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럼
2022문화포럼 전경 ©이상진 기자

문화선교연구원(대표 백광훈 교수, 이하 문선연)이 8일 저녁 서울 신촌에 있는 필름포럼에서 ‘2022 문화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 백광훈 교수는 “‘우영우’ 신드롬을 통해 본 ‘콘텐츠의 힘’”에 대해 발제했으며, ‘필름포럼’의 성현 대표는 ‘‘성수동’을 통해 본 공간의 재발견과 교회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윤영훈 성결대학교 교수는 ‘이태원: 이름 없이 죽어간 청년들의 레퀴엠’이란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백광훈 원장은 “최근에 ‘빈센조’, ‘천원짜리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법정드라마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드라마를 본 이들 중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힐링’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선한 모습에 위로를 받았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특별히 ‘이상한’이란 키워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변호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건의 진실보다는 의뢰인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인데, 우영우는 노인 여성, 중증 장애인, 탈북인 등 소외층의 사람들에 관심이 많은 ‘이상한’ 캐릭터”라며 “우영우 현상을 통해 최근 우리 사회에 있는 사법 불신에 대한 대중의 반영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백 원장은 “드라마 ‘우영우’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을 두고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소재로 장애를 차용하기 보다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용했다”며 “‘우영우’에서는 ‘장애인의 성공스토리’라는 클리쉐를 쓴 것이 아니라 장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드라마 ‘우영우’에서 주인공이 ‘장애’의 종류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장애인’이라는 한 가지 범주로 단순화하여 판단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장면을 지적하며 “이 장면은 우리 사회에도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지만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장애인에 대한 ‘부끄러운 집단의식’들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좋은 내러티브’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있다. 애플의 ‘파친코’라는 드라마가 일본시장을 포기하고 1천억을 베팅했다. 일본시장을 포기하면서 조선을 침공한 일본제국주의를 그려냈다. 한마디로 ‘역사적 윤리성’에 충실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우영우’가 등장했다고 본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드러낸다. 그들에 대한 왜곡되어온 시선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렇기에 “‘우영우 신드롬’은 대중문화가 보여줄 수 있는 ‘선한 내러티브’로서 대중들이 공감하며 윤리적 희망을 맛보게 한다”고 했다.

그는 “신앙과 문화와의 관계에 있어서 모범적인 예수는 ‘문화를 변혁시키는 예수’이다. 예수님은 당시 유대 사회에 잠식되어 있던 주류적 가치에 저항했다. 예수님은 차별과 혐오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던 세리와 죄인들과 친구가 되었다”며 “한국 초대교회 역시 남존여비의 문화를 비판하고, 여성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었으며, 병원을 지어 모두가 공평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양반과 천인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반상의 현실을 비판하여 교회 안에서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에 이상한 변호사가 되어주는,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것을 세상이 바라고 있다”라며 “내전에 가까운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 교회가 평화의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백 원장은 “교회가 문화를 변화시켜 더 좋은 세상을 가져오기보다는 ‘세상의 문화를 답습’하거나 때로는 세상보다 뒤떨어져 있는 ‘문화적 지체현상’을 보이고 심지어 역행적인 모습을 보여, 신뢰마저 상실해 버렸다”며 “‘우영우 신드롬’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대안적인 문화와 공동체’를 찾고 있는 열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성현 대표는 ‘젠트리피게이션’(Gentrification) 현상으로 한 때 핫플레이스로 유명했던 곳들 예를 들어 홍대, 명동, 앞구정 등등이 후유증을 앓고 있는 문제를 제시했다. 쉽게 설명하면 이 지역들은 과거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이유에서 갑자기 대중들의 호응과 조명을 받으며 각광받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곧 임대업자들이 가격을 올리자, 기존에 그 장소를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던 소·상공인 원작자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퇴출되었고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그 곳을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결국 남다른 가치로 그 지역을 각광 받게 했던 사람들이 떠나고, 널리 익숙한 ‘대중적 프랜차이즈’들이 그곳을 대체하며, 그 ‘지역색’과 ‘고유문화’들은 사라진다.

성 대표는 ‘탐욕적 자본주의’에 눈이 멀어 그 지역이 가졌던 ‘본래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들을 퇴색시키고 일시적인 유행만 좇는 이런 ‘일회적 소비주의’ 행태를 비판하며, ‘신앙인’으로서 ‘한국 교계는 어떠했는가’에 대해 반성해 보고자 했다.

그는 한 커피가게가 성수동 지역에서 영업을 하면서 지역정서를 담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했다. 이 가게는 과거에 벽돌 공장이 성업했기에 성수동의 상징과 같은 붉은 벽돌을 차용하여 건물을 지었다. 성 대표는 이 가게가 유행을 좇아 더 화려한 외관을 선보일 수 있었지만, 지역의 이야기를 흡수하는 방법을 통해 지역의 생태계와 자연스럽게 어울어질 수 있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성 대표는 이것을 교회에 적용하며 “어느 지역의 예배당과 교회 건물이 그 지역만의 정서를 담으며, 그곳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이라면 그곳의 살아온 이야기 속에 담겨 있을 상처와 실패에 대해 공동체가 ‘치유와 회복’을 돕고, ‘이동성이 많은 지역’이라면 낯선 타자에 대해 ‘환대해 주고, 내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소그룹을 제안해 불안정성에서 오는 피로감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최근 코로나 상황을 통해 교회가 퇴출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그동안 교회가 성도들의 성숙과 성장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왔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나 홀로’, ‘언택트’만으로는 다양성 속에서 체감하는 성숙과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중·대형교회라면 교회의 내적 필요를 넘어서 지역공동체와의 상생에 대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 지역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화포럼
2022 문화포럼에서 윤영훈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선연 백광훈 원장, 필름포럼 성현 대표, 성결대 윤영훈 교수 등 ©이상진 기자

윤영훈 교수는 ‘이태원 참사’를 돌아보며, 일부 교계에서 제시되는 ‘핼러윈 축제’에 대해 ‘악령을 불러오는 축제’로 규정하는 것을 “성경적인 해석이라기 보다는 주술적인 접근”으로 진단하며 오히려 유럽지역의 이민자들이 미국에 청착해 대중화된 할로윈에 대해 ‘상업화된 페스티벌’이라고 규정했다.

윤 교수 오히려 20세기부터 들어선 ‘문화적 소비주의’, 대중들의 ‘허영과 광란’, 건강한 문화는 사라지고 ‘탐욕적 자본’의 개입에 의한 ‘문화의 상업화’와 ‘쾌락주의 문화’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판했다.

그는 기독교 안에 ‘대안적이고 창조적인 놀이 문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핼러윈 축제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바보제’(Feast of the fool)이다. 중세의 바보제에서는 사순절 경건에 앞서 일탈을 용인하는 이벤트였다. 때로는 그 축제에서 종교적-세속적 권위자들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전복적 행위로 민중의 감정을 표출하도록 용인했다. 그 전복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기에 지배층도 용인했고, 그 자체적으로 공동체적 통합기능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는 바보제의 일탈체험을 원한다. 그래야 치열한 경쟁 사회를 견뎌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질문과 논평시간에는 ‘건강한 놀이문화’에 대해 얘기했다.

성 대표는 “월드컵 응원을 통해서도 젊은이들이 배우는 부분이 있다. 기독교 문화가 깊은 데서 오는 기쁨을 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도의 기쁨, 혹은 봉사의 기쁨 같은 것을 교회가 놓치면 안 된다”고 했다.

백 원장은 “한국교회의 ‘건강한 놀이문화’를 만드는 것이 참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창조의 신학, 주님 안에서 사회와 함께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주고, 기독교적 의미를 만들어 가는 것이 2023년의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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