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전에 예배를 인도하다가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할 때는 인도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지만,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 여러 교회 목사들이 함께 모이는 모임이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1절이 지나고, 2절이 끝나기도 전에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찬양을 작게 할 수 없었습니다. 인도자 마저 작게 하면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 너무 누추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목젖까지 숨이 차오고, 뜨거운 입김으로 마스크가 축축해지기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인들이 이렇게 힘들게 찬양을 부르는구나..."
마스크를 쓰고도 큰 목소리로 찬양을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설교 후에 찬양을 부를 때면 더욱 그랬습니다. 찬양할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나같은 죄인을 위해 종의 형상을 입으신 하나님, 나같은 죄인을 살리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을 생각하니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특별한 상황을 지나고 있어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굳이 그렇게 크게 부르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도 힘이 드는데... 그 분들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났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나쁜 목사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끔 설교 중에 나눴던, '기도하는 섬, 소록도'란 책이 생각났습니다. 사진 작가 김동신 씨는 한센인들의 신앙을 소개하기 위해, 소록도 소재 중앙교회의 새벽기도회를 참석했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캄캄한 새벽 3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겨울비가 내리는 차가운 아침 공기를 무릅쓰고 모인 것입니다. 그중 한 사람이 특별히 눈에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맨 앞줄에 앉아 찬양과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던 한 할아버지... 그는 팔과 다리가 없는 한센인이었습니다. 비까지 내리고 있는 이 새벽에 어떻게 저런 분이 이곳까지 왔을까...라고 의아해하다가 그는 기도회를 마치고 할아버지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꼬물꼬물~ 혼자서 예배당 문까지 기어가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리 높지 않은 문턱을 힘겹게 넘으시더니, 빗물이 흥건히 고인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향해 다시 꼬물꼬물 기어가셨습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렇게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길바닥을 기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찬송을 부르고 계셨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찬송을 부르고 있었을까요? 이 찬송이 하나님께 어떤 찬송이 되었을까요? 마지막 날, 그 할아버지도 당신의 자리를 들고 걸어갈 수 있을 줄로 믿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도 찬양할 이유가 있는 줄 믿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잠겨 큰 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홍석 목사(훼더럴웨이중앙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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