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법안 찬성·반대 측 패널들로 구성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에서 양쪽 입장이 모두 참여한 차별금지법안 관련 토론회가 개최된 건 해당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권인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평등법은 성별·장애·성적지향 등 다양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으로서, 혐오와 차별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오늘 이 자리가 평등법 제정을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한 방청객이 토론회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단상 위에서 얘기 하시라”고 했고, 방청객의 항의 발언이 계속되자 “조용히 하라. 여긴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라고 했다.
토론회 중반에 접어들자 찬·반 측 의견대립이 격화되기도 했다. 찬성 측은 한국사회에서 지금도 존재하는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안(평등법안) 제정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이종걸 대표(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차별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왔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낙인으로 정신·육체적 건강의 훼손을 겪었다”며 “(차별금지법안) 반대 측 토론자들은 그간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차별과 혐오를 선동해왔다. 특히 전환치료라는 명목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활동을 하고 있는 인사도 초청했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허용돼선 안 될 차별 선동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혜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지난 2016년 세계정신의학협회는 성명서에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전환치료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환치료가 정신적 해악을 미친다며 ‘동성애에 대한 성적 지향, 끌림, 행동 등은 병리현상이 아니’라고 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차별금지사유로 포함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은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이는 성소수자라는 전제로 상대방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막아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자캐오 성공회 신부(차별과혐오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바라는 네트워크)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이 모든 차별을 없앨 만능키가 아니라는 데 동의하지만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가 되는데 꼭 필요한 법”이라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 등은 한국교회를 위해서 좋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과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을까”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 측은 사적 영역에서 성소수자 등에 대한 실질적 차별이 빈약한 상황에서, 차별금지법안 제정은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요나 목사(탈동성애인권센터 홀리라이프)는 한 때 자신은 동성애자였지만 이후 탈동성애에 성공했다면서 “이태원에서 트랜스젠더 바도 운영했었고, 80년대 전두환 정권 아래서 여장남자로 길거리를 활보하면서도 어떤 법적 제재나 시민들에게 돌을 맞은 적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종걸 씨는 우리 사회에서의 동성애자 혐오는 만연하다고 말하는데, 한 때 동성애자로 살아온 나는 과거 어떤 핍박이나 혐오발언을 당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탈동성애 이후로 동성애 단체로부터 협박을 많이 받아왔다”고 했다.
그는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안은 차별금지사유로 성별정체성·성적지향 등을 포함했는데,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아닌 선택 사항일 뿐이다. 만일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타고났다면 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찬성 측 입장을 지지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탈동성애자인 내가 동성애의 선천성을 부정하는 증거”라고 했다.
이 목사는 “이 법이 통과된다면 탈동성애를 원하는 이들의 전환치료를 혐오와 차별로 낙인찍어 금지할 수 있다”며 “오히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해당 법안이 탈동성애자에 대한 역차별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이은경 변호사(법무법인 산지)는 “차별금지법안이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명시한 직접차별 규정은 매우 추상적”이라며 “결국 그 기준을 정할 수밖에 없는 국가권력은 비대해질 수 있다. 그 결과 가치 기준의 판단 권한이 통째로 국민에서 국가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국민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차별금지사유로 성별을 ‘남·여 이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으로 규정한 것은 남녀를 기초로 한 전통적 혼인 제도를 뒤흔들 수 있다”며 “여기서 파생되는 동성결혼의 법제화 위험성도 제기된다”고 했다.
그녀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가치판단 영역인 종교·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도, 해당 법안이 차별금지사유로 포함시켜 사상에 대한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며 “아울러 이상민 의원 안은 차별금지영역으로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용, 교육직업훈련에다 ‘등’을 추가하면서 사적영역 전반에 걸친 가치판단의 국가적 검열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손해배상(안36조) 부분의 손해액 추정·징벌적 배상에서 차별행위 가해자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한 것은 벌금 등 재정적 압박을 가해 개인의 신념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며 “결국 법으로 차별을 없앤다는 것은 법 만능주의의 발로”라고 했다.
류현모 교수(성산생명윤리연구소, 서울대 치대)는 “사회적 성인 젠더의 정의가 불명확하고 그 뜻과 범위가 지속적으로 변한다”며 “반면 의학적 성별 기준인 성염색체는 여성을 XX, 남성을 XY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젠더라는 자의적 기준이 법률에 공용될 경우 사회적 대혼란을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류 교수는 “2019년 학술지인 사이언스에는 47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유전자 분석 결과 ‘동성애의 선천성 유전자가 없다’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며 “원래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해온 미국정신의학회는 1973년 동성애자들의 협박에 못 이겨 동성애를 병명 목록에서 제거했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남성 이성애자들보다 40배나 높은 HIV 유병률을 보였다고도 발표했다”며 “이처럼 홍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HIV 유병률이 감소하는 추세와 달리, 국내 20-30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HIV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질병관리청의 홍보 부재에 따른 것이다. 국내 동성애자들의 건강권·행복추구권을 위해서라도 위 사실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는 법이 아닌 도덕·교양 교육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원 박사(새로남교회 협동목사, 전 총신대 교수)는 “이상민 의원 안은 ‘동성 간 성행위는 죄이며 의료적으로 병을 유발한다’ 등의 발언조차 혐오와 차별로 굴레를 씌어 차단할 수 있다”며 “구약성경 레위기 18장 22절에선 동성 간 성행위를 ’혐오스런 일‘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평등법안은 동성애가 혐오스럽다는 성경적 가르침을 차단해 성경을 금서로 만들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했다.
이어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안 제29조에선 교육기관의 장이 교육목표·내용·생활 지도에 성별이나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포함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며 “이렇게 되면 기독교사학에서도 동성애의 죄성과 보건의료적 위험성을 말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찬성 측 패널로 참석한 박종운 변호사(전 장추련 법제정위원장)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반대하며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그러나 반대 측 주장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 법과 사회인식의 절충이 필요하다”며 “특히 해당 법안의 동성애 반대 설교에 대한 법적 제재는 논란이 될 수 있다. 교회 목회자를 채용할 때 교단 교리에 따른 동성애자 채용 거부 등 합리적인 사유에 따른 차별은 예외조항으로 넣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장혜영 의원 등 법안들이 명시한 강력한 차별제재 수단도 조심스럽다”며 “자칫 이 법으로 양심·신앙·사상·표현의 자유를 과도히 제한할 수 있어 섬세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대 측 패널인 윤용근 변호사(법부법인 엘플러스)는 “모두가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지만 차별금지법안을 통해선 역부족”이라며 “차별금지법안·평등법안 제정으로 개별적 차별금지법의 중복 적용에 따른 법적 충돌도 우려된다. 오히려 현행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유지·보완하는 게 차별 완화엔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등법안은 차별금지사유로 성별을 ‘여성과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 개념이 모호해, 법치주의 원칙인 법률명확성에 위배된다”며 “헌법 제36조 양성평등에 기초한 남녀고용평등법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자칫 제3의 성 도입이 현행 주민등록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생물학적 남성이면서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병역회피수단으로 해당 법안을 악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손인혁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발제,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환영사, 박주민·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축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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