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학아카데미가 지난 21일부터 6월 27일까지(격주 월요일, 7회)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소재 서향교회에서 ‘미래 전환기의 청년신학’이라는 주제로 제9회 청년신학아카데미를 개최한다.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된다. 첫날인 21일 1강에는 ‘MZ세대의 세계관과 신앙의식’이라는 주제로 이민형 교수(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가 ‘MZ=X, 굴레를 벗어난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나라에 따라, 기관에 따라 MZ세대를 정의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2000년대 이후로 20대를 보낸 1980~1994년 생 사람들을 밀레니얼 세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고 부른다”며 “앞 세대인 X세대와 비교했을 때, MZ세대는 개인 중심적이고, 현재 중심적이며, 실용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또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에 익숙하며, 이를 사용한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그로 인해 자신의 취향 및 기호를 분명히 알고 있는 편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MZ세대의 특징 다섯 가지를 꼽으면 먼저, MZ세대는 디지털 기술에 능숙하며, 둘째로 MZ세대는 자신의 기준에 맞춰 문제를 해결하고, 셋째로 공정이라는 주제에 민감하고 가치관이 뚜렷하며, 넷째로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다섯째로 새로운 컨텐츠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사회의 청년 세대는 그들의 특징과는 별개의 담론에 의해 정의되고 묘사된다. 이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내는 프레임이다. 이들의 사고방식이나 세계관은 절대로 오늘날의 청년세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다”며 “그들은 대부분 모더니즘적 사고방식, 즉 논리적 추론을 통해 하나의 진리를 찾아가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옳은 것 이외의 모든 생각이나 행위는 모두 변칙적인 것이며 불안정하고 불편한 것들”이라고 했다.
이어 “반면, 오늘날의 청년들은 지극히 포스트모던적”이라며 “그들의 사고와 행위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며, 다양하다. 따라서 포스트모던적인 삶을 모더니즘적 관점에서 정리하다보면 이는 묘사나 서술 보다는 프레임 씌우기나 분류와 같은 논지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청년담론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도 이러한 모더니즘적 사고방식의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청년세대에 대한 담론은 이해가 아닌 다른 목적을 전제로 하며 실제로 청년세대를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작용한다”며 “전상진은 그의 책 「세대 게임」에서 세대론은 기득권에 의해 만들어진 게임과 같은 것이라 주장한다. 그것은 모든 사회의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치환한 일종의 프레임이며, 그 안의 당사자들은 서로를 탓하며 승패를 위해 다투기에 바쁜 나머지 구조적 문제와 같은 근본적인 원인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세대론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문제의 해결은 기득권에 의해 만들어진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아닌 특정 세대에게 책임을 묻고 그들에게 벌을 가하거나 그들의 단점을 지적하여 그것을 답습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오늘날의 세대담론은 다양한 프레임을 만들어내며 청년세대를 제단하고 분류했다. 이대남과 이대녀와 같은 신조어들을 만들어내며 그들을 소위 ‘갈라치기’ 하였고, 그 프레임 안에서 청년들은 서로를 반목해 왔다. 이는 세대론이라는 프레임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는 언론을 동원하여 그것이 청년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문제임을 지적했고, 많은 이들은 이러한 반목의 근본적 원인인 구조적 모순을 인식하지 못한 채 청년들을 탓하고 비난했다”며 “물론, 이를 악용한 극단적인 갈등론자들은 청년 세대 안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례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세대론으로 일반화되기에는 과잉 대표된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세대론이라는 프레임에 가려진 청년들의 진짜 갈등은 무엇인가. 임명묵은 「K-를 생각한다」에서 청년들이 보이는 공정에 대한 민감한 반응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내 몫을 확보할 수 없는 위기의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진단한다”며 “그들이 공정을 요구하는 것은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라는 주장이라기보다는 내가 불리하지 않다는 안정감을 취하고 싶다는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현안에 대한 이들의 입장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이유, 특정 집단과 갈등의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타인을 폄훼함으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고, 스스로를 평가절상한 자기 보호의 감정적 반응이다. 청년세대들의 혐오와 차별은 보수화나 가치관의 차이에 근거한 갈등이라기보다는 마음의 문제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혐오와 차별, 갈등과 배제로 양분화 되고 있는 청년세대의 현실에 대한 책임은 세대론이라는 프레임,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기득권자 기성세대들에게 있다”며 “하지만, 프레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의 문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타인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주고 있는 청년들을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혐오와 차별과 같은 폭력의 줄을 끊어버릴 필요가 있다. 이는 이것을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기성세대들의 책임이자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 ‘버닝’에서 전종서 배우는 귤을 먹는 마임을 잘하는 법을 이와 같이 설명한다. ‘여기 귤이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귤이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거야. 먹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만 있으면 돼. 그러면 입에 침이 고이고 진짜 맛있는 귤을 먹을 수 있어’ 청년들에게는 귤이 없다”며 “작금의 MZ세대를 통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표 중 하나는 그들이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일자리도, 주거공간도 약속된 바가 없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 결혼, 출산, 인간관계, 심지어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표현이 유행한 지가 불과 몇 년 전이다. 이제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상황이 나아진 것이 아니다. 그저 기성세대들이 그 표현조차 쓰고 버렸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MZ세대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능숙하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무엇을 하겠는가. 세상을 만난다.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발견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성공하는 이유, 모바일 게임이 흥행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은 자신의 물리적 경계를 뛰어넘는다. 그만큼 취향이 다양해지고 수준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이다. 각박해질 대로 각박해 진 상황에서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상과 실재의 괴리는 상당한 정신적, 육체적 불안을 낳는다”며 “철학자들은 이것을 실존의 고민이라 부른다. 그들의 고민은 단순히 은행 잔고나 좋은 직장을 넘어선다. ‘행복’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말초적인 흥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존재의 행복을 원하고 있는 실존적 고민”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 사회의 MZ세대에 대해 알아본 결과, ‘MZ=X’라는 공식이 세워진다. 그들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며 “기독교는 당장 귤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종교는 특정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 종교에 속한 이들에 의해 공유되고 실천된다. 이 세계관은 가장 뛰어난 것을 가르친다는 종교의 문자적 의미에 부합하며, 이는 곧 종교에 속한 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의 세계관은 예수에 의해 시작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다. 하나님 나라는 비현실적, 혹은 내세적 실재가 아닌 대안 현실적, 혹은 현실 전복적 실재이다. 이는 맹목적인 저항이나 세속적 가치의 거부가 아니라 한 사회의 공동선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실현하는 행위를 통해 구체화된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적 관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공동선은 무엇인가”라며 “앞서 살펴본 청년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가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은 평등과 형평의 가치에 근거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구조적 부조리를 일시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하나님의 나라라는 전복적 실재를 실천하는 기독교인들은 평등과 형평이 아닌 해방을 추구한다. 해방은 구조적 모순 자체를 없애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혹 기독교인들 중에 ‘해방’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경을 제대로 읽어보라. 얼마나 많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수많은 세속적 가치에 저항하며 하나님의 통치를 선포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왔는지 발견하게 된다”며 “그것을 ‘해방’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이는 억압하는 권력 구조에 대한 저항이며 하나님의 통치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실천적 활동”이라고 했다.
더불어 “예수께서 가르치신 사랑, 정의, 평화와 같은 가치들은 결코 부족함이 없다”며 “다른 사람들이 먼저, 많이 가져간다 해도, 충분히 많이 남아 있다. 그것은 마르지 않는 강이요 목마른 이가 없는 샘이다. 우리는 청년들이 이것을 보고 이것을 끊임없이 소유하기를 바라고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먼저, 교회가 앞장서야 할 부분은 ‘다음세대’라는 표현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다음’이라는 표현은 끝없이 타자화(他者化)를 전제한다. 청년들은 지금 교회에 있다. 그들은 다른 성도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백성이며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동역자들이다. 청년들 역시 스스로를 다음세대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나의 신앙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로 청년들의 마음에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는 것, 때로는 감정적인 선택을 하고, 그것이 누군가를 반목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해서 기성세대가 그들을 탓해서는 안 된다. 청년 시절에 감정의 널이 뛰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청춘이라 불러서도 안 된다”며 “다만 그들의 감정이 널뛰는 것이 스스로의 선택인지 누군가에 의해 널뛰게 된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는 있다. 이는 청년들 스스로도 경계하고 주시해야 한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프레임을 만들 것이고, 언론은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할 것이다. 사랑으로 감시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셋째로 미지수의 가능성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상처 입은 사람이 상처 입고 있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고, 없어본 사람이 없는 사람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듯, 마음이 부서져 본 사람은 부서진 것들을 포용할 수 있다”며 “기독교인 청년들은 미지수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을 믿기에 그러하다. 그들의 마음은 부서진 것이 아니라 열린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조율해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김선일 교수가 ‘청년들을 위한 공동체 전도’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으며, 이지혜 간사(IVF 경기남지방회)·신승철 간사(IVF 동서울지방회)가 논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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