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가 29일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홈페이지에 ‘당위성이 필요성을 압도해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사전적 의미로 당위성(當爲性)은 ‘마땅히 해야 하거나 마땅히 있어야 할 성질’을 의미한다. 필요성(必要性)은 ‘무엇을 반드시 갖추거나 행하도록 요구하는 성질’을 뜻한다. 이 둘을 쉽게 구별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병행하는 성향이 더 많다”고 했다.
이어 “당연함은 필요함이 뒷받침될 때 효용성이 크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 없다고 해서 불편한 것 말고는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며 “예를 들어서 결혼했으나 아이를 낳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해도 낳지 않는다고 해서 해악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물론 인구감소라는 현상에 대한 일말의 책임 의식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사회악이라고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돈은 있어야 하나 부족하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회는 당연성이 언제나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며 “필요성에 의해서 당연성이 훼손되는 경우 종교집단으로서의 겉모습은 유지할 수 있으나 종교로서의 보이지 않는 위력은 급속히 떨어진다. 교회의 당위성은 오직 기록된 말씀에서만 유효하다. 임시방편에 불과할 필요성이 주도하면 당장 불은 끌지 몰라도 근본적인 화재 예방은 불가능하다. 언제든 잿더미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일꾼이 필요하다. 그 필요성 때문에 자질이 없거나 부족한 자를 세워놓으면 구색은 갖추어져도 교회의 본질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일군의 결원이 있어도 기록된 말씀에 반하는 자들을 세우는 것은 교회 무너짐의 구멍을 파두는 것과 같다. 교회의 세워짐은 하나님 마음에 합한 충성스러운 일꾼에 의해서 견고해져 왔다. 오랜 세월 힘겹게 쌓아 올린 아성이 하루아침에 모래성이 되는 것은 무능하고 무지하며 게으른 자들에 의한다”며 “한국의 교회 취약성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영적으로 거듭나고 진리를 사랑하며 진리를 위하여 온 힘을 다 쏟는 일군보다 교회의 기능적인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영예와 영달을 위한 도구로 삼는 자들이 많아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어 “대다수 교회는 기록된 진리의 말씀을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는다. 필요에 의한 성급한 내디딤은 장기적으로는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불을 끄려고 하다가 뜻하지 않게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참상을 낳는다. 당장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닥치는 대로 먹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이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당장 허기진 배에 가려져서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배고픔이 심하거나 심신이 지쳤을 때 보암직하고 먹음직스럽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것은 단숨에 삼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위성은 가려서 먹어야 하나 식욕의 충족을 위하여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보여준 참상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따라서 교회가 뭔 일을 결정할 때 당위성에 손상이 가는 것인지 아닌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당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보이면 필요성을 조금 늦추어야 한다. 당장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면 당위성을 고수하는 것이 옳다.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혹은 마땅히 있어야 할 성질로 둔갑한 필요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 지도자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교회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필요는 없는 것이 낫다”며 “성도들의 영혼에 독소를 뿌릴 수 있는 필요성은 가혹하리만큼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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