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하나님!
고향을 떠난 지 20년 만에 돌아오는 중, 야곱은 얍복강에 이르렀습니다.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먼저 건너보내고 야곱만 건너면 됩니다. 그 순간에 어떤 이가 나타났습니다. 둘이 씨름하는 장면은 유별납니다. 이 사람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쳤습니다. 날이 새려고 하니 놓아 달라고 하였습니다. 야곱은 자기에게 축복해 주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다고 떼를 썼더니 이제 네 이름은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하나님과 겨루다! 야곱은 그곳을 브니엘이라고 불렀습니다. 제 생명이 보전된 채 하나님과 만나고 싶습니다. 절대적인 생명의 깊이와 신비는 하나님 안에서 숨어 있습니다. 하나님을 만남으로 해가 솟아올라서 그를 비추었습니다.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생명이 보전되었습니다. 절대 생명과 안식을 하나님 안에서 경험했으니 지금 살아있는 동안에 그 경험을 안고 살게 하옵소서. 20년 전 자기를 죽이겠다던 형 에서가 부하 사백 명을 거느리고 오고 있습니다. 야곱은 홀로입니다. 천사와 씨름하던 야곱처럼 재산과 가족과 경력으로 뒤범벅된 일상을 끊어내는 순간을 붙들게 하옵소서. 야곱처럼 홀로 남는 시간을 일상에서 확보하게 하옵소서. “옛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던 그 믿음을 주옵소서. 이 세상의 물결이 흉흉해도 날 평안케 하옵소서.” 모든 것을 끊어내고 자신이 되는 순간입니다. 홀로 남았지만 외롭지 않습니다. 새날이 되고 새 아침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게 하옵소서.
브니엘의 자욱을 저에게도 주옵소서. 예수님의 흔적입니다. “나는 내 몸에 예수의 상처 자국을 지고 다닙니다.”(갈6:17) 그 경험이 남은 여정에서 더 깊어지게 하옵소서. 예배하게 하옵소서. 안식일에 성전에 모여 제사를 드렸고, 주일에 모여 찬송하고 성찬을 행하고 설교를 들었습니다. 예배의 핵심은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입니다. 저의 생명이 하나님 안에서 보전되게 하옵소서. 야곱은 남은 세월 평생에 걸쳐 다리를 절면서 브니엘에서 겪은 하나님의 얼굴을 기억했습니다. 브니엘에서 야곱이 경험한 그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옵소서. 오늘도 우리는 생명의 원초적 능력을 노래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아침 햇살같이 세상에 온통 가득합니다.
사랑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송가 368장)
■ 연요한 목사는 숭실대, 숭의여대 교목실장과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사순절의 영성」, 「부활 성령강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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