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영락교회 담임 박은성 목사
나성영락교회 담임 박은성 목사 ©미주 기독일보

각종 미디어에서 엔데믹 시대에 대한 다양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주 기독일보는 주요 한인교회 목회자들을 만나 엔데믹 시대 목회 전망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첫번째 순서로 나성영락교회 박은성 목사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박은성 목사는 지난해 6월 리오픈을 맞아 기독일보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당시 교회들은 팬데믹 자체가 주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팬데믹이 지속될수록 온라인예배 등에 성도들이 익숙해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성도들이 교회를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편의성’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정확하게 내다본 바 있다. 현재 교회들은 적게는 20% 많게는 30% 이상이 대면예배에 나오지 않고 있다.

약 3년 간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은 세계 교회들의 판도를 바꿔놓았고 그 가운데서도 이민교회들도 큰 변화들을 맞았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미주 한인교회가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박은성 목사는 ‘신앙 공동체의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와 함께 교회들은 이미 팬데믹 이전부터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와의 싸움을 하고 있었고 팬데믹 이후 더욱 이런 현상이 극심해졌다고 평가하면서 교회의 본질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엔데믹에 대한 키워드가 본격화되고 있다. 엔데믹 시대에 교회들은 팬데믹 시대와 또 다른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목회에 있어 전반적인 교회들의 변화에 대해 예상을 한다면.

지난 늦여름 모처럼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나성영락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한지 6년 만이었고, 상황적으로는 코비드-19 사태가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의 여정이다. 한국 교회의 여러 목회자 분들과 만남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교회가 수적, 물적 그리고 영적 정체기 또는 퇴보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팬데믹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를 대화를 통해 더욱 피부로 와 닿았다. 특히 젊은 세대와 젊은 가정에 속했던 교인들이 더이상 교회로 회귀하려 하지 않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몇 년간 지속된 어려움으로 인해 여전히 수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고 그나마 환난 중 ‘살아남은’ 신앙 공동체에 갑자기 도래한 엔데믹 시대는 모든 어려움이 끝난 후에 그나마 회복을 꿈꾸던 이들의 마음도 무겁게 하고 있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맞은 위기의 주된 원인은 전혀 새로운 것들이 아닌, 이런 환난 이전부터 예상되고 이미 우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으로, 바로 두가지 팽배한 물질주의와 극단적 개인주의라 하겠다. 세계화 시대에 자본 시장의 무한한 확장 속에서 맘모니즘은 교인의 삶에 이미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개인적 통신 장비의 가속화된 발달로 공동체에 기반한 건강한 소통의 부재는 미래 교회의 심각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개인 중심적인 생활에서 이윤 추구와 소득 증대 만을 지향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대면 소통’은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어서, 결국 자기에게 즉각적 유익과 보상이 예상될 때만 사람들이 모이는 시대가 급히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엔데믹 시대에 미래 교회의 건강한 모형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은 아직 불분명해 보이나 한국 교회와 한인 교회, 또 미국 교회와 세계 교회 예외없이 씨름해야 할 질문들은 ‘지배적 물질주의에 함몰되지 않는 기독교 영성을 교인들이 어떻게 계발하고 유지할 수 있는가?’와 ‘개인주의를 극복할 공동체성을 교회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성영락교회의 경우 엔데믹 목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지난 6 년 간 나성영락교회에서의 사역 중 2 년이 넘는 시간은,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 중 어떻게 교회를 지키고 세워갈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이어서 ‘엔데믹 시대에도 교회가 어떻게 신앙 공동체의 본질을 상실하지 않고 세워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내년 2023 년에 창립 50 주년 ‘희년’(Jubilee)을 맞는 우리 교회는 그간 여러가지 이유로 교회와 단절된 이들을 연결하여 신앙 공동체로 다시 이끄는 사역이 중차대하다 여기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이전에 단순히 급속 성장한 대형 교회를 이상적 모델로 여기며 모방하려 했던 소위 과거 ‘부흥 시대’에 대한 향수로부터 벗어나 몸집과 가시적 수치가 줄어도 교인과 이웃, 지역과 사회, 세상을 향해 더욱 건강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미칠 수 있는 섬김 사역에 집중하는 형태의 교회로 변화되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나아가 교단과 교리의 차이를 떠나 실제적 살림 사역을 중심으로 교회들 간 서로 연대하고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여기고 있다.

덧붙여 엔데믹 시대를 맞으며 나성영락교회를 비롯한 적잖은 교회들의 질문 중 한가지는 그동안 예배와 교육, 훈련을 위해 갖춘 온라인 사역을 앞으로 어떤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것인데, 온라인 예배와 교육 등의 사역은 교회에 나올 수 없는 특수 상황에 놓인 교인들을 위해 마땅히 제공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이전에 교회에 나온 적이 없는 불신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복음을 소개하는 통로로써의 순기능이 크다고 여겨지기에 계속 감당하려 한다. 하지만 비대면의 온라인 사역들은 앞으로 교회 안으로 처음 들어오려는 분들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차선의 방식일 뿐 교회를 위한 온전한 대안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함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사역에 더욱 집중하려 한다.

-나성영락교회라는 전통적인 이민교회를 담임하면서 가졌던 목회 철학을 소개한다면.

목회자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종으로 하나님께서 세워가시는 교회를 신실하게 섬김으로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나라를 세상 속에서 확장해가는 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첫째, 목회자는 생활에 있어 사람의 종이거나 특정인을 위해 고용된 일꾼이 아닌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부르심)과 사명(보내심)에 순종하는 하나님의 종으로 생활해야 한다. 둘째, 목회자는 오직 예수께서 머리 되시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섬기기에 서로 머리가 되려고 하지 않고 온 지체를 사랑의 섬김으로 하나되게 한다. 셋째, 목회자는 자기의 나라가 아닌 예수님께서 꿈꾸신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성령의 충만하심으로 삶의 자리에서 사랑과 공의를 고대하며 가며 살아간다. 이런 목회철학을 바탕으로 목회를 해 오고 있다.

-팬데믹 가운데 많은 교회들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 나성영락교회는 팬데믹 극복을 위해 어떠한 사역들을 펼쳤나.

2020 년 초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면서 정부 지침에 따라 예배와 교회 운영을 위한 필수인원을 제외한 전 교인들은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헌금조차 드릴 수 없는 상황 속에 바로 재정적 격감을 경험했다. 하지만 즉시 온라인 예배와 교육은 물론, 양육과 친교,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작하였고 교인들이 헌금을 드리는 방식 역시 점차 다양화하여 몇 주 후에는 눈에 보이는 회복을 볼 수 있었다. 현재까지 근 2 년 간 온라인 사역을 질적 양적으로 끊임없이 발전시켜 언제든지 어디서나 교인들이 교회의 현장감을 느끼는 동시에 교인 간 서로 이어져 있음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적으로는 팬데믹이 막 시작하기 전 2020년 시작부터 3년 프로젝트로 준비했던 ‘말씀과 함께’(With Bible) 양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교인이 같은 본문 말씀으로 새벽을 깨우며 매일 한 장 동일한 말씀을 읽어가며 하루를 보내도록 하여 비록 모이지 못하나 서로 말씀 안에서 하나됨을 느끼며 고난의 시간을 함께 넘어설 수 있었다.

아울러 외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인들과 주민들, 한인사회와 주류 사회를 위해, 전교인 특별 헌금을 모아서 30 만불 이상의 지원금을 한인회와 한인교회들에게 전달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회의 선한 사역 안에서 교인들은 더욱 하나됨을 느낄 수 있다.

-팬데믹 기간 중에도 의미있는 변화와 발전을 계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소개 한다면.

내년 창립 50 주년, 희년을 준비하며 지난 2018 년부터 ‘VISION, 비전 2023’을 세워 점차 이루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교회 내에 일어났던 발전과 변화, 사역을 예배, 친교, 봉사, 교육, 선교 등 교회의 5 가지 핵심 방향에 따라 간략히 요약하자면 먼저 예배는 심미적 문화적 변화로 강단을 새롭게 바꿨다. 미디어 인력 및 장비(대형 LED 화면, 음향, 조명 등)를 새로 구축했는데 오히려 젊은 세대보다 나이가 있는 세대의 반응이 더욱 뜨거웠다.

친교를 위해서는 교인과 주민에게 열려 있어 휴식과 교제를 제공하는 교회 내 카페를 열었고 교회와 지역에 어려운 분들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했다. 봉사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 LA 한인, 한인 교회와 본교 출신 교역자 교회에 재정을 지원했다. 또 지역 사회에 코로나 대비 위생용품을 계속 전달했다.

교육부분에 있어서는 온라인 예배와 교육 프로그램을 계발 및 강화했는데 특히 나서영락 교육지원센터(YES)를 열어 전체 교육 부서를 지원한 것이 큰 변화다. 선교는 펜데믹 중에도 최대한 지속될 수 있도록 했고 특히 백신 접종을 위해 잠시 미국에 방문 중인 선교사님들에게 선교관을 통해 편의를 제공하도록 노력했다.

-한인 이민교회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2세를 비롯한 다음 세대를 빠뜨릴 수 없다. 한인 2세들 양육을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는가.

 

우리 한인 1.5 세, 2 세, 3 세대는 이전 이민 1 세대와는 극명하게 다른 환경을 살고 있다. 지금 우리의 다음 세대는 순수한 기독교 신앙과 신앙적 가치관을 상실하게 만드는 거친 외적 환경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고, 현재 학교 교육의 철학과 방향은 지극히 비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으로 기독교 가정의 자녀들까지도 급격히 세속적이고 죄악된 방향으로 끌려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나성영락교회는 하나님의 말씀과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교육 시설, 학교 등을 건립하여 단순히 교회 안 교육을 넘어서 학교와 가정에서도 영적으로 건강한 기독교 교육을 다음 세대를 위해 이어가려는 강한 비전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이민교회의 모습이 2세들이 더욱 성장한 미래에도 남아있을지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이민 교회 전체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한인 이민 인구의 급감과 다른 여러 이유들로, 한인 교회 내에 한국어권 회중(KM)의 교회 내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어권 회중(EM) 교인들 역시 교회 내 멤버를 점차 늘리고 있기 보다 성장이 정체 답보되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우리 나성영락교회 내 영어 목회부(EM)의 구성원들은 전통적으로 이어온 ‘나성영락’의 정체성을 좋아하며 그 안에 머물길 원하는 다음 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세워 졌기에 주변에 상황 속에서도 마치 그루터기 같이 터를 지켜왔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다음 세대들에게 그 이름과 자리만을 남길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신앙 생활을 위한 믿음의 유산과 더불어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전해 주어야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우리 교회는, ‘나성영락’의 정체성을 간직한 어린 자녀들 젊은 가정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그들의 필요와 요구를 세심히 살피고 도울 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회에 사역에 동역하게 하려한다. 하나님 나라 사역을 위한 역동적 동참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벽이 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하나됨, 연합과 일치를 보여주는 교회의 본이 되리라 생각한다.

-팬데믹 이후 2세 교역자들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역자 양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펼쳐야 하는가.

 

아마도 미국 한인 교회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 중 하나가, 영어 회중이나 교육부를 섬길 교역자들이 제대로 발굴되고 충원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제 교회는 이전과 같이 목회자로 부름받고 결단하여 훈련받는 이들에게 교회의 청빙 소식을 공고하고 교회 절차를 거쳐서 사역을 감당하게 하는 방식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겠다. 한 방안으로 교회 내 어린 자녀들 중에도 하나님 교회와 나라를 위해 온전히 헌신된 이들을 조기에 선별하여 교육하고, 정규 신학교 교육의 시작과 마침까지 전적으로 도우며, 동시에 같은 교회에서 인턴과 전도사로 훈련시켜 교회 사역을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영적 물적 지원을
이어가도록 할 수 있다.

결국 개교회가 교회를 위한 교역자들을 교회 내에서 처음부터 직접 길러내는 형식으로 현재 교역자 수급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더하여 기존에 일반 목회자 뿐 아니라 엔데믹 시대를 맞는 교회에 필요한 미디어 전문 교역자, 찬양 전문 교역자, 예술문화 전문 교역자 등 다양하게 세분화된 교역자들을 양성하려 한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펜데믹 시절이 지나고 열리는 엔데믹 시대에 한 교회를 신실하게 담임하고 신앙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의 사명을 거룩하게 감당할 목회자들 역시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부르심에 응답하여 일어나는 미래 목회자들이 오직 주님이 머리되시는 몸된 교회를 위한 사랑의 마음으로 더욱 헌신할 수 있도록 그들의 실제 생활을 세심하게 살피고 돌보는 섬김 역시 새로운 시대에 교인들에게 남겨진 거룩한 사명 중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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