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은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선 직후 지방선거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국민의 정치적 관심이 어느 해보다 뜨겁다. 그런데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진 국민들마저 현재 형법상 낙태죄가 입법 공백인 상태에 있다는 현실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낙태죄 입법 공백으로 인해 1년 5개월 동안 낙태에 대한 법적인 절차가 전혀 정비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무관심은 법 개정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5월 13일 YTN은 막힌 변기를 뚫으러 갔던 수리기사가 변기 속 태반을 발견하고 신고하는 과정에서 20대 엄마가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기를 변기에 넣어 살해했다는 끔찍한 뉴스를 보도했다”며 “15일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쓰레기봉투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사건이 노컷뉴스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 얼마나 슬프고도 처참한 자화상인가! 신생아들에 대한 유기와 살해가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현실 앞에 우리는 어떠한 말로도 이 슬픔과 분노를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 “구체적 법안 정비되지 못한 채 혼란 초래”
여성연합은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일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여 낙태한 경우 형사처벌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낙태죄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하면서도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그러나 이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의 국회에서 이에 관한 후속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방관함으로써, 낙태죄라는 죄명만 유지하고 구체적인 법안이 정비되지 못한 채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는 49년 만에 6개월의 태아까지 낙태를 허용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내용을 뒤집는 미국 대법원의 초안 판결문 유출사태가 발생했는데, 낙태를 제한하는 대법원 판사들의 판결에 대항하여 민주당에서는 여성건강보호법(Women's Health Protection Act)이라는 이름으로 낙태권 입법화를 시도하는 등 ‘낙태’라는 주제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가르는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이들은 ”그런데 우리 국회는 비겁하게도 (개정)입법시한인 2020년 연말 공청회 이후 국회의 암묵적 규약인 선입선출의 원칙도 무시한 채 낙태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입 닫고 외면하고 있고, 그사이 무고한 태아들이 변기 속에서,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의류수거함과 쓰레기봉투 속에서 생모에게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 실낱같은 생명을 구걸하며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여성연합은 “본인들의 정치적 이슈와 관련한 입법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발휘되는 대한민국 국회의 추진력이 유독 이 문제 앞에서만큼은 극도의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생명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알 수 있는 적나라한 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낙태를 여성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선전”
또 “여성인권운동가들은 낙태죄 폐지 및 (낙태) 전면합법화가 여성의 인권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기만적인 주장과 선동을 당장 멈추라”며 “그동안 수많은 여성인권운동가들과 여성인권단체들은 낙태 합법화가 여성의 자기결정권 확보에 필수적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 왔으며, 심지어 여성가족부는 정부 부처로서 중 유일하게 낙태죄 전면 폐지를 공식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낙태는 차기 임신에 있어서 조산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유방암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킬 뿐 아니라, 여성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 등 낙태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해악에 대한 여러 의학적 보고 등은 전혀 소개조차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들이 낙태가 마치 여성에게 대단히 유익한 행위인 것처럼 여성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 선전하고 있으며, 그 틈을 타고 거대한 낙태시장이 형성되어 젊은 여성들의 건강을 침해할 뿐 아니라, 태아의 생명을 난도질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참담한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바”라고 했다.
◆ “낙태죄 폐지? 기능 상실 상태일 뿐”
아울러 “언론은 여성인권운동가들의 편에 서서 낙태죄가 폐지되었다는 거짓 선동과 원치 않는 태아의 임신은 낙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선동하는 행위를 멈추고,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하라”고 했다.
이들은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보도할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의 낙태죄는 폐지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입법시한까지 정해 입법을 통해 보완을 요청하였음에도 국회의 외면으로 그 기능을 상실한 상태일 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낙태죄 폐지’라는 자극적 용어로 포장해온 언론은 이를 통해 무제한 낙태가 허용되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한 사실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원치 않는 임신의 정답은 낙태라는 식의 답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논리를 꿰맞추는 무책임한 보도 양태 역시 계속해서 들려오는 무참한 태아 생명권 박탈 뉴스의 한 원인이 되었음을 정확히 인지하여야 할 것”이라며 “생명에 대해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되어 있듯이 성인뿐 아니라 아동과 태아의 생명도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며,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그 어떠한 이유에서건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전제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모든 인류는 최대한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중립적 시각이 견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 “약한 존재 존중할 때 여성 인권도 존중받아”
여성연합은 “진정한 여성인권은 진실을 외면하고, 여성만의 권리를 부르짖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기본권, 특히 나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기본권을 최선을 다해 배려하고, 존중함으로써 사회구성원 간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었을 때 여성의 인권도 존중받는 것이며, 비로소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생명인지 감수성이 기울어진 미끄럼틀을 타고 하향 평준화되는 사회를 거부하고, 진정한 인권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형법과 모자보건법상 낙태와 관련한 논의가 조속히 개시되어야 함을 강력히 천명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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