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가 지난 12일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홈페이지에 ‘교회의 사유화를 어찌할꼬’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기관이든 단체든 사유화 문제는 골치 덩어리이다. 공의와 공공선이 사라지고 특정인의 욕구충족에 이용되기 때문”이라며 “물론 설립정신을 지켜나가기 위한 선한 목적으로 그 정신에 투절한 자에 의해서 장악되어 바르게 운영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죄인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목적이 선하다고 방법이 다 옳다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이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처신으로 많은 원성을 듣는다. 목적은 선한 방식으로 성취되어야 한다. 이는 사유화로는 막을 수 없다. 시간이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유화는 교회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한 어떤 교회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라거나 위험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교회에서 찾아지는 흐름”이라며 “공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곳에서는 설립취지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함께 힘을 모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된 교회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유화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람들에 의해서 교회가 운영된다는 측면에서 그 위험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마태복음 21장에 언급된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포도원 비유를 눈여겨보자”며 “이 비유는 포도원 주인이신 하나님이 극상품 열매를 얻고자 심은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들 포도를 맺는 것에 대한 하나님의 질책을 비유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선지자들을 잡아 가두거나 돌로 치거나 죽이면서까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더니 결국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까지 십자가에 달아 죽이는 사악한 짓을 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뜻하는 비유로서 이들을 향한 주님의 심판의 메시지이다. 그러나 나는 이 비유에서 오늘날 교회에서 드문 현상이 아닌 사유화를 발견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의 사유화에 대한 유혹은 대게 목사들에게 많이 찾아온다. 이런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해서 분란에 휩싸이는 교회들이 상당하다. 주님의 왕국을 건설해야 하는 이들이 자신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그런 자들에게는 교회를 팔아넘기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현대교회는 목사에 의한 것보다 교인들에 의한 사유화가 더욱 심하다. 농부들처럼 주의 종들을 핍박하고 쫓아내고 죽이는 일이 과하게 벌어진다. 교회의 분쟁의 원인들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목사에게서나 성도들에게서나 탐욕이 그 중심에 있다. 교회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주물럭거리고자 하는 탐욕이다. 거기에는 이권문제도 개입될 수 있고 강한 명예심과 우월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특정인을 따르는 무리를 형성하여 주인의 아들조차도 제거하고자 덤빈다. 상속자가 없으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에게는 교회법도 소용이 없다. 그러다보니 성경의 교훈과 가르침이 작동될 여지가 없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교회에서 추방시키는 것”이라며 “주의 종으로서 주님의 교회를 성경의 원리에 따라, 혹은 주님과의 약속에 따라 신실하게 충성하는 자들을 봐줄 수 없는 것이다. 점주를 쫓아내고 노조 세상의 것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그에 반항하는 자를 향해서는 가차 없는 폭언과 폭행으로 그만두게 하든지 순응하게 만든다. 동조자들 중에는 살기 위하여 불의한 짓임을 알면서도 응하지 않을 수 없는 나약한 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포도원 농부들의 세력화를 통해서 정작 주인의 몫을 강탈하고 자신들의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포학한 일들이 교회에서도 벌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진리이신 예수님이 교회에서 추방되고 있다. 주인의 소리는 간데없고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들만 쟁쟁하다.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주인이 누구인지는 전혀 볼 수 없고 노조 위원장을 비롯하여 간부들의 세도만 목격한다”며 “그게 싫으면 떠나면 되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쉽게 빠져나가지도 못한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주인의 의중과는 상관이 없이 노조간부들의 의중에 충실히 따라는 노조원이 된다. 수완을 잘만 발휘하면 일찍 노조 임원 자리를 꿰찰 수 있고 자신의 의지대로 주물럭거리는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다. 교회의 사유화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들이 정말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포도원 비유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포도원 주인이 올 날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오면 교회를 사유화한 악당들을 잡아다가 진멸하고 제때에 세를 바칠 만한 다른 농부에게 세로 준다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의지대로 수확한 것들을 마음껏 유용하고 유린하며 광란의 질주를 즐길지라도 때가 되면 진노의 불길을 내뿜을 주인의 오심이 임박하다는 것이다. 심판 날이다. 주께서 피로 세우신 교회를 황폐하게 만들고 주인의 권리, 왕 되심을 인정하지 않는 무리는 누구든지 지옥 형벌을 피할 길이 없다. 지금 노조원이 되지 않으면 생계의 위협까지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들로부터 받는 고난을 인내로 극복하면 그 포도원의 새로운 일군으로 가장 안전하고 든든한 자리에 등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농부들인 성도들이여, 교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주인으로부터 받을 상급을 보증한다고 믿는가. 지금 마음먹은 대로 교회에서 세도를 부리고 있는 것이 마지막 날에도 영광스러운 자리에 이르도록 보증하는 증거라고 보는가. 지금 노조 임원들에게 적극협력하고 있는 것이 그 날에 칭찬과 존경 받을 보증물로 여겨지는가”라며 “일시적인 영달을 위해 영원한 천국을 포기하는 미련한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되레 현재의 고난이 장차 누릴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음을 알고 인내로 달려갈 길을 힘써 내달리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노조 임원들이 수여하는 상을 어찌 주인이 하사하는 면류관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며 “불의와 불법으로 오로지 욕망 충족에 헌신하는 자들과 동류가 되는 것은 스스로를 망케 하는 짓이다. 괴로워도 선에 속하라. 피 흘리는 아픔이 있더라도 인내로 의의 길에 서라. 달콤한 사탕발림에 속아 당뇨로 망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 된다. 주인이신 하나님 편에 서는 것이 영원한 상을 얻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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