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는 28일 새벽 답십리굴다리 지하차도 벽면에 설치된 무료급식소 ‘밥퍼’의 홍보 조형물인 ‘희망트리’를 철거했다. 구는 “철도부지 담장에 적법한 절차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해당 조형물이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도 선로에 인접해 있어 열차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구청 측에 따르면 다일복지재단은 최종 철거기한이었던 지난 8월 24일 이후에도 자진 철거 시정명령에 불응했고, 구청은 8월 25일 강제철거 행정대집행 계고통지를 했다.
구청은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대집행 영장 전달 시도에도 다일복지재단이 수령을 거부했다”며 “등기를 송부한 후 철도공단의 긴급 단전 승인을 받고 전격 철거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다일복지재단에 따르면 ‘희망트리’는 지난 2002년 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 ‘거리에서 드리는 성탄예배’를 문화관광부에서 공식적인 종교행사로 인정하고 지원하면서 설치된 조형물이다.
재단 측은 “2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문제 없이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는 상징물로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하게 사용되어왔던 것”이라며 “종교와 이념과 인종을 초월해 순수 민간인들이 34년 동안 참사랑의 나눔을 실천한 자원봉사자들의 긍지이며 자부심이기도 하다”고 했다.
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는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20년간 한 자리를 굳세게 지켜온 ‘희망트리’를 동대문구청의 이필형 청장은 무자비하게 꺾었고 뽑아버렸다”며 “밥퍼의 자원봉사자들과 후원회원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했다.
최 목사는 또 “겨울이 오기 전에 희망트리를 다시 세우는 일에 한마음 한뜻이 되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도 덧붙였다.
29일 올린 글에서는 “올해로 20년이 된 밥퍼의 상징물이 왜 불법 광고물인가? 지난 20년 세월 동안 이 조형물을 지지해 준 지난 정부와 시민들은 불법을 보고도 묵인했다는 것인가?”라고 적기도 했다.
밥퍼 측은 지난 약 11년 동안 이 건물을 사용해 오다 지난해 7월 경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 임시 가건물로 시설이 낡고 협소해 안전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가 “무단 증축”이라는 이유로 고발까지 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서울시는 밥퍼 측과 극적으로 합의, 건물 준공 후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토지사용승낙을 했다. 건축허가권자인 동대문구에 따르면 이에 밥퍼 측은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한 후, 신축하는 것으로 건축허가를 신청했고, 허가가 났다.
구청은 “하지만 밥퍼 측은 허가 신청서의 내용과는 달리 현재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3층 규모의 건물 2동에 대한 무단증축을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대문구는 “밥퍼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 확보와 인근 주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다일복지재단이 당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대로 적법하게 건축할 수 있도록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밥퍼 측 관계자는 “건물을 신축하려면 현실적으로 건축비가 많이 소요된다. 당장 시행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서울시와 협의하고 건축비를 모으는 동안에도 밥퍼는 운영해야 한다.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이 최소한 비나 눈은 맞지 않아야 할 것 아니냐. 그래서 그 동안만이라도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대문구청 측에 구청장과의 면담을 몇 차례 요청했지만 어떤 답변도 오지 않았다”며 “일방적 행정 절차에 앞서 대화로 풀어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밥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