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유경동 교수(감신대, 기독윤리학) ©기독일보 DB

죄에 대한 이야기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이룬다. 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결여된 이상, 뒤따르는 담론인 구원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시간에는 초기 교부시대부터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죄론에 대한 소고를 다룬 논문을 소개한다.

감신대 유경동 교수는 『신학과 세계』 88호에 실은 논문 '기독교의 고전적 죄론에 대한 소고'에서 어거스틴, 아퀴나스, 루터를 중심으로 고전적인 죄론을 살펴봤다. 그에 따르면 먼저 어거스틴은 죄의 기원을 인간의 자유의지를 오용한데서 찾았으며 죄를 단일한 행위가 아니라 입체적인 맥락으로 파악했다.

유 교수는 "하나님의 말씀과 자신의 의지 사이에서 육욕을 따라 불경건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빛 보다는 어두움의 비존재로 향하는 역설적 존재이다"라며 "의지의 왜곡으로부터 탐욕이 그리고 탐욕의 반복으로 필연적인 죄의 습관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인간론이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어거스틴은 회개를 통한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는 은총의 수단을 제시했으며 비록 인간이 천상의 존재보다도 약하지만 서로 연합해 이 땅에서 서로 협력하는 공동체를 그림으로써 낙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아퀴나스의 죄론에 대해서는 "죄를 인간의 자유의지에 근거한 자발적인 행위임을 전제하면서도 최선과 최악의 선택의 여지에서 영혼과 이성의 올바른 역할 그리고 습관의 훈련에 의해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며 "죄를 하나님과 자신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맥락에서 관계적으로 해석한 부분과 죄를 육적인 것과 영적인 것으로 구분하면서도 인간 의지에 그 책임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고 밝혔다.

오늘날 개신교 죄론의 기초를 이루는 루터의 죄론에 대한 설명도 빠트리지 않았다. 유 교수는 "마틴 루터는 어거스틴의 전통에서 원죄에 빠진 인간이 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아퀴나스적인 영혼이나 이성의 회복에 있지 아니하고 전적으로 십자가의 구속에 의하여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죄는 성령이 함께 하지 아니한 인간의 존재론적 상태이며 오로지 믿음에 의하여서 하나님의 정의에 의해 보호될 때 인간은 구원 받을 수 있다고 루터는 주장한다"며 "죄는 비록 영에 속한 사람일지라도 부활에 이르기까지 해결할 수 없다고 봄으로써 인간 전 존재에 대한 죄의 영향이 매우 중대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율법과 양심, 그리고 선행이 아닌 하나님의 의를 통해 죄의 문제를 직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고전적 죄론은 죄를 자신과 이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죄임을 지적함으로써 죄를 극복하는 공동체성이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기독교적 이상과 연관이 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며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내용이 정의와 사랑의 실현과 책임에 대한 크리스천의 책무와 교회의 실천과 연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전적 죄론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거스틴의 죄론을 유 교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어거스틴의 죄론은 ▲죄에 대한 정의 ▲죄에 대한 결과 ▲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등으로 나눠진다. 어거스틴은 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죄는 정의가 금한 것을 계속 하려하고 추구하려는 의지이며 금지한 것으로부터 자유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어거스틴은 죄를 더 열등한 가치를 추구하려는 왜곡된 욕망의 결과라고 이해한다"며 "죄는 인간이 하나님의 완전한 선을 추구하지 못하고 더 낮은 가치를 따름으로써 실행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하나님과 절대 동일시 될 수 없는 열등한 가치를 향한 욕망이 곧 죄의 동기가 된다"며 "죄의 동기가 자신의 왜곡된 의지로부터 유래하며 또한 그러한 왜곡된 의지로부터 얻고자 하는 쾌락을 추구하기 때문에 죄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동기에 의해 확산된다"고 유 교수는 전했다.

죄를 짓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처한 존재론적 문제의 원인을 "원죄"로 꼽은 어거스틴의 죄에 대한 정의도 확인했다. 유 교수는 "원죄에 대한 어거스틴의 이해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총의 필요성을 전제한다"며 "인간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 실존의 불완전성(infirmity)으로부터 기인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기 자신이 죄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결백함을 주장하면서 죄를 짓는지도 모르고 지속하여 나아간다"고 했다.

어거스틴이 주장하는 원죄를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는 단순한 행위로 동치시키는 시도가 있지만 유 교수는 어거스틴의 원죄는 단일한 행위에 국한한 개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첫 사람의 원죄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위반한 것, 즉 '열매를 따 먹은 행위'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어거스틴은 아담의 범죄에는 많은 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원죄에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은 인간의 교만으로 말미암은 신성모도과 그 자신에게 죽음을 가져온 살인이 포함되어 있으며 뱀에게 유혹을 받아 영적 타락에 이른 영적 간음, 그리고 하나님이 모든 것을 허락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금하신 선악과를 따먹으려고 시도한 도적질과 탐욕이 포함된다"며 "아담의 원죄라고 하는 것은 단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타락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며 존재론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둘째로 죄의 결과에 대해서는 "어거스틴은 본래 첫 사람 아담이 온전한 인간 본성을 가진 존재였으나 죄로 인해 자손을 낳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처음 죄가 유전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죄와 죽음은 서로 관련된다. 특히 육체적 죽음은 인간에게 내려진 형벌로서 아담의 죄로 인해 타락하게 된 모든 인간은 죽음의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유 교수는 밝혔다.

마지막으로 어거스틴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자신의 죄의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어거스틴은 인간 자신의 무지와 약함을 인정할 것을 주장한다. 이에 유 교수는 "어거스틴이 말하는 인간의 무지와 약함은 곧 하나님 앞에서 해야 할 일을 모르거나 우리가 알고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해야 할 일을 모르는 이유는 이 세상의 것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보다 더 사랑함으로써 생긴 것이며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해야 할 일을 알고도 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유 교수는 아퀴나스의 죄론 역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살폈다. ▲죄의 정의 ▲인간의 행위와 도덕적 특성과 연관된 죄 ▲원죄의 문제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등이 그것이다. 유 교수는 먼저 아퀴나스의 죄의 정의를 놓고 "아퀴나스의 죄란 단순히 인간의 나쁜 행위로서 자발적인 속성을 가졌다고 정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죄는 인간의 자발적인 의지나 동기에 의해서 이뤄지는데 습관을 잘못 사용해 덕과 반대되는 행위의 결과를 도출하든지 아니면 덕의 행위로 나타나든지 둘 중의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또 아퀴나스가 죄를 정의할 때 죄를 덕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점도 들었다. 유 교수는 "아퀴나스는 덕을 두 종류로 분류하는데 하나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입된 덕(infused virtue)과 다른 하나는 습관을 통해 자발적으로 습득된 덕(acquired virtue)이다"라며 "아퀴나스는 일상적인 사소한 죄(venial sin)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입된 덕 뿐만 아니라 습득된 덕과 양립가능하다고 본다. 반면에 죽음에 이르는 대죄(mortal sin)는 주입된 덕과는 양립불가능하며 습득된 덕과 연관된다"고 했다.

죄를 내면의 양심과 행위를 실행하는 규범의 관점에서 아퀴나스가 구분하는 '생략의 죄'(sin of omission)와 '위반의 죄'(sin of commission)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유 교수는 "생략의 죄란 자신이 헤야 하는 일을 하지 않음에서 비롯된 죄를 의미하며 위반의 죄는 죄를 지고도 죄인 줄 알고 계속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했다.

유 교수는 아퀴나스가 죄를 생략의 죄와 위반의 죄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 "죄의 속성을 형상적인 측면과 질료적인 측면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죄의 시작은 생각으로부터 시작이 되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표명함으로써 말의 죄가 형성이 되고 행위로 이어지는데 비록 질료적인 측면에서는 유형별로는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형상적인 측면에서 동기는 하나이기 때문에 한 죄로 취급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아퀴나스의 원죄 교리 강조도 주목했다. 유 교수는 "아퀴나스는 바울서신(롬 5:12)과 잠언(2:24)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원죄에 관한 교리는 가톨릭 신앙의 확고부동한 진리라고 강조한다"며 "아퀴나스는 타락한 이성적 영혼이 정액을 통해 전해진다고 본 생리학적인 관점, 예를 들어 마치 한센병이 자녀들에게 유전적으로 전염되듯이(당시의 관점으로) 영혼의 타락한 죄의식이 후손에게 전달된다는 해석으로 원죄를 이해하는 데는 불충분하다고 봤다"고 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아퀴나스는 원죄를 아담의 후손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인간 본성의 속성으로 이해하는데 특히 아퀴나스 원죄론의 특징은 개인의 죄에 국한하지 않고 개인이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인 것처럼 죄를 공동체적으로 본 것이다.

유 교수는 "원정의는 인간의 이성으로 하여금 인간의 영혼을 주관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게 하지만 원죄에 의하여 또한 인간의 의지도 훼손되고 결국은 죽음과 어둠의 상태가 된다"며 "원정의가 파괴된 원죄는 인간을 육체와 영혼의 질병상태로 방치하게 되며 하나님의 은총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형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종교개혁자 마린 루터의 죄론도 고찰했다. 먼저 루터의 원죄론에 대해 유 교수는 "루터는 죄를 원죄와 실제 죄로 구분한다. 원죄란 욕망과 탐욕의 근원으로서 모든 실제 죄의 원인이자 뿌리가 된다"며 "원죄라는 죄의 실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께 부어주시는 은총과 용서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루터는 로마서 7장의 이해를 통해 죄란 성령이 함께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며 그 결과는 당연히 하나님에 대한 죄와 반역으로 나타나고 그 결과로 인간에게 주어진 율법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죄는 육체의 외양적인 행위와도 연관이 되지만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작동하는 내심의 영역도 포함되어 있기에 육체와 영혼은 상호 결부되어 있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통한 믿음으로 외적인 선한 일을 할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루터가 죄의 결과에 대한 대안으로써 율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동시에 인간의 선행적 노력을 바로 잡은 것도 부각시켰다. 유 교수는 "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죄를 선행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가볍게 취급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사고이며 죄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선한 양심을 통해 하나님께 우리를 양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어거스틴, 아퀴나스, 루터에 이르기까지 고전적 죄론을 통시적으로 살펴본 유 교수는 이들 죄론의 특징을 공공성 회복과 연관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면서 다음과 같이 최종적으로 기술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perfection)이 강조됨으로써 회개를 통한 십자가의 구속과 믿음을 강조한다. 이는 비록 죄론이 인간론에 매우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기독론과 연관해 완전과 성화의 개념과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기독교윤리학적으로 볼 때 삼위일체의 원형을 통해 윤리적 모형을 구성하며 하나님의 육신이 되심과 육신으로서 하나님의 뜻에 복종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제자직을 감당할 수 있는 윤리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고전적 죄론의 경우에 아퀴나스는 사소한 죄와 대죄를 나누고 어거스틴과 루터의 경우 전적 타락을 강조하지만 전체적으로 원죄가 인간의 양심과 의지를 훼손하고 덕의 문제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보는 맥락에서 죄는 내면과 외면으로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타락은 그 경향성 자체가 하나님과 멀어지며 육욕을 따르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전적 죄론은 종교적 내면의 죄와 외적 행위의 죄의 연관성을 지적함으로써 현대 인간에 대한 해석과 죄론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통찰력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고전적 죄론은 공히 죄의 사회적 특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생략의 죄'와 '위반의 죄'의 해석을 통해 죄를 자신과 이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죄임을 지적함으로써 죄를 극복하는 공동체성이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는 기독교적 이상과 연관이 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내용이 정의와 사랑의 실현과 책임에 대한 크리스천의 책무와 교회의 실천과 연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고전적 죄론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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