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니 크로스비는 특별히 헬렌 켈러의 삶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헬렌 켈러가 자신보다 60여년 뒤에 태어났지만 많은 고통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모습에 패니는 세대를 뛰어 넘어 매우 절친한 친구 같은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내 삶의 이야기,’ ‘내가 사는 세계,’ ‘암흑세계서 벗어나,’ 그리고 작은 책 ‘낭만주의,’ 등 헬렌 켈러의 모든 책을 읽었다. 패니는 헬렌 켈러가 그렇게 많은 장애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극복하고 많은 일들을 한 것에 대해 감탄했다. 그리고 그녀를 교육시킨 선생님은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칭찬했다.
헬렌 켈러의 수필집 ‘낭만주의’ 중 “나는 세계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나는 영적인 시대를 보다 밝게 봅니다....... 그곳에는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미국도 없습니다. 그러나 가족, 인간종족, 법, 평화, 필요, 조화, 절제, 노력, 감독, 그 무엇보다 하나님이 계십니다.”라는 이 부분을 접했을 때 패니는 평소 그녀가 감동받을 때의 행동처럼 자리를 박차고 박수치며 말했다.
“놀라운 비전이다. 그녀는 이 시대의 드보라다.”
패니는 헬렌 켈러의 감동에 대해 그녀의 자서전에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1년 전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가을이 다가올 무렵 뉴욕 시에서 그녀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가르쳤던 선생님의 깊은 영적인 영향력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재능자중의 한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행한 일들과 그 과정에 대해 생각하노라면 도저히 어느 누구도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으로부터 닫힌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으며 오히려 그들을 돕는 데 애썼습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모든 사람에게 준 빛과 같은 존재이며 역경을 극복한 위대한 승리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적인 승리입니다.”
그날 밤 패니는 헬렌 켈러의 4권의 책을 읽었고, 다음 날 아침 그녀를 위해 이 시를 암송했다.
제 영혼을 당신께로 묶는 사슬이 있습니다.
전 당신의 부드러운 손을 꽉 쥘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순수하고 달콤한 대화를 하며 그 날을 보내는 생각을.
전 당신을 한 번 만났습니다. 오래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샘물처럼 그 기억이 흐르고,
전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 때 들었던 당신의 모든 말에,
사랑스런 애정이 녹아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소중한 관심으로 당신을 지킵니다,
그리고 당신의 길에 귀중한 새싹과 꽃들을 뿌립니다,
다른 이들이 당신께 선물을 가지고 올 때,
아, 저의 것도 받아주실 런지요.
언젠가 극심한 폭풍이 지나간 아침이었다. 그 전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바람이 윙윙거리며 불었고 밀물이 둑과 다리와 배를 부서뜨렸다. 새벽에 마치 매우 성난 손이 맹렬하게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는 것처럼 보였다. 패니는 폭풍이 막 잠에서 깨어난 것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폭풍, 아마도 그것은 점점 더 나빠지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내가 ‘참아야만 하는 것과 치료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떤 날은 좋고 어떤 날은 나쁜 것입니다. 그러나 머뭇거릴 수 없으며 걱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입니다.”
패니는 오래전부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비록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현재의 주어진 현실은 걱정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맹인이었을 때 나는 그것이 내게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맹인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의 나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선하심 안에서 그분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결코 내게 어떤 어려움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좋은 건강 속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나님의 큰 은혜였습니다. 내가 하루를 실패했을 때 나는 좌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일을 승리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또한 내가 잘하지 못하고 일이 좋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는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으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실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내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내가 보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을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분께 늘 감사했습니다. 비록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 없지만 하나님은 나에게 더 소중한 것을 주셨습니다. 그것이 그분의 뜻이며,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명입니다. 능력의 하나님께서 시력을 다시 주실 수도 있었지만 그분은 그냥 내버려 두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음성을 들었습니다. ‘네가 지금 알지 못하는 것은 곧 하늘나라에서 알게 될 것이다.’”
그녀는 모든 고통과 역경을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그녀의 많은 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우리가 이겨내야 할 하나님의 뜻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여기 그녀의 마음을 잘 나타낸 시가 있다.
그분의 목적은 빨리 이루어질 것이니,
매 시간 그것이 펼쳐지면서,
씨앗은 쓸 것이나,
그 열매는 달 것이므로.
오랜 삶 동안 패니 크로스비는 의식주와 관련해 힘든 싸움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녀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믿음을 결코 잃지 않았다. ‘네게 빵을 줄 것이며 네게 물을 확실히 주실 것이다.’ 그녀는 항상 모든 삶에서 그분의 말씀을 기억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또는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말고, 몸을 감싸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아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아니하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아니하냐? 공중의 새를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으나,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그것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가운데서 누가, 걱정을 해서, 자기 수명을 한 순간인들 늘일 수 있느냐? 어찌하여 너희는 옷 걱정을 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온갖 영화로 차려 입은 솔로몬도 이 꽃 하나와 같이 잘 입지는 못하였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들어갈 들풀도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들을 입히시지 않겠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은 모두 이방사람들이 구하는 것이요,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으로 족하다.”(마태복음 6:25-34, 표준새번역)
그녀가 항상 변하지 않고 일생동안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는 ‘나에게 부도 가난도 주지 마소서’였다. 이 기도는 항상 그대로 응답되었다. 지난 60년 동안 그녀가 오랫동안 거래했던 비글로 & 메인 출판사는 수많은 세월동안 교류하면서 그녀에게 규칙적인 인세를 주었다.
그녀는 참새를 돌보시는 그분이 자신을 결코 잊지 않으실 것이라 믿었다. ‘비록 오늘 날씨가 어두컴컴하지만, 내일은 태양이 환히 비추일 것입니다.’ 밝은 면을 바라보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때때로 슬픔이 자신과 친구들에게 다가올 때마다 마음이 매우 아팠다. 그리고 ‘내가 왜 이런 슬픔을 겪어야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 더 깊게 이 문제를 들여다보았을 때, 슬픔이란 단지 ‘존재의 실들을 짜야만 하는 삶 속의 엉킨 실타래 중 꼬인 것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문제들은 오직 하나님의 손에 맡겨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70살에 썼던 가사는 이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결코 슬퍼하거나 낙심하지 마라
만일 당신에게 믿음이 있다면
당신의 사명을 위하여 은혜를,
당신의 하나님께 묻고 받으라.
결코 슬퍼하거나 낙심하지 마라,
당신을 위한 아침이 있으며
곧 당신은 찬란함 속에 살 것이니,
그곳에서 하나님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녀가 그 가사를 썼을 때 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생각이나 말을 바꿀 때마다 어떤 위협이나 위험이 그녀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빛과 어두움에서, 질병과 건강 속에서, 그리고 삶의 모든 발걸음마다 하나님은 그녀에게 은혜와 영광을 주셨다. 그것은 절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분의 약속에 따라 모든 것이 은혜 가운데 이루어졌다. 그녀를 도와주시는 구세주 하나님은 그녀의 모든 약속을 이루어나가셨다.
그녀의 삶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더 부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불행을 선택했고 그녀는 행복했다. 바로 그 차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불행은 그녀에게 더 이상 불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그녀가 매일 가졌던 기쁨의 한 부분이었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패니 크로스비는 자신의 삶과 사역을 통해서 그것을 증명해주었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었다.
하나님이 너를 돌볼 것이니, 두려워하지 마라,
그분은 햇빛과 그늘을 지나는 너의 호위병이니
부드럽게 바라보며, 그분의 것을 지키신다,
그리고 그분이 너를 혼자 방황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패니 크로스비가 좋아하는 학문은 역사와 철학과 과학 등이었다. 그중 그녀가 어려서부터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고난에 대해 가끔 혼란스러워했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그 문제는 그녀가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다. 패니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였고 심지어 꿈을 꾸기도 했으나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내 그녀는 이것이 하나님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실 것으로 믿었고 그분의 섭리 가운데 우리의 모든 계획들이 이루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만일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없다면 그들은 아마도 하찮은 사람이 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우리들에게 당한 역경과 고난은 우리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뜻임을 믿었다. 이 말씀이 그녀의 마음 깊이 다가가는 순간 모든 고민을 멈췄다. 그녀는 이 문제를 해결했고 자신의 삶을 최고의 삶으로 만들어갔다.
삶의 고통은 그녀에게 작은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아픔이 다가올 때 그 슬픔들을 저 멀리 떨쳐버렸다. 그녀는 고통 받는 사람들과 불우한 사람들에게 연설할 때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역경은 하나님이 노여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우리에게 주신 삶의 본질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녀는 많은 곳에서의 초청을 거절하지 않았으나 특히 위로가 필요한 곳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가고자했다. 때때로 그는 가난한 자들의 위로자가 되었다. 언젠가 패니는 아버지가 병으로 죽은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집의 가족들은 이제 가장의 죽음으로 끝없는 빈곤의 그림자에 드리워져있었다. 패니는 이들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패니를 통해 그 가정을 돕고 계셨다. 그녀가 집에 들어섰을 때, 그녀의 말은 마치 천사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며 간절히 기도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기억하세요. 그 의미는 ‘주님이 예비하신다.’입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당신들 또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우리는 내일 일도 모르고 삽니다. 그러나 그분은 우리의 모든 앞길을 알고 계시고 우리가 가장 원하는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사랑한다면 말이에요.” 그리고 그들에게 그곳 교회가 부탁했던 약간의 돈과 함께 자신이 준비한 돈을 함께 주었다.
그녀의 발길이 머무는 모든 곳에서 그녀는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평안이 넘쳐났다. 하나님께서 그녀와 함께하셨기에 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고 위로가 임했다. 그녀의 말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더 강건하게 만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교회들에게도 생기를 주었고 활력이 넘치게 만들었다. 그가 연설하는 모든 교회는 축제의 도가니였다. 모든 사람들은 울며, 웃으며, 그녀의 말 한마디에 평안해지고 위로받았다.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예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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