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가 13일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홈페이지에 ‘짐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짐을 지고 사는 것은 고통이다. 인생자체가 고통인 것은 지고가야 할 짐이 많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스스로 짐을 벗을 수 없는 것도 있다. 그것은 죄의 짐”이라고 했다.
이어 “이 세상에 눈을 붙이고 사는 한 죄의 짐을 벗어던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생존 자체가 다 외부에서 오는 힘으로 살듯이 죄 짐 자체도 외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주지 않는 한 인간 스스로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래서 내짐을 져주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의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삶을 개간하면서 져야 할 짐들이 많다. 하나의 존재로서의 책임만이 아니”라며 “남편으로서 혹은 아내로서 혹은 부모로서 혹은 자녀로서 혹은 직장인으로서 혹은 기관단체장으로서의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곧 이 세상을 하직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살면서 지고가야 할 짐이다. 그 모든 것도 주께 맡기는 훈련도 필요하지만 인간이 할 일을 하지 않고 맡기고 가만히 있다는 것은 숙명론”이라며 “수고는 내가 해도 영광은 주님께 돌리는 것이 피조물이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내게도 아직 져야 할 짐이 남아 있지만 지난 30년 동안 책임지던 짐을 어제부로 내려놓았다”며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끌던 단체의 유익과 발전을 위해서 보다 젊은 후배들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누가 그만 두라는 것도 아니고 그만 두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 세대를 이끌어왔으면 이젠 다음 세대가 이어받는 것이 낫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음은 자기기만일 것이다. 30년을 이끌어온 단체인데 손을 탈탈 털고 내려온다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라며 “그러나 내려올 때를 아는 것이 지도자의 자질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짐 벗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짐 벗기 가장 어려운 것과 맞물려있다. 신뢰와 불신이다. 다음 세대를 이끌 지도자에 대한 한없는 신뢰가 짐을 쉽게 내려놓게 할 수 있다”며 “반대로 신뢰하지 못하면 불안이 엄습해온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속삭임에 휘말린다. 욕심이 작용하여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수십 년을 함께 해온 귀한 동역자에게 짐을 이양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주신 큰 행복”이라고 했다.
이어 “불안한 마음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못 미더움이 아니다. 내려놓는 내 자신에 대한 근심이다. 하던 일들을 중단하는 것 자체가 불안을 조성한다”며 “여기서야 말로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공동체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나는 그것 때문에 내려놓았다. 내가 계속하면 엄청나게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해야 하는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물론 성령의 새롭게 하시는 은혜가 주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 붙들고 머물러 있다면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주님의 섭리를 역행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그는 “주님을 향한 사랑, 진리를 향한 사랑, 형제들을 향한 사랑, 한국의 교회를 향한 사랑이어서 흘렸던 눈물이 헛되지 않았고 검은머리 파뿌리가 된 것도 영광이었으며 베풀 수 있어서 감사한 일이었다”며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음에 세워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함께 해주신 동역자들에게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아울러 “이제 내가 할 일은 새로운 짐을 지는 일이다. 뒤에서 기도하고 밀어야 할 일이 있으면 힘껏 밀어주고 세워가는 일일 것”이라며 “눈에 띠지 않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손길을 사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도회를 하고자 한다. 마음과 마음을 합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회를 통해서 주님이 영광을 받으시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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