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음식을 먹을까? 정말이지 원초적인 질문이다. 여러분들은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사실 그 답은 매우 단순하다. 에너지를 얻어 활동하기 위해서다. 생명체는 섭취한 영양소를 생명 에너지로 바꾸면서 자신의 복제, 요컨대 자손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여러분도 잘 아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3대 영양소에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를 더해 6대 영양소가 되며, 특히나 식이섬유는 배설을 원활하게 하는 등 장의 작용에 빠뜨릴 수 없는 영양소다. 게다가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물을 추가하면 7대 영양소가 된다,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폴리페놀이나 파이토케미컬을 추가해 8대 영양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효소를 9번째 영양소라고 하지만, 그 신비함과 중요성에서는 다른 영양소와 크게 다르다.
인간의 몸은 약 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100조 개의 세포는 개당 100만 번의 다른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몸 구석구석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화학 반응들이 성립하려면 중개를 해주는 ‘촉매’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그 촉매가 바로 ‘효소’다. 앞에서 소개한 8대 영양소가 자동차의 휘발유라면, 효소는 배터리라 할 수 있다. 배터리가 없으면 가솔린이 연소되지 않듯 효소가 없으면 단백질도, 당질도, 지방도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을 포함한 온갖 생물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 반응은 효소가 없다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식물의 경우 씨앗에서 싹이 트고 열매가 익는 것도, 잎이 붉게 물드는 것도 전부 효소의 활동이다.
효소가 없으면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먹은 음식을 소화할 수도 없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세포를 교체하는 것도, 조직을 회복시키고 해로운 독소(노폐물)를 배설하는 것도 전부 효소의 힘이다. 결국 몸속에 있는 100조 개나 되는 모든 세포가 효소를 필요로 한다. 효소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살아갈 수도 없다. 효소는 인체라는 화학공장에서 영양소를 생명에너지로 바꾸는 데 있어 촉매제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다. 효소의 혜택을 받으려면 익히지 않은 과일과 채소, 발효식품을 꼭 챙겨 먹어야 한다.
효소영양학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이는 미국의 에드워드 하웰 박사(Edward Howell, 1898~1986)다. 그는 무려 50년에 걸쳐 효소를 연구해 1985년에 ‘효소영양학(Enzyme Nutrition)’을 펴냈다. 박사의 책 내용은 실로 획기적이다. ‘질병은 왜 발생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해 ‘효소 부족이 질병을 일으키며, 난치병은 극단적인 효소 부족이 원인’이라고 답을 찾아냈다. 또한 “수명은 체내 효소의 양에 좌우된다”고 말하였다.
효소에는 크게 2종류, 즉 ‘소화효소’와 ‘대사효소’가 있다. 몸속에 존재하는 소화효소와 대사효소를 합쳐서 ‘잠재효소’라고 총칭했다. 이 외에 효소에는 또 한 종류가 있는데 날 음식 속에 들어있는 ‘식이효소’가 그것이다. 소화효소는 문자 그대로 몸에 들어온 음식물을 소화하는 효소다. 그리고 소화효소 이외의 효소는 전부 대사효소다. 대사효소는 이화와 동화 등 생명 유지를 위해 유기체가 일으키는 일련의 화학 반응을 중개한다. 우리의 몸은 외부에서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몸에 필요한 것을 뽑아내 이용하고 불필요한 것은 배설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고 있다. 이것을 대사라고 한다.
대사는 쉽게 말하면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조금 어렵게 말하면 ‘생명 유지를 위한 유기체가 실행하는 일련의 화학 반응’으로 크게 ‘이화’와 ‘동화’로 구분할 수 있다. 이화는 알기 쉽게 설명하면 물질을 ‘분해하는 것’으로, 분자를 작은 구성 부분으로 분해해 에너지를 뽑아내는 대사 과정이다. 동화 과정은 기관이나 조직을 ‘조립하는 것’이다. 이화를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사용해 단순한 화합물에서 자신의 몸의 부품을 만들어내는 반응이 동화다. 동화를 통해 세포가 성장, 분화하며, 복잡한 분자가 구성되고 개체가 커진다. 뼈의 성장이나 근육의 증가 등이 그 예다.
요컨대 우리의 몸은 생명을 위한 거대한 화학 공장이다. 건강하다는 것은 몸이라는 화학 공장의 시스템이 순조롭게 가동되는 상태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소는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운반되어 각 장기와 골격 등을 관장하는 근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가 면역력이나 자연 치유력을 갖추며, 세포 분열이라는 형태로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교체해 나간다.
체내 효소는 평생 생산되는 양이 정해져 있다. 20세가량에 절정이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들고, 40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또한 하루의 생산량까지 정해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하루에 만들어지는 일정량’을 우리 몸은 소화와 대사에 나눠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쪽 모두 생명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므로 두 효소의 균형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이 많아지면 다른 한쪽은 적어지는데, 소화에 쓰이는 체내 소화효소의 비율이 낮을 때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 핵심이다.
효소가 풍부한 식생활을 해서 소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체내 효소를 보존해서 대사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효소가 적은 식생활을 하면 소화 과정에 소화효소가 다량으로 소비돼버린다. 그 영향으로 대사에 쓰일 체내 효소가 적어지고 몸에 부담을 준다. 몸속에 있는 효소는 다 합치면 약 2만 종류인데 이 가운데 소화효소는 24종류다. 잠자는 동안에 세포핵 속에서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이다. 다양한 면에서 수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효소도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다. 이것은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스턴트와 가공식품, 설탕, 과자, 육류와 치즈, 우유, 유제품, 빵, 초콜릿 외에 GI식품(GI는 Glycemic Index의 약자로 당지수를 뜻한다)과 고단백 식품, 트랜스지방산과 같은 나쁜 기름을 쓴 식품, 가열 처리되어 효소가 없는 식품 등을 대량으로 섭취하는 생활은 많은 효소의 소비를 유발한다. 이 식품들은 자연의 먹을거리 시스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로, 우리 몸이 이 물질들을 분해하고 소화하려면 방대한 양의 소화효소를 소비해야 한다. 소화효소가 부족해지면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췌장 등의 기관은 온몸의 조직이나 세포에 비축되어 있던 효소를 동원해 소화효소로 변환해 분비하려고 애쓴다. 식생활의 질이 나쁠수록 대사효소의 역할을 해야 할 효소가 소화효소로 동원되어 낭비되고 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사나 해독에 사용해야 할 대사효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만다.
대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대사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그 원인을 만드는 것이 소화불량이다. 그러므로 병의 근본 원인이 소화불량에 따른 소화효소의 과잉 소비라고 할 수 있다. 효소가 풍부하게 살아있는 생식을 하지 않고 가열식과 가공식품들을 일상적으로 먹는 식생활은 대사 효소를 충분히 얻을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건강을 해치고 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또한 노화도 빨리 진행되며 수명도 짧아진다.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는 이들 대사효소군의 활동에 달려 있다. 효소 비축량(잠재효소)을 소모하지 않으면 병과는 인연이 없는 생활을 보장받지만, 반대로 체내 효소의 부족은 모든 병의 원인이 된다. 이것이 효소 영양학에서 생각하는 ‘건강과 병’에 대한 개념이다.
백석균 중국 중의사
질병없는사회만들기운동본부 이사장(www.jilsabon.com)
중국연변대학교 의학원 졸업
경희대 한방건강관리학과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석사과정
아이스하키팀 하이원팀 닥터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평가위원
한국의과학연구원 발효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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