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로 옷 입을 때 어떤 축복이 있을까? 그리스도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뿐만 아니라 2. 둘째로,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을 때, 입는 옷차림은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 준다. 옷차림을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떤 직업군에 속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옷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가 옷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궁극적인 정체성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손연재 선수의 발가락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손연재 선수의 얼굴은 기억하지만 발가락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발가락은 자신이 주목을 받거나, 자신을 드러내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자기 수고를 몰라주고 공로를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낸다. 발가락은 주목받지 않아도 열등감이 없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데 목표를 두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역할을 충성스럽게 해낸다. 왜 그런가? 발가락은 스스로 가치를 알고 있다. 자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바로 이 모습이 건강한 자존감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 인정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오스카 시상식 때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을 두고 경쟁을 벌인 사람이 글렌 클로즈이다. 골든글러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배우이다. 그런데 유독, 오스카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 8번째 오스카 후보로 올랐는데 또 낙방을 했다. 그런데 사진만 보면 누가 수상자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윤여정이 상을 받았는데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장면이 너무 멋지다. 글렌 클로즈는 자기 가치를 안다. 상을 받지 못했어도 스스로 자기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아는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잘 되어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자유함이 있다.
바울은 고린도 전서 4장 3절에서 정체성에 대해 중요한 말을 한다. “너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판단 받는 것이 내게는 매우 작은 일이라 나도 나를 판단하지 아니하노니.” 바울이 뭐라고 말하는가? 교인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도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기만의 기준이나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는 것으로 자긍심을 높이거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울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자책할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나 이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지 못하노라 다만 나를 심판하실 이는 주시니라”(고전4:4). 바울이 뭐라고 말하는가? 주변 사람들의 평가나 내가 세워놓은 기준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함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평가나 자신에 대한 나의 평가도 아니다.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바울은 놀라운 말을 한다. 나에 대한 궁극적인 판결이 이미 내려졌다고 말한다. 최종 심판자이신 하나님이 나에 대한 평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미 내려놓으셨다는 것이다. 그것을 법정 용어로 평결이라고 한다. 나에 대한 최종적인 견해가 대법원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 순간에 하나님이 우리를 의롭다고 여기신다.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은 사람처럼 우리를 흠 없고 거룩한 예수님처럼 봐주신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그 순간에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께서 주셨던 말씀을 우리에게 그대로 하신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로다”. 하나님은 우리가 행한 일 때문에 우리를 평가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내가 행한 일이 아니라 예수님이 행하신 일 때문에 우리를 사랑하는 아들이요 기뻐하는 사람이라고 최종적인 평가를 내려주신다.
최철준 목사(나주글로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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