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 이하 여가부)가 법령상 ‘가족’ 개념의 전면 개정에 나선다. 최근 방송인 사유리 씨로 촉발된 비혼 출산에 대한 논의도 포함돼 있어, 시민사회와 교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여가부는 최근 국무회의 심의에서 확정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27일 오전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여가부는 건강가정기본법·민법에서 명시된 ‘가족’ 개념의 전면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와 민법 제779조는 현재 가족 개념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한정했는데, 이 부분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법률혼·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이 제도와 인식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미흡하다”며 “가족 구성의 다양성 포용을 위한 법·제도 마련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여가부 주관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다’라는 응답 비율이 전체 중 69.7%를 차지해, 비혼 동거·출산 등 가족다양성에 대한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1·2인 가구 비중이 48.2%(2010년)에서 58%(2019년)로 증가했다”며 “비혼 동거 커플 등 관계의 권리 보호를 위한 지원 및 정책방향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가부는 한 발 나아가 ‘비혼 출산’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따르면, 일단 여가부는 비혼출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6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향후 관련 단체, 전문가 등을 초청해 간담회도 실시할 방침이다.
여성가족부 정영애 장관은 “현재 건강가정기본법이라든지 민법 등에서 가족 개념이나 범위는 이런 비혼 출산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의) 기본적인 목표는 모든 가족들이 차별되지 않고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족의 범위나 정의규정을 확대했을 때 실제 다른 법에서 적용되고 있는 차별적인 인식이나 이런 부분들에게도 좀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가부의 계획안에 교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도 지난 28일 “전통적 가족의 해체를 가속화 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비혼 출산을 선택한 사유리 씨(41)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여부를 놓고도 교계 시민단체들은 비판한 바 있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등 교계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 KBS IBC 본관에서 집회를 열고 “ 이것이 자칫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아이들에게 ‘너도 결혼하기 싫으면 정자은행을 통해 인공수정으로 아이 낳고 살아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가족개념 및 비혼 출산 등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가부의 앞선 행보에 비판도 제기된다.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이봉화 공동대표(바른인권여성연합)는 “여가부의 해당 계획안에 대해 공청회 때 많은 반대 의견이 있었고, 국민적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그런데도 여가부가 오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제정된 ‘가족개념’ 관련 법령을 페미니즘이라는 편향된 입장에서 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어 “행정부는 국민의 전체적 입장을 조망해서 사회적 트랜드(Trend)가 아닌, 사회를 건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도록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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