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여성단체로부터 사용금지용어로 낙인찍힌 “낙태”라는 단어가 한 남성 연예인으로부터 “낙태강요”를 당했다며 아이의 아버지인 남성 연예인을 고소하기에 이른 여성의 사연에 대한 뉴스를 톨해 포털 메인을 장식했다.
다행히 아이의 아버지인 남성은 아이를 외면하지 않았고, 아이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과 여성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의사를 언론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다행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여성단체들 중 이 여성에 대한 “낙태강요미수”행위에 대해 언급한 곳이 하나도 없이 그저 하나의 연예이슈로 묻혀지는 것이 참으로 의아했다.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지난 수개월간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하면서 여성단체를 향해 간접적으로 이런 질문을 여러 형태로 던져 보았으나, 아무도 답변하지 않았고, 이번에 양태가 같다. .
언론에는 “낙태강요미수죄”라고 언급되었으나 사실 이런 죄명은 형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여성이 의존한 죄명은 형법 제324조에서 정하고 있는 강요죄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 규정이다.
이 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존재해야 하므로 위에서 언급한 연예인의 사건도 이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 남성측이 폭행이나 협박을 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경우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음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있는가 하는 점과 “폭행 또는 협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형벌을 적용할 정도에 해당하는지가 이후 따라 나올 수 밖에 없는 법률문제일 것이다.
여기서 필수적으로 낙태를 원치않는 여성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치않는 낙태를 요구당하는 순간 폭행이나 협박에 대한 증거를 수집(예를 들면 녹음을 한다던지, 폭행 직후 흔적을 사진으로 찍는다든지, 협박문자를 캡쳐해 둔다든지 하는 부분 말이다.)해둘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또한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낙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여성에게 어떤 방어수단이 있을 것인가?
낙태죄가 없는 세상이 (엄밀하게 말해서 현재는 공식적인 비범죄화 상태가 아니라 입법공백 상태로, 형식적으로는 낙태죄의 일부조항이 여전히 효력이 있지만, 국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이 조항의 체계를 정리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입건이나 기소, 처벌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이다.) 왔는데, 여성이 보호되고 있는가? 불법인 낙태약물로 뱃속의 태아에게 영양공급을 강제로 막아 죽인 태아 사체를 버린 여성에 대해서는 낙태죄의 효력상실 상태로 처벌이 면제되는 보호가 이루어졌는지 모르지만, 이로인해 오히려 생명을 지키려는 여성이 법의 보호범위 밖으로 내던져지는 것에 대해서는 여성단체는 왜 침묵하는가?
가정이지만, 여성이 남성의 거짓에 속아 (예를 들면 원치않는 임신이니 일단 이번 아기는 낙태를 하고 결혼하자거나 낙태를 하면 양육비 상당액을 위자료로 지급하겠다는 등의 말을 듣고 동의하였는데, 이것이 거짓이었던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겠다.) 낙태를 실행하였으나 이후 남성의 말이 거짓인 줄 알게된 경우, 여성은 제대로 된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또,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낙태의 경우 의료행위이고, 현행법상 태아는 생명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가 없고, 오로지 수술 시간 동안 병원에 원치않게 갇혀있었다는 감금죄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인데 낙태수술이 감금죄라니.. 생경하지 않은가?
또, 임신한 여성이 살해된 경우는 단순살인죄로 보는 것이 합당한가? 상해나 폭행 등으로 원치않는 낙태에 이르게 된 것을 여성 본인에 대한 상해나 폭행으로만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가? 최근 동물을 사상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물건 이상으로 보자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뱃속에 있는 심장이 살아 뛰는 태아에 대해서는 어떤 법적 지위를 주는 것이 주어야 하는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는 만삭의 여성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후 살인죄와 폭행죄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태아를 포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은 살해된 태아의 이름을 따라 브로디법이라 명명되었고, 이후 2009년 세차장에서 임신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에게 적용된 이래 현재까지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아직 형식적이나마 효력이 살아 있는 낙태죄 제270조 제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고, 조해진 의원의 형법 발의안안 제269조 제4항은 ‘누구든지 부녀로 하여금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낙태죄 및 낙태치사상죄)를 범하게 한 때에는 제1항과 같은 형에 처한다.’ 는 규정을 두어 낙태에 관여한 자는 여성과 동일한 처벌을 받도록 하여 여성의 보호를 꾀하고 있다.
당초 예상했듯 정치권은 누구도 이 문제(낙태죄 개정 필요성에 대한 문제와 태아 보호, 생명을 지키기로 선택한 여성을 보호할 방안)에 대해서 말하기를 두려워한다. 너무나 의견대립이 치열하기 때문에 어떤 입장을 취하든 반대편의 반발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여성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여성단체와 여성가족부 또한 오직 침묵고 외면 뿐이다. 일군의 여성의 문제이며, 더구나 사회적으로 여성이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매우 취약할 시기인 태에 아기를 품은 여성들이 태중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싸울 때 필요한 무기의 문제인데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외면한다고 해서 생명이 생명이 아닌 것은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본성은 포태한 동물에 대해서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물며 하나님이 그 형상대로 지으신 태아에 대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일부러 눈감고 외면하지 않는 한 누구나 알 수 있다.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고 너를 여러 나라의 선지자로 세웠노라 .” (예레미야 1:5)
참고로, 낙태죄로 여성만 처벌받는 것이 부당하다며, 많은 여성이 낙태죄를 형법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것은 사실과는 다르다. 낙태죄로가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와 관련하여 낙태죄로 기소되는 사건은 전국 검찰청에 연간 단 10여건에 불과하고, 이 범죄들도 대부분 의료진이나 부당하게 낙태를 강요하는 남성에 대한 것으로 여성이 낙태죄로 처벌받는 예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남성처벌의 문제의 경우 정범(주범)인 여성이 낙태죄로 기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으니 교사 또는 방조에 해당하는 남성은 입건이 안되었을 뿐 기존의 낙태죄 규정이 낙태행위에 관여한 남성을 처벌이 불가능한 구조였던 것은 아니었다.
연취현 변호사(변호사 연취현 법률사무소, 바른인권여성연합 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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