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대표 백종국 이사장)과 크리스챤아카데미(대표 이삼열 이사장)가 공동주최한 대화모임 ‘한국 개신교와 민주주의 총평’이 5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발제자로는 백종국 이사장이 ‘한국개신교와 민주주의’에 대해, 이삼열 이사장이 ‘한국 민주화의 발전과제’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논찬으로는 양승훈 교수(경남대 사회학)와 조성실 시사평론가(전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기윤실 백종국 이사장은 서론에서 “최근 한국의 개신교는 한국사회의 역사적 발전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적 팽창과 정체성의 유지에 급급하다 보니 사회발전에 뒤처지거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교회는 만신창이의 처참한 상황에 처해 있다. 모든 고등종교 중에 가장 불신을 많이 받고 있고, 세상의 조롱과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재난을 겪으면서 한국개신교의 주변화와 게토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며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70%가 한국개신교가 코로나 대응을 잘못했다고 지적했으며 63.3%가 개신교의 인상이 더 나빠졌다고 답변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6개 장로교단에서는 지난 2년 동안 55만명의 신자들이 감소했다. 하루에 대략 747명의 신자들이 교회를 등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개신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의 등불로 여김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외국의 선교사가 들어가기 전에 자체적으로 해당 지역의 언어와 문자로 성경을 번역한 거의 유일한 사례일 뿐 아니라 이후로 반봉건·반외세운동에서 선구자 역할을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교육과 의료, 사회봉사, 예술 등 제반 분야에서 서구의 근대적 체계를 도입하는 주체였다. 분단과 전쟁, 독재 그리고 내부 투쟁의 와중에서도 전반적으로는 민주화와 인권보호, 한반도국제화를 이끌어나간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등불을 끄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백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이식된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다. 한반도 거주민들에게 있어서 대한민국 이전의 체제는 봉건적 왕정이나 제국주의 식민정 혹은 미군정뿐이었다. 남한에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비로소 미국 체제를 복사한 대한민국 헌법이 만들어졌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을 통한 보통선거권의 도입을 미국(1920), 영국(1928), 프랑스(1946), 이탈리아(1946), 벨기에(1948), 스위스(1971)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얼마나 급격한 이식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의 제도와 실제 사이에서 격렬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정치 행위를 뒷받침하는 이념들도 대부분 수입된 이념들이었다. 보수나 진보, 좌파나 우파 등의 전형적인 이념 분류는 한국 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수입 개념”이라며 “수입 이념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경쟁 속에서 개론화, 급진화, 기회주의화, 탈맥락화의 부작용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백 이사장은 “복음적이지도 못하고 대표성도 없지만 한국개신교의 대표를 자임하는 일부 개신교인들의 극우적 행동주의로 인해 복음의 문이 닫히고 있을 때 가장 적합한 처방은 ‘온전한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마치 중세교회가 세속 권력과의 야합으로 이지러졌을 때에 종교개혁이라는 처방으로 복음이 회복되었던 역사와 유사하다”고 했다.
이어 “온전한 복음으로 돌아가려면 먼저 올바른 영성이 일깨워져야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에 목을 매는 허위의식 즉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다시금 영원불변하고 전지전능하신 창조주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여기에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하심과 성령의 역사하심을 굳건히 믿는다면 우리에게 모든 역사적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러한 믿음으로 우리는 공중에 권세잡은 사탄이 조종하는 지상의 모략과 폭력과 억압을 이길 수 있다. 물론 최종 결과조차도 그분에게 의지하는 신앙이 필요하다. 이로써 복음은 이데올로기를 초월할 수 있다”고 했다.
크리스챤아카데미 이삼열 이사장은 “1987년 체제의 민주주의를 35년간 겪어 보면서, 특히 실패의 경험들을 반성하면서 그려보는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상과 발전시켜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라며 ‘정치적 민주화 과제’, ‘경제적 민주화 과제’, ‘사회적 민주화 과제’ 등 3가지에 대해 얘기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경제 민주화’ 과제에 대해 “선 성장 후 분배라는 성장 만능주의, 성장 지상주의가 지배해 온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복지 정책의 무시 내지 빈곤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복지국가로 평가되었고, 선진국에 비해 공공 부문의 일자리 수가 낮고 자영업자 비율이 높으며, 저 출산 고령화 시대에 젊은이들의 출산파업과 노인 자살률 최고라는 심각한 모순을 낳고 있다. 이제는 낮은 복지 지출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을 살려서 양극화와 저성장을 해결해야 경제 민주화와 복지 국가의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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