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지난 2월 16일 진행한 ‘꽃다운친구들 종단연구’ 최종발표연구 보고대회 후기를 전해왔다.
꽃다운친구들(이하, 꽃친)은 자기만의 걸음으로 걷고 싶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1년의 ‘갭이어’(gap year,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앞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기간)를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들의 모임이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꽃친의 연구 의뢰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꽃다운친구들 종단연구’를 진행, 지난 2월 최종 발표 보고대회를 가졌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종철 부소장(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은 “효율이라는 패러다임으로 꽃다운친구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꽃다운친구들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1년을 채움의 시간을 이해하려면 꽃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충분히 잘 쉬었더니 무엇인가 채워진 게 있었다”고 언급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이번 발제는 2018년 1-3기 부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 2020년 1-4기 부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차 조사, 4기 참여 관찰 및 청소년, 부모, 교사 면담을 토대로 종합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진행되었다. 꽃친 부모, 청소년, 교육 형태의 변화, 꽃친 참여 이유, 유익, 장애물, 알게 된 경로, 꽃친 모임 없을 때, 청소년의 성장, 꽃친 프로그램, 꽃친 부모 모임, 전체만족도, 꽃친의 의미 등 다양한 주제를 분석했으며, 꽃친에 대한 아쉬운 점과 제안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 부소장은 “특히 전체만족도의 경우, 부모는 8.63점, 청소년은 8.26점이었는데 무엇보다 부모, 청소년 모두 교사와의 관계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 주목할 만하다. 교사와의 관계 만족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심한 케어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높았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보았다”고 했다.
또한 2차 설문에 포함된 내용 중, 꽃친을 경험하고 난 뒤, 현재 꽃친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3가지로 질문했다. ‘과거에 경험한 좋은 프로그램’(과거적 의미)인지, ‘지금 현재도 경험하고 있는 지속적인 좋은 커뮤니티’(현재적 의미)인지, ‘앞으로 미래에도 계속 함께 할 사회 운동’인지를 물었다. 부모는 62%가 미래적 의미, 청소년은 53%가 현재적 의미로 꽃친을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부모, 청소년 모두 미래적 의미로 응답한 사람이 모든 질문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종철 부소장은 3년 동안 꽃친을 연구하면서 청소년들이 얻는 것을 크게 관계, 주도성, 용기, 방향성 4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꽃치너(꽃친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매 기수 10명 내외의 소규모 공동체에서 잘 맞지 않는 친구들과 조율하는 능력을 얻고, 꽃친 참여 가족 모임을 통해 풍성한 가족관계를 경험함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어설플 수도 있지만 여행 계획 등 많은 활동에서 꽃치너들이 직접 참여해 주도성을 기를 수 있었다. 꽃친을 한다는 것 자체로부터 시작된 용기와 1년의 방학을 통해 얻게 된 앞으로 삶에 대한 방향성까지, 꽃치너들은 관계, 주도성, 용기, 방향성을 얻었고, 성장해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제 시작한 지 겨우 5년 된 초기 단계의 꽃친이 기존의 사회 통념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한 부모의 발언처럼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진 수치화 된 내용보다 보이지 않는 꽃치너들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꽃치너들의 모습을 바라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발제는 강영택 교수가 꽃친 참여 청소년 6명의 면담을 바탕으로 한 생애사 연구 발표였다. 강교수는 “화창한 봄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음침한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던 꽃치너들과의 인터뷰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놀라움을 느꼈다. 고1 나이에 대화하는 것이 학교에서 다른 교수님과 대화를 나눈 느낌을 받았다”라며 생애사 연구 소감을 전했다.
강교수의 발제는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쉼에 대한 이론적 고찰, 생애사 연구, 꽃다운친구들 기간의 경험, 청소년기 쉼의 필요성, 쉼의 의미, 쉼의 성과와 결과, 제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개인의 특정 경험과 삶을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여 의미를 밝히고자 하는 ‘생애사 연구’의 목적에 따라 진행된 이번 연구는 꽃친을 하면서 청소년들이 느낀 경험을 5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그는 “꽃치너들은 꽃친을 참여하는 동안 일반적으로 다수가 선택하는 공교육체제에서 벗어났다는 두려움에 기반한 ‘불안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고 싶던 일을 하는 ‘만족감’, 자신들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에 따라 활동이 내실 있게 진행되기도 하고 형식화함을 경험하면서 주체적인 태도를 배우는 ‘자율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다양성’, 꽃친에서 인생 친구 혹은 오랫동안 우정이 지속되는 친구를 만남으로 인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꽃친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평안으로서의 쉼’, 일반적인 쉼의 정의에서 벗어나 ‘무엇을 하던 안하던 마음이 평안한 상태, 바쁘게 살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고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상황이 아니라 활동을 하는 마음의 태도,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것인데, 여행과 톡투유처럼 활동이었지만 이것이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에 쉼이었다”는 꽃치너들의 응답을 인용하기도 했다.
꽃친 참여자들이 경험한 쉼의 성과 및 결과는 2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첫째, 꽃치너들은 중학교 시절 분주한 생활 혹은 획일적 분위기로 자기다움을 상실했다면, 꽃친을 참여함으로 충분한 쉼과 여유로움을 통하여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정체감을 형성했다. ‘여가’는 자기다움을 회복하고 자기 자신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던 Josep Pieper처럼 꽃친 청소년들도 이를 경험하고 있었다. 둘째, 청소년들은 꽃친 참여 중에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결정하여 진로를 단순히 미래에 하게 될 직업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즐겁게 일을 하면서 향유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가꾸어 가는 과정으로 생각이 변화되었다. 즉, 자기 삶의 방식을 찾게 되고 추구하고자 하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했다.
아울러 “‘쉼’은 청소년들이 잊어버리고 있던 많은 부분을 회복할 수 있는 통로이다. 다양한 철학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허황된 이론적 내용이 아니라 현재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교육당국은 이러한 청소년인생학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발제를 마쳤다.
청소년들이 갭이어를 경험하면 뭔가 달라집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측은 “3년간의 연구 결과를 약 30분의 발표로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이번 발표를 통해 분명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청소년들이 갭이어를 경험하면 뭔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태조사와 생애사 연구, 참여관찰 연구를 병행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밝혀진 연구 결과, 1년간의 쉼은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변화하게 하였고,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으며, 부모, 친구와의 깊이 있는 관계성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한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바라봄으로 진로 및 행복한 삶에 대한 방향성도 함께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이러한 경험이 꽃치너들만이 아니라 입시로 인하여 늘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쉼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쉼’을 누리는 청소년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박노해 시인의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라는 시처럼 우리나라가 ‘쉼’을 통하여 서로가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행복을 누리는 사회가 될 수 있길 소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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