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호와 필요 제공의 역할
그렇다면 보다 실제적인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것은 전통적인 남성다움(공동체적 남성다움)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미국의 전통적 가정에서의 남성상은 자기억제와 자기희생적 남성상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이는 산업화 이후에 사회 공적인 영역으로의 이동을 통해 아집과 표리부동한 남성으로서의 남성상으로 변질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남성이 어디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과거 미국의 프로라이프 운동은 기독교 중년 남성들 위주로 활동하면서 대중적인 운동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던 시기에 이들은 이미 세력을 가지고 있던 프로초이스 측과 힘겨운 대결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앞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굳은 심지로 지켜가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1990년대 이후 대중적인 지지와 함께 젊은 세대가 프로라이프 운동의 중심부로 들어오게 되는 상황 속에서 중요한 버팀목이 되었다.
여기에서 착안하여 볼 수 있는 것이 보호와 필요 제공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라이프 운동이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일임을 정확하게 인지한 남성은 생명의 보호자로서 그에 부합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가정에서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듯 프로라이프 운동 안에서 여성의 섬세한 활동과 젊은 세대의 창의적 영역을 보호하고 지탱하는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제 사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영역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여성과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특징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한 후견인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남성의 역할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남성은 프로라이프 운동의 보호자와 후견인으로서의 역할로 ‘보호하고 필요를 제공하는’(protect and provide)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3. 성과 생명에 대한 재인식
이러한 보호와 필요의 제공이 남성의 역할인 것에 반해, 실제 한국 남성들의 현실을 마주하면 성과 생명에 대한 인식이 현저하게 뒤떨어져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로라이프 운동에 동참을 호소할 때 남성은 전혀 관심 밖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이다. 이처럼 한국 프로라이프 운동에 있어서 남성의 참여가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성과 생명에 있어서의 남성의 왜곡된 인식과 안일한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현재 대한민국의 남성은 남녀간의 성관계가 생명을 만드는 생식의 과정이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갖추지 못한 무지와 무감각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이는 사회에 만연하는 생명 경시 풍조와 함께 남성이 프로라이프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는 남녀가 고른 활동 분포를 나타내는 미국의 프로라이프 운동과 대비되는데 미국의 이러한 모습은 성과 생명에 대한 의식 수준이 한국 남성보다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바가 무엇인지를 잘 알려준다. 그것은 프로라이프 운동 안팍에서 성과 생명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폭넓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생명의 제공자로서의 역할
남성의 프로라이프 운동에 있어서 생명에 대한 남성의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남성이 생명의 제공자이며 그 생명을 보호해야 할 본분을 가진다는 인식이다. 이는 엄밀히 말해 여성이 어머니로서 모성애를 가지는 것과 같이 남성은 아버지로서 부성애를 가짐을 말하는 것이고 동시에 남성이 직접 출산하지 않을 뿐 임신과 출산과 양육 등 모든 면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엄연한 당사자로서 여성과 함께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할 중요한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생각할 때 지금껏 여성에게만 쏠려있던 프로라이프 운동의 단면은 남성이 그 당사자가 아니라는 암묵적인 동의에서 가능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임신과 출산의 문제에 남성이 책임을 회피하던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이 문제에 같은 선상에 있음을 직시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꿔야 함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책임 의식이 남성에게 당장의 이익이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여성과 태아를 보호하는 역할로 인한 상대적 불편함과 불이익이 남성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이것은 남성의 불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남성은 생명의 제공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의 분명한 책임을 지금껏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회피하고 있었으며 법적으로도 남성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 것은 이러한 남성의 책임회피를 묵인하는 근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제 남성은 전통적인 남성상인 자기억제와 희생정신을 더욱 발휘하여 남성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는 생명의 제공자로서의 남성이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동진 목사(카도쉬아카데미 교육위원장, 일산하나교회 담임)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