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 충남 서산이 고향인 이생진은 뜻밖에도 ‘섬 시인’으로 통한다. 어려서부터 섬을 좋아해 1000곳이 넘는 섬을 찾아다녔다는데, 특히 제주섬을 좋아하고 자주 노래 불렀다 한다. 그 가운데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성산포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4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제주 성산일출봉 가까이 위치한 해변가 윗길에는 19편이나 되는 그의 시가 시비가 새겨진 ‘시인 이생진 시비 거리’가 있다.

[2] 그의 시를 읽노라면 누구나가 다 바다로 뛰어들고픈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 19편의 시 중 내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시는 ‘설교하는 바다’이다. 내가 설교자이자 설교학 교수니까 당연한 반응이 아니겠나. 그 시는 그의 어떤 시보다 짧고 간결한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설교하는 바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3] 이생진은 바다를 보고 설교하는 것을 떠올렸으나 정작 설교학을 가르치는 나는 바다를 보고 한 번도 설교와 관련시켜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역시 시인의 귀는 다른가보다. 신기하게도 그의 시를 읽고 난 후 내 귀에 들리는 바닷소리는 더 이상 바람소리나 파도소리가 아니었다. 나 들으라고 외쳐대는 설교처럼 들렸다. 시인의 글처럼 바다는 설교를 하고 목사는 바다 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됐다.

[4] 목사들의 설교라면 언뜻 내 머리 속에서 분석 비평하는 기계가 돌아가겠지만, 바다가 하는 설교는 비평 자체가 불가하다. 대자연의 소리는 하늘 아버지가 외치시는 신의 소리와 같기 때문이다. 폭풍우 이는 바다의 배 위에서 파선의 위기 가운데 선장이 선지자 요나를 향해 소리친 설교내용이 씁쓸하게 내 귓가를 스쳐지나간다.

[5] “자는 자여 어찌함이냐 일어나서 네 하나님께 구하라 혹시 하나님이 우리를 생각하사 망하지 아니하게 하시리라”(욘 1:6) 오늘날 우리가 불신세계로부터 “개독교들아, 너희가 믿음 믿음이라고 말하는데, 그 믿음이 무언지를 행동으로 한 번 보여다오!”라는 설교를 듣고 있는 것과 흡사한 상황이라 판단된다. 오랜만에 나도 시인 되어 몇 자 적어본다.

‘뻥 뚫린 소리’
TV 소리
장사꾼 소리
정치꾼 소리
돈 버는 소리
코로나19 소리
백신접종 소리 등
온갖 세상 잡소리에 귀가 뺏겨
바다 소리
바람 소리
숲 소리
냇물 소리
새소리를 통해 들려주시는
그분 소리에 내 막힌 귀가
뻥 뚫린 것 같아
고맙고 감사하기 그지없다
시인이 쓴 짧은 시 하나로
그동안 듣지 못한 신의 소리를
접하게 되었으니
그것으로도 그의 시는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하리
주파수가 맞을 때
제대로 된 소리가 터지듯
자연과 하나 되어
아버지의 하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으리

[6]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친히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과 자연을 통해서도 소중한 뜻과 진리를 전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살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설교학)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