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생명신학회(김상구 목사)가 최근 서울 광진구 소재 한국중앙교회(담임 임석순 목사)에서 ‘개혁주의생명신학과 5대 솔라(Sola)’라는 주제로 제26회 개혁주의생명신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기조강연으로 ‘성령의 신학자 틸리케 탐구’라는 주제로 발제한 주도홍 박사(총신대 초빙교수, 전 백석대 부총장)는 “독일의 신학자 헬무트 틸리케(Helmut Thielicke, 1908-1986)의 ‘성령의 신학’은 신론과 기독론에서도 논쟁이 없지 않지만, 가톨릭의 관심을 끌었다”며 “틸리케는 철저히 성경적이며, 종교개혁 신학적이고, 복음적이며, 열정적 설교자, 실천적 윤리학자, 탁월한 대학 경영자, 대중을 사로잡는 이야기꾼(Storyteller)”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틸리케는 신학적으로 루터교 전통에 서 있으면서도 삶에 있어서 개혁신학적 사고를 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정작 그의 모국 독일에서 그는 점점 잊히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역시 낯선 인물인데, 한국 현대신학계에서 독일의 신학자들을 전반적으로 다루면서도 틸리케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틸리히(Paul Tillich)를 극단적으로 데카르트적 사고에 치우쳐 철학자와 선지자를 한데 묶어 그들이 처했던 역사적 상황을 건너뛰어 ‘과격한 의심’(der radikale Zweifel)에 빠진 것으로 틸리케는 비판했는데, 도리어 한국에서 유사한 발음 때문에 틸리케를 틸리히로 오인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한 “틸리케는 1960년대 자유신학이 독일에서 주류를 이룰 때, 독일교회 강단을 일깨우려 교수로서 친히 설교강단에 뛰어들었던 교회 부흥의 주역으로 활동한 인물이었다”며 “틸리케에게 같은 시선을 향해야 하는 신학과 강단 설교는 분리될 수 없으며, 변화된 삶은 성령이 역사하는 말씀을 들음에서 온다. 그를 향해 ‘독일의 스펄전’으로 일컬었는데, 틸리케의 설교는 학교 교단과 교회 강단을 연결하려는 그의 분명한 의지와 실천을 구체화한 현장이었다”고 했다.
더불어 “그의 저서 대부분이 영어로 번역되어 영미권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친숙한 사상가인데, 그의 평이(平易)한 설교집과 신학 및 신앙 수필집이 영어로 번역소개됨으로써 폭넓은 영미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 틸리케가 말하는 신학의 심장 ‘성령의 신학’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성령이 동행하고 인도하는 살아있는 신학이다. 교의(敎義) 신학자, 기독교윤리학자, 위대한 설교자, 대학 행정가 틸리케는 신학의 변질을 예리하게 인지하였다”며 “그것은 성령과 상관없는 신학이다. 그의 글들 가운데 우리는 선지자적 외침을 듣는다. 그는 설교하듯 쉬운 말로 처방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어떻게 성령의 신학이 가능한지를 설명한다”고 했다.
이어 “틸리케의 지평은 예배당에 갇혀 있지 않았고, 모든 삶의 영역이었다. 이는 개혁신학적이다. 틸리케는 불의의 시대에 침묵하지 않았고, 얼버무리지도 않았으며, 자신에게 닥치는 어려움을 피하지 않았다”며 “전후(戰後) 많은 유혹에도 그는 결코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는 정치까지도 하나님의 주권을 피할 수 없는 영역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틸리케의 삶은 무시무시한 나치 정권에 기죽지 않았다. 손과 발 그리고 입이 묶이고, 해직당하면서도 불의를 불의라 외쳤다”고 덧붙였다.
주 박사는 “틸리케는 ‘트로이의 목마로 위장한 채 거룩한 도시 일리온(Ilion)으로 잠입한 일종의 고상한 기독교 실용주의’가 유익한 것일 수는 있지만, 복음의 우선순위 영혼 구원을 위태롭게 함을 직시했다”며 “신학자는 기도, 말씀, 성령 충만으로 영적 사람이길 포기할 때, ‘저절로 거짓 신학을 하게’되고, 비록 그의 신학이 정통이며 분명한 개혁신학일지라도 ‘그 항아리 속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라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했다.
이어 “신학자의 탐미주의는 결국 지적 비대증에 빠져 생명까지 위태롭게 한다. 오늘 우리에게 생명의 말씀이 되는 것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령의 역사다. 말씀의 현재화, 동시성은 성령의 증거 때문”이라며 “틸리케에게 하나님 성령, 하나님 말씀, 하나님과의 대화인 기도는 불가분 함께 가는 길동무다. 무엇보다 성령이 활동하는 교통수단은 말씀이며, 기도할 때, 성령이 역사하는 하나님과의 교제와 말씀의 현재화가 일어난다. 기도가 죽은 교회에는 말씀의 현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틸리케는 비현실적이지도, 반윤리적이지도 반지성적이지 않은데, 불의의 정권 나치를 대적한 그의 치열한 바른 삶뿐 아니라 방대한 그의 교의학 전집 3권과 윤리신학 전집 4권은 이를 잘 보여준다”며 “틸리케가 가고자 한 길은 갈 길을 잃은 신학이 본래의 자리로의 복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틸리케의 신학을 ‘생명의 신학’이라 부를 수 있겠다. 주가 가신 생명의 길은 죽음의 권세와 맞서야 하는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이다. 이 길에 설 때, 거대한 흐름 가운데 있는 누구도 선뜻 박수(拍手)로 호응하지 않고, 우선 비난하며 야유하고 핍박하러 든다”며 “생명의 신학은 2천 년 교회사에서 적시(適時)에 나타났으며 힘든 그 길을 걸어야 했다. 불현듯 나타나는 것 같지만, 아우구스티누스, 버나드, 후스, 루터, 츠빙글리, 칼빈, 에드워즈, 웨슬리가 걸었던 그 길에 생명의 신학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교회사를 통해 생명의 신학은 역사적 맥락 가운데 기꺼이 이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역사의 동행과 위로, 동시에 하나님의 동행이며 위로라 하겠다. 궁극적으로 죽음을 이기는 것은 예수 생명뿐”이라며 “오늘 우리에게 그 생명이 꿈틀거리는 것은 하나님 성령의 역사다. 감사한 것은 21세기 개혁주의생명신학과 20세기 틸리케의 ‘생명의 신학’이 같은 성령 안에서 만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이어진 학술발표에선 ▲유선명 박사(백석대 구약학)가 ‘개혁주의생명신학과 오직 성경’ ▲진미수 박사(백석대 역사신학)가 ‘개혁주의생명신학에서 본 1950년대 중국교회 위기 극복 연구: 오직 그리스도 신앙을 중심으로 ▲황빈 박사(강성교회, 실천신학)가 ‘오직 믿음에 입각한 개혁주의생명신학과 강해설교’ ▲이은선 박사(안양대 역사신학)가 ‘오직 은혜로(Sola Gratia)의 종교개혁기의 의미와 오늘의 적용’ ▲박재은 박사(총신대신학대학원, 조직신학)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헤르만 바빙크의 견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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