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온라인을 통한 이른바 ‘실시간 예배 중계’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거의 모든 교회들이 도입했던 이것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교인들의 신앙 저하를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다.
◆ “한번 편한 것에 길들여지면 점점 더…”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담임)는 최근 교계 매체인 ‘코람데오닷컴’에 ‘실시간 예배 중계를 중단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천 목사는 이 글에서 “모든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당연히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려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예배를 드린 것으로, 주일을 지킨 것으로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고 했다.
그는 “믿음으로 예배의 자리에 힘을 다해 나아 올 때 우리 가운데에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수 있다”며 “이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예배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한번 편한 것에 길들여지면 점점 더 편해지고 싶어 한다”고도 썼다.
◆ 현장 참석률 낮고 온라인 참석률 높을수록 신앙 저하율↑
예장 통합총회와 기아대책,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5일부터 25일까지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교회 규모별 주일 현장 예배 참석률은 △‘99명 이하 교회’는 71% △‘100~999명 교회’는 60% △‘1000명 이상 교회’는 46%까지 떨어져 절반을 채 회복하지 못했다.
반대로 출석교회 온라인 예배 참석률은 △‘99명 이하 교회’ 12% △‘100~999명 교회’ 27% △‘1000명 이상 교회’ 37%로 교회 규모가 클수록 높아졌다.
‘신앙이 약해진 것 같다’는 응답은 △‘99명 이하 교회’에서 28% △‘100~999명 교회’에선 39% △‘1000명 이상 교회’에선 46%로 나타났다. 즉, 현장 예배 참석률이 낮고 온라인 예배 참석률이 높을수록 신앙 저하율이 커진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예배는 회중 아닌 하나님 위한 것”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담임)는 “실시간 온라인 예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도들 사이의 ‘교통’이 없다는 점이다. 성도의 교통은 사도신경에서의 중요한 요소”라며 “온라인 예배라는 명목 하에 이 부분이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예배를 규정할 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모임이다. 그런데 모임을 배제하고 단순히 설교를 듣는 것을 예배라고 하는 것은 예배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며 “예배는 모든 성도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 교통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지, 개인 단독으로서의 종교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시점에서 교회들이 예배의 온라인 실시간 중계를 하지 않는 것이 성도의 신앙 약화를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시간 온라인 예배’라는 ‘공급’이 줄면 자연히 ‘수요’도 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편 김 목사는 지금과 같은 온라인 예배의 보편화가 ‘메타버스’로 전환되는 과도기일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메타버스 예배’가 현장 예배를 대신하게 되면, “교회는 주저앉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그는 말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 상황에서 약 1만2천 교회가 문을 닫고 120만 명의 교인들이 떠났다고 하는데, 보다 편리한 메타버스 교회가 일반화 되면 더 많은 교회가 문을 닫고 성도는 교회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배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바른 인식 무너져 있다. 예배는 하나님을 위한 것이지 회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예배가 회중의 편의에 맞춰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한 목회자는 “예배는 구별된 시간에 구별된 장소에서 드려야 한다. 이것이 거룩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우리의 마땅한 의무”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거룩한 하나님의 임재 또한 체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예배를 온전한 예배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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