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과 선, 그 안으로의 초대
동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여백을 이야기한다. 화폭을 가득 채운 것이 아니라 여백을 남겨 두어 보는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먹으로만 그린 수묵화는 선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는 그림이다. 검은 먹과 선의 조화로 만들어내는 그림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작가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왕이 된 양치기“는 이런 선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글과 함께 선과 먹으로만 그린 그림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떤 그림으로 말하고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말씀이 참 달다.”
“어떨 땐 참 쓰다.”
“말씀 속 맥락과 구절, 문장과 단어 속에서 깊고 오묘한 맛과 향이 느껴지고...”
“내가 맛본 이 세계를 다른 이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7쪽)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책을 쓴 이유를 말하고 있다. 간략하지만 아주 명확하게 성경의 깊고 풍성한 맛을 함께 느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에게 ‘성경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왕이 된 양치기’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다윗을 중심으로 골리앗, 사울, 압살롬 등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다윗이 마주한 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버틸 수 있었는지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었고, 어떻게 왕위를 지킬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뒤집을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시다.”
“하나님이 하셨구나…!라고”(134쪽)
결국은 하나님께서 돌보시고 인도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러한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성경의 본문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윗의 이야기는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말하는 다윗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윗이 등장하는 사무엘상·하의 본문을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다루고 있다. 각 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요약하고, 그 사건의 상황과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하여 성경 본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가드에서 빠져나온 다윗은 광야의 아둘람 굴에 숨었다.”(98쪽)
“압살롬이 스스로 왕임을 선포했다. 자신의 세력을 모아 헤브론으로 간 후 반역을 일으킨 것이다.”(169쪽)
이러한 설명을 통하여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원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경험을 적용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묵상하는 것이다. 성경 본문이 말하는 의미를 발견하도록 하여 누구라도 말씀을 중심으로 묵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자는 말씀의 깊이를 독자와 함께 나누기 위하여 그림을 사용하였다. 검은색의 먹과 선으로만 그려진 다소 단출하게 느껴지는 그림이지만, 해당하는 본문의 내용이나 묵상의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나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먹과 선’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것이 가장 나다운, 자연스러운 방법이었다.”(36쪽)
글과 그림을 통하여 본문의 의미를 전달한 후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였다. 말씀을 현실과 연결하여 책 속에 머무는 신앙이 아니라 현재에 적용하고 살아 있도록 하고 있다.
“순종이란 순종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그러니 그분의 뜻을 따랐으면 그걸로 된 거라고…”(108쪽)
“강점을 의지할 필요도, 약점을 터부시할 필요도 없다. 모두 하나님이 주신 내 모습이다”(185쪽)
저자는 먹과 선으로 그려낸 그림의 비어 있는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나의 묵상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의 의미는 이러한데 그것을 가지고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거기에서 구경만 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세요. 성경의 본문 안으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은 누가 보아도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성경을 순서대로 요약해 놓았기 때문에 차분하게 읽어 나간다면 사무엘상·하의 굵은 줄기를 찾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다윗이 그랬던 것처럼,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말씀이 주는 깊은 단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잘 차려놓은 밥상 앞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상을 차리고, 함께 떠먹으며 깊은 맛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다윗을 통하여 일상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기를 바란다. 성경책 안에 머물러 있는 과거의 이야기,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사는 나의 진솔한 고백이고, 묵상이며, 바른 신앙의 길을 가기 위한 힘찬 몸부림이기를 바란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식지 않는 뜨거운 사랑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한 권의 책 ‘왕이 된 양치기’를 소개한다.
김돈영 목사(BASE성경교육원 대표), TGC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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