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에서 이른바 ‘시니어 목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음세대 목회’가 중요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고령 교인’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들에게 보다 더 관심을 갖자는 취지다.
손의성 교수(배재대 기독교사회복지학과)는 29일 부산 포도원교회(담임 김문훈 목사)에서 열린 ‘한국교회 트렌드 2023-한국교회를 말하다’ 세미나에서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절벽 시대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령화의 거친 풍랑은 한국교회의 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기회가 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손 교수가 언급한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여부나 연령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고령자들을 말한다. 새로운 노화인식과 노년문화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손 교수는 “하지만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은 높지 않으며 이들을 위한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의 특징은 △기대수명보다는 건강수명을, 실제 연령보다는 주관적 연령인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은퇴 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다는 과거의 은퇴 패러다임이 퇴색하고 어떤 형태로든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자 한다 △시대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극심한 변화와 역경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노후를 고민하고 자아를 실현하려는 자기주도적 경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이러한 액티브 시니어를 사역 중심에 품는 교회의 조건으로 △고령친화적 교회 △시니어를 교회의 핵심 사역자로 삼는 교회 △시니어를 ‘임파워링’ 하는 교회 △시니어의 여가시간을 자원화하는 교회를 꼽았다.
시니어를 ‘임파워링’한다는 것은 “시니어를 의존적인 존재가 아닌 주도성과 자립성을 가진 존재로 간주하고 이들의 강점을 강화함으로써 시니어와 교회가 상생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 교수는 “몇 년 후 맞게 될 초고령사회는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인구적 변화이다.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적 변화가 요구되며, 그 중에서도 새로운 노년문화를 주도하게 될 액티브 시니어를 임파워링 할 수 있는 다양한 교회사역이 요구된다”고 했다.
앞서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아드폰테스가 만 65세 이상 고령 교인 2,045명(26개 교회)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28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대상자 2,045명 중 만 71세 이상 교인 1,115명의 절반(50.3%)은 교회 직분에서 은퇴한 후에도 계속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교회에서 일을 할만큼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된다’ 40.2%, △‘교회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싶다’ 39.6%, △‘평신도 선교사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13.5% 순이었다.
손 교수는 이 같은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도 발제했던 바 있다. 당시 그는 “은퇴 후에도 여전히 교회 정책 결정이나 사역에 참여할 의향이 약 40% 이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교회 사역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따라서 교회는 고령 교인에 대한 참여를 제한하지 않아야 하며, 다양한 활동에 본인의 건강수준이나 역량 및 달란트에 따라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한국교회는 여전히 부정적인 노인의 이미지에 기초하여 노인을 의존적이고 나약한 존재로만 이해하고 그들의 잠재력과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모세가 80세에 하나님의 사명을 왕성하게 감당했던 것처럼 교회의 노년목회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성공적 노화를 위한 자질과 여건을 조성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코로나로 인해 한국교회에 ‘SBNR’ 증가”
한편, ‘한국교회 트렌드 2023-한국교회를 말하다’ 세미나에서는 손 교수 외에 박재범 목사(기아대책 본부장), 지용근 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 김영수 박사(서강대 GRN 연구원, 동수원교회 부목사), 조성실 목사(소망교회 온라인사역실장, 장신대 객원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특히 ‘한국교회 크리스천의 최근 신앙 활동 동향과 가나안 성도’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김영수 박사는 “코로나19는 한국교회 크리스천들의 신앙생활 양태를 변화시켰다”며 “한국교회에 SBNR이 증가했다”고 했다.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은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적 영성을 가지고 있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김 박사는 “코로나 SBNR은 코로나로 인해 생긴 SBNR을 말한다. 이 그룹의 사람들은 교회의 감소·유지·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룹”이라며 “코로나 SBNR은 다른 SBNR과 다르다. 이들은 일시적으로 생겨났지만 장기적으로 가나안 성도가 될 수 있는 그룹의 사람들”이라고 했다.
◆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논쟁, 더 이상 무의미”
이 밖에 ‘하이브리드 교회(Hybrid Church)와 목회’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조성실 목사는 “온라인이 ‘필요(needs)’ 기반의 공간이라면, 오프라인은 ‘열망(wants)’ 기반의 공간”이라며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재미와 효율’을, 오프라인에서는 ‘의미와 경험’을 추구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교회는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교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교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한 장소를 기본으로 삼지 않는 교회를 의미한다”며 “하이브리드 교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한 곳에 장소의 우선성을 두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교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영역 모두를 매우 진정성 있게 돌보고, 동일한 관심으로 살핀다”고 했다.
조 목사는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의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이러한 논쟁은 소모적이며, 새로운 경험과 가치 창출의 기회를 놓치게 만들고 만다”며 “MZ세대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교류하고, 오프라인에서 오감을 통해 체험하고, 그 경험과 느낌을 다시 온라인에 기록(라이프로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채널 간의 이동이 매끄러운 하이브리드 여정 속을 살아간다. 그들에게 있어서 온오프라인의 구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진정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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