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한 것은 북한 정권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퀸타나 보고관은 방한 일정 중 이뤄진 통일부 등 정부 고위급 관계자들과의 면담 과정을 보고하며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있어 대한민국 정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예상치 못한 것이다. 이는 유엔의 접근방식과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 정부 고위급 관계자들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한민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북한 당국과의 화해·협력 분위기가 한창 고조돼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법)을 적용하기에 앞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관계자들에게 반복적으로 피력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일관된 대북 정책을 취해야 한다. 즉 일관성이란 북한의 인권 향상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중국 내 북한 이탈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정부 고위급 관계자들에게) 촉구했으며,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적자 6명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공감대를 이뤄냈다”고 했다.
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에 요청하는 바에 대해서는 “한반도 갈등을 완화할 대북 접근법을 촉구한다. 한반도의 갈등은 여러 인권문제를 (북한에) 제기할 기회를 방해한다”며 “북한에서의 체계적인 인권침해가 중단되고, 인권 침해 가해자에 대한 정의구현과 책임규명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북한 인권이 향상되도록 북한 당국과의 대화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인권 접근법에 대해선 “특별보고관으로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국군생존포로 송환과 납북자 문제 등은 결단코 간과해선 안 된다. 이들이 처한 고통은 상기돼야 하며, 향후 (북한과의) 어떤 협상에서도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의제”라고 했다.
이어 “방한 기간 내 북한에 억류됐던 전쟁 생존 포로 3명도 만났는데, 이분들은 마땅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일본 등 기타국가 출신으로서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 또한 잊어선 안 된다”며 “현재 납북자 516명과 한국전쟁 포로 다수가 북한에 있는데, 이들의 생사를 알지 못해 괴로워하는 가족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인권의제로서 이를 도외시하면 안 된다”고 했다.
북송된 탈북어민 2명과 서해상에서 피살됐다고 알려진 해양수산부 공무원과 관련해선 “북한 어민 2명이 송환됐을 당시, 이에 따른 인권침해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최근 한국 법원이 북한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피살됐을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유가족에게 공개하라고 내린 판결은 존중받아야 한다. 삼권분립을 기초로 한 민주주의 정부라면, 법원의 판결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들은 당시 상황에 대한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 이는 세계시민선언문 등에도 적시된 인간의 기본적인 알권리”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식량 위기에 대해선 “최근 복수의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심각한 식량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식량 160만 톤이 부족하고, 비료 등 기타 농업 물품의 공급 차질로 인해 내년도 곡물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북한 인구의 약 40% 이상이 식량 수급에 대해 불안정을 겪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국경 봉쇄 정책 이전에도 주민들은 식량 부족에 따른 영양실조, 발육부진 등을 겪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국내 이동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 활동이 제한받고 있다. 북한 당국은 접경지역에서 출·입국을 시도하는 북한 주민을 총살하고 있는데, 책임 있는 정부라면 자국민의 인권 또한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북한 당국이 해외 매체에 접근한 북한 주민에 한해, 사형 등 무거운 형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는 등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두려움으로 인해 이를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탈북민들은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 등 주민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 체계가 없었다면, 북한의 정치체제는 작동할 수 없다고도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퀸타나 보고관은 “대한민국 방한은 중요한 기회였고, 만일 북한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면 매우 환영했을 것”이라며 “현재 북한을 떠난 유엔·인도주의 NGO 단체 등 관계자들이 북한에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우선이다. 이는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고 고립에서 벗어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15~2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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