린 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온전히 집중해야 합니다. “또 내가 보니 보라 어린 양이 시온 산에 섰고 그와 함께 십사만 사천이 서 있는데 그들의 이마에는 어린 양의 이름과 그 아버지의 이름을 쓴 것이 있더라 내가 하늘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니 많은 물 소리와도 같고 큰 우렛소리와도 같은데 내가 들은 소리는 거문고 타는 자들이 그 거문고를 타는 것 같더라”(계 14:1-2)

여덟째, 천국의 예배는 이 땅에서 시작한 찬양과 경배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종 모세의 노래, 어린 양의 노래를 불러 이르되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시여 하시는 일이 크고 놀라우시도다 만국의 왕이시여 주의 길이 의롭고 참되시도다”(계 15:3)

아홉째,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의 고난을 제거하기 위해 악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하늘과 성도들과 사도들과 선지자들아, 그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라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그에게 심판을 행하셨음이라 하더라”(계 18:20)

열째, 예언의 본질은 예수님을 분명하게 증언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 발 앞에 엎드려 경배하려 하니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나는 너와 및 예수의 증언을 받은 네 형제들과 같이 된 종이니 삼가 그리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 경배하라 예수의 증언은 예언의 영이라 하더라”(계 19:10)

구세군 창시자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 1829-1912)는 어느 날 지옥에 관한 환상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요한계시록의 천국 예배는 지금 우리의 예배에서 참된 예배를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우리 예배는 하나님께 무한한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의 임재가 가득하고 은혜가 충만한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요한은 계시록을 통해 영원한 소망을 가지고, 우리의 예배가 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참된 예배가 되며, 무엇보다도 영과 진리가 충만한 예배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요한은 예배가 하늘의 언어임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계시록 4, 5, 7, 11, 19장에서 요한은 하나님의 보좌 옆에서 신령한 존재들과 구원받은 백성들이 외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이 셀 수 없는 무리들의 찬양은 끊임없이 계속될 뿐 아니라 천둥소리 같다고 묘사되었습니다. 이 예배는 명령에 따른 것이거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한 열정과 충만함, 거룩한 헌신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요한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신령한 무리들의 특징에 관해 말합니다. 그들은 깨어서 기도했습니다. “그 두루마리를 취하시매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이 그 어린 양 앞에 엎드려 각각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 대접을 가졌으니 이 향은 성도의 기도들이라”(계 5:8) 그리고 환난을 겪었습니다(계 7:14). 하나님의 이름을 경외했으며(계 11:18), 영적으로 순결한 자들입니다(계 14:4). 또한 이들은 흠이 없는 자들로(계 14:5) 선한 행위가 따랐습니다(계 14:13). 그리고 적들을 이겼으며(계 15:2) 우상숭배나 거짓을 행하지 않았습니다(계 21:27).

요한은 이 말씀들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참된 예배는 신실한 마음에서 나온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의 유혹과 사단과의 영적 전투에서 승리해 신랑 되신 예수님을 맞을 흠 없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주님 오실 날’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멘! 마라나타,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찬양과 예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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