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한반도평화연구원 연구위원)가 26일 발행된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이슈 브리프’ 제13호에 ‘코로나19와 한국교회의 과제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임 교수는 “44, 11, 77.5, 이 숫자들은 오늘 우리 한국교회가 직면한 현실이며, 또한 과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44’는 국민의 44%가 코로나19 확산에 교회의 영향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치이며, ‘11’은 정부가 공식발표한 코로나19 감염의 전체 경로 중 종교시설 관련 감염이 차지하는 비율인 11%를 의미한다. 그리고 시점을 다소 달리하는 조사결과이지만 비개신교인들의 77.5%가 교회가 감염병 확산과 관련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렇듯 교회에 대한 사실과 사회의 인식 간에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들은 앞으로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이 어떠한 태도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이를 크게 네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첫째, 무엇보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과 대안을 마련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추락하는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와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 요청되는 기본적 연구가 될 것”이라며 “둘째, 이러한 연구를 위하여 과학적인 데이터와 지속적인 분석 작업이 더욱 요구되는데 과학·의료계와의 협력과 대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셋째, 앞에서 언급한 조사와 연구는 교회에 대한 프레임, 특히 언론을 통하여 매개되는 교회에 대한 프레임으로 인해 사회여론이 주요하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며 “이 점에서,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언론의 프레임에 대한 성찰이 요청된다. 또한, 사실에 입각한 대사회적 소통과 사회적 공동선을 위해 언론과의 지속적 소통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넷째, 복음의 수용성 확장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한국교회에 대한 이미지와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준비가 필요하다”며 “한국교회의 성장기를 거치며 교회문화의 긍정적 경험을 가진 기성세대와 달리 10대, 20대가 오늘의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계속 고착화한다면 복음의 수용성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그러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복음 나눔을 위해 선교적 환경 변화 모색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교회와 신앙인들의 여전한 과제는 즉 하나님 나라 신앙·신학을 중심으로 한 자매와 형제로서의 세계 시민 의식 고양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아무리 세계화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다 하더라도 과정(Process)으로서의 세계화는 여전히 진행될 것이다. 물론 특정한 나라와 집단과 세력의 독점적 유익을 위한 기획(Project)으로서의 세계화는 규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인간의 얼굴을 가진 세계화를 향한 참여와 실천의 어려움과 함께 그 필요성의 절박함을 깨닫게 하여 주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의 재난 극복을 위하여, 또한 재난 극복 이후 신앙인들과 교회가 이루려 애써야 할 문화의 내용과 방향성을 이러한 인식과 반성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며 “먼저, 우리는 개인주의 물질주의를 넘어서는 하나님 나라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체계에 대한 신앙을 명확하게 세워 가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스크 한 장으로 인하여 초래되었던 사회적 혼란과 주일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느냐는 주제가 교회만이 아니라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는 일상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즉 하나님 나라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 체계에 따른 신앙적이며 사회적 실천이 매우 이상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와 신앙인들의 삶은 하나님을 사랑함이 첫째 되는 목적이며, 이웃을 사랑함이 그와 동시에 행해져야 할 목적”이라며 “신앙이 성숙해질수록 그 이웃의 범위는 넒어지게 된다. 창조주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이심을 고백하게 됨과 동시에 나와 우리 민족만이 아니라 이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에 속함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또한 “구속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성숙해 갈수록 하나님은 나만을 사랑하신 것이 아니라 죄와 악으로 뒤틀린 이 세상도 여전히 구원받기를 원하시며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나를 신앙인으로 부르신 이유, 나와 너를 교회로 함께 존재하게 하신 이유가 바로 이 세상이 그 사랑을 받아들여 구원받기 위함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삶으로 살아가는 만큼 우리 교회는 교회다운 교회가 된다. 코로나19 이후의 교회는 더욱 교회로서의 기본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교회의 교회됨은 신앙인들을 더욱 신앙인다운 신앙인으로 양육함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세상의 창조주이시자 구속주이시기에 우리는 신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사회과학, 정치와 언론 영역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모든 영역이 죄로 인하여 뒤틀려 있음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하여 회복되어야 할 하나님 나라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철학과 사회-자연과학과 언론-정치 모두 일반은총의 영역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자신들의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위하여 하나님의 나라와 어긋나는 세계관과 가치를 생산하며 반생명적 문화를 확산함을 경계하고, 경고하며 제어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러한 사역을 교회가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회는 더욱 신앙인들이 세상 안에서도 책임적 삶을 살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한다. 일반은총에 속한 여러 영역들, 특히 자연-사회과학, 철학, 언론-정치 등의 영역과의 소통과 그 영역들에 대한 신앙적 해석과 응답이 신앙인의 신앙인 됨에 주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물론 우리 모두가 이 모든 영역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이때 우리가 기억하여야 할 것은 ‘만인제사장’, 즉 자신의 영역에서 모두가 제사장적 역할을 한다는 신앙적 각성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성도들의 책임적 사회 참여, 교회 사역의 역할 분담과 연계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목회 방향성과 교육, 정책 결정의 구조변혁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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