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첫 확진자로 판명된 인천 40대 부부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방역택시 탑승 여부’를 두고 거짓 진술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확진자 부부의 아내 A씨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동선추적 과정에서 자신이 ‘방역차’ 개념을 잘못 이해해 빚어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러 거짓말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A씨는 본지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리 부부의 신상이 털린 것과 가족사진이 공개됐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 아이들이 너무 걱정이 된다. 과연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그저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확진자를 향한 이 같은 비난 여론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올해 1월 20일부터 25일까지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비난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 중 67.7%(2021년 1월)로 나타났다.
유명순 교수는 이 설문조사와 관련된 논문에서 “감염 발생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면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확진자를 향한 낙인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낙인은 감염병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송재룡 교수(경희대 사회학과)는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사회는 탈종교화 추세 속에서 목사·신부 등 성직자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들춰내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경제적 선진국이라 자부하면서도 전통적으로 강한 집단성이 형성돼 있다”며 “그 배후에 스며든 ‘네 편 내 편 가르는 패거리 정신’이 상대편을 공격해 자기 집단성을 강화시키는 경향도 추동하고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코로나19 등 전염병은 개인이 아무리 조심을 하고, 체계적인 방역을 갖췄다 해도 누구나 확진될 수 있다”며 “인천 40대 부부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오미크론의 첫 전염원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마치 대역 죄인인 것처럼 비판과 정죄의 화살을 돌리는 사회 분위기는 성숙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획일적 판단과 평가를 들이대 비판과 정죄를 쏟아내는 게 아닌, 타인의 어려움을 돌보고 공감할 수 있는 태도”라며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성경 요한복음의 말씀처럼 우리 모두가 전염원이 될 수 있으며, 이들 부부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그런 오미크론 전파자의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원 박사(전 총신대 기독교윤리학)도 이날 본지에 “오미크론 증상이 감기 수준으로 경미하다고 밝혀진 과학적 데이터도 있다. 그런데도 국내 여론이 확진자 부부에 대해 과도하게 예민한 반응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박사는 “다만 이들 부부가 기독교인으로서 오미크론 방역을 위해 동선추적 조사에서 정확히 대답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의사평론가)은 “현재 오미크론보단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우세하다. 오미크론은 중증화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코로나19는 심한 증세가 아니라면 대부분 자연 면역으로 치유될 수 있다”며 “확진자가 대량으로 나온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다만 중증화 진행을 막는 데 주력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인천 40대 부부에 대한 과도한 정죄와 낙인찍기는 옳지 않다”며 “시민들이 같이 위로하는 분위기 속에서 극복해야지, 서로를 정죄하는 건 코로나19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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