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법연구원(원장 김영훈 박사)이 28일 오후 서울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정직한 청지기’라는 주제로 제17회 교회법 세미나를 개최했다.

“재정 청지기직 수행에 실패한 흔적들 여럿 발견”

 

박욱주 박사
박욱주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날 두 번의 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먼저 ‘하나님의 주권과 청지기의 책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성서에 소개된 청지기직은 하나님의 계명의 일환으로서 그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의 선택권이 인간에게 부여되어 있다”며 “이 청지기직의 핵심 요소를 이루는 것은 재정 청지기직”이라고 했다.

 

박 박사는 “고대와 중세 교회의 여러 역사적 사례들은 교역자와 신자들이 재정 청지기직을 온전히 수행했을 때 교회가 발휘하는 복음전파와 구제의 힘을 보여준다”며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 청지기직을 맡은 자들이 사리사욕에 휘둘려 타락했을 때 나타나게 되는 파괴적인 해악 역시 확인시켜 준다. 재정 청지기직의 수행 실패는 중세 후기로부터 종교개혁 시기까지 여러 차례 반복된 대규모의 고강도 교회개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재정 청지기직을 충성되게 수행하는 데 실패한 흔적들이 여럿 발견된다”며 “여기에는 청지기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이해부족이 하나의 큰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박 박사는 “개혁주의 신학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주관하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하지만 그 절대성이 인간의 믿음과 순종의지를 묵살하는 데까지 이른다고 보지 않는다”며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만한 자발적인 순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간에게 일정한 수준의 자유의지를 발현할 여지를 마련해 두셨다”고 했다.

그는 “청지기직의 충성된 수행은 바로 이렇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율적 권한 행사 영역에 속한다”며 “누구든 청지기직을 수행하는 이는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고, 그에 수반되는 막중한 책임 역시 떠맡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박사는 “따라서 교회 내에서 크든 작든 청지기직을 맡은 이들은 성서가 가르치는 청지기직 수행의 원리를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자기 이익 때문에 청지기직을 배신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의 의지와 선택을 끊임없이 점검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법은 이를 위한 필수적인 방편으로, 청지기직의 수행 과정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온전히 받들기 위한 인간의 의지 사용 방향을 지시한다”며 “교회법이 제시하는 재정 청지기직 수행의 적절한 기준들은 교회의 부패와 비위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고 했다.

“청지기인 우리, 하나님의 법(성경) 준수해야”

 

김영훈 박사
한국교회법연구원장인 김영훈 박사 ©김진영 기자

이어 ‘하나님의 주권과 국가 주권의 본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영훈 박사(한국교회법연구원장, 숭실대 전 대학원장)는 우선 ‘하나님의 주권’에 대해 “하나님은 천지의 창조주로서 만물이 하나님의 통치 하에 있다는 하나님의 절대권력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역대상 29:11)”고 했다.

 

김 박사는 “하나님은 천지의 창조주시라는 사실 때문에 그의 손에 의하여 피조된 만물의 궁극적 통치자가 되신다”며 “하나님의 절대 주권성은 기독교의 핵심적 교리”라고 했다.

‘국가의 주권’에 대해서는 “영토, 국민과 함께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 중 하나”라며 “국가는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집단”이라고 했다.

그는 “주권은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 권력을 의미하며,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성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자주적 독립성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하나님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로서 하늘나라의 주권자일뿐 아니라 피조세계의 주권자이시다. 주권자이신 하나님은 선한 뜻에 따라 만물을 지배하시고 통치하신다”며 “청지기인 우리는 주권자이신 하나님이 정해주신 하나님의 법(성경)을 바로 알고 준수하는 것이 기본적 도리”라고 했다.

이어 “주권자인 하나님의 특별한 선택에 의하여 부름을 받은 청지기인 교회의 목사·장로·집사·권사 등은 모두 주인의식을 버리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위탁하신 몸, 은사(재능), 재물, 시간을 올바로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그리스도의 몸인 한국교회의 실상에 대하여, 목사와 장로들은 값싼 은혜론에 매몰되지 말고 하나님이 맡기신 청지기의 사명을 정직하게 수행하지 못한 죄를 진정으로 자복하고 하나님의 용서의 자비를 간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법연구원
세미나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발표에 앞서 열린 예배에선 김순권 목사(예장 통합 증경총회장)가 ‘바나바와 같은 선한 청지기’(사도행전 11:24~26)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바나바는 예루살렘교회 사도들과 교회를 박해했던 사울을 화해시킨 사람이다. 정말 청지기 역할을 멋지게 잘한 사람이 바나바였다”며 “우리도 선한 청지기로 바나바처럼 화해자(Peace Maker)로 전진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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