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독서모임'을 진행 중인 심광섭 감신대 전 교수가 최근 독서모임의 추천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는 폴 틸리히의 <19-20세기 프로테스탄트사상사>(대한기독교서회)가 지니 고전적 가치를 되새겼다.
심 전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학도의 제안으로 폴 틸리히의 <19-20세기 프로테스탄트사상사>를 읽게 되었다"며 "이 책은 1980년 송기득 교수께서 처음 번역했는데, 그동안 판과 인쇄를 거듭해 출간되고 있다. 40년 이상 계속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장수하는 귀한 책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근대 사상사에 대한 서술이 탁월하다는 말일거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 이 책만 대략 대여섯 번째 읽게 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간간이 생긴 오역을 바로잡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우 유감스럽다. 내가 발견하는 이 책의 탁월한 점은 다음의 것들이다"라고 전했다.
책의 두드러진 특징에 대해 심 전 교수는 먼저 "저자가 역사학자가 아니라 조직신학자이자 철학적 신학자이기 때문에 역사 서술을 위한 선택, 해석의 관점에서 틸리히 신학의 특징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역사의 서술은 역사적 사건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해석하는 작업이다"라고 했다.
이어 "책의 허리는 슐라이어마허와 헤겔을 다룬 부분이다"라며 "종교개혁 이후, 정통주의, 경건주의, 합리주의와 계몽주의 그리고 낭만주의를 지나면서 분화된 사상들의 종합을 시도한 사상가들이다. 슐라이어마허는 신학자로서, 헤겔은 철학자로서 이 일을 시도했고, 종합의 시도는 틸리히의 관심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이 책은 계몽주의 시대를 다룸에서 이성적 근대만이 아니라 낭만적 근대를 다룬다는 점이다"라며 "이 점에서 틸리히는 개신교 신학자로서 '예술신학'의 개척자이다. 틸리히는 프로테스탄티즘이 도덕적 계율의 비신비적 체계가 되어 버렸음을 늘 안타깝게 여긴다. 이것을 극복하는 길은 신적 현존과 인간의 신체험을 진지하게 수용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의 신학에 '철학적 신학', '문화신학'이란 명칭은 늘 따라 붙었던 이름이다. 그러나 틸리히가 근대는 이성의 시대만이 아니라 감성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면을 부각하는 것은 실로 경이롭다"며 "낭만주의는 계몽주의를 비판함으로써 이성주의적 근대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낸다. 기독교 사상사에서 낭만주의를 포함한 책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틸리히의 역사를 보는 안목은 이미 이성 중심의 근대성을 넘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 전 교수에 따르면 틸리히는 계몽주의 본질을 네 가지(자율, 이성, 자연, 조화)로 제시하는데 그 첫째가 자율(自律, autonomy)이다. 그는 "타율(他律, heteronomy)에 의해 지배된 질서를 비판하고 무너뜨리는 독보적 힘은 인간의 자율에 있다. 자율은 가장 숭고한 인간 존엄성의 근거이다. 그러나 틸리히는 신학자로서 자율로 만족하지 않고 신율(神律, theonomy)을 말한다. 신율이란 자율의 신적 근거를 알고, 신적 근거에 잇댄 자율이다"라고 했다.
심 전 교수는 또 "틸리히는 이성의 개념을 비판성이 아니라 보편성부터 서술한다"며 "보편성, 비판성, 직관성 그리고 기술적 이성이다. 틸리히는 기술적 이성을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이성이 지닌 도구성의 긍정적 차원을 역설한다. 특히 신학자가 신학자로서 남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경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아도르노 이후 이성의 도구성을 비판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라고 했다.
틸리히가 관심했던 종합의 사상가 슐라이어머하와 헤겔에 대한 평가도 보탰다. 심 전 교수는 "전통주의는 신앙에 우위를 두었고, 정통주의는 신앙과 사변을 택했으며, 계몽주의는 학문과 이성을 택했다면 슐라이어마허와 헤겔은 신앙과 이성, 신학과 학문, 영성과 지성 등, 양자의 종합을 선택하여 종합을 만들어 낸 사상가들이다"라며 "특히 르네상스 이후, 17-18세기에 형성된 새로운 인간 이해를 신학이 통합했다. 이 둘은 합성 진주가 아니라 진짜 진주로서 오늘에 이르는 사상사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틸리히는 평가한다. 그런 의미에서 위대한 종합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위대한 종합은 헤겔이 사망하기도 전에 파열되기 시작하는데, 포이어바흐와 마르크스, 쇼펜하우어와 니체에 의해 대대적으로 폭탄처럼 터진다"며 "틸리히는 이들 이전에 독일 관념주의 철학에서도 잠깐만 언급하는 셸링을 크게 다룬다. 근대 기독교 사상사에서 낭만주의와 셸링의 사상사적 의미를 언급하는 책은 틸리히가 유일할 것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심 전 교수는 "20세기 신학사상에 대한 언급은 빈약하다. 아마 자신이 아직 살고 있었던 시대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추측한다"라며 "그러나 새로운 신학운동에 대한 촉감은 예리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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